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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Jun 08. 2024

타인의 시선을 넘어: 내 안의 자유

자타불이와 무애의 의미

"주체는 타인에 대한 자기가 아니라,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주인인 것이다. 이로써 자유자재가 된다." 


다시 예술수업 시간을 회고한다. 선생님은 우리는 나를 타인의 상대로 인식하지만, 타인의 시선과 거기에 투영되는 나에게서 조차도 탈피가 되어야 무애(無碍)인 상태, 궁극적으로 자유로워진다 하셨다.  




자타불이, 나自와 남他은 둘二이 아니다不. 무애無碍, 막힘이나 거침이 없는, 장애물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깨달음을 표현한 불교용어다. 수업에서 배운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는 것'은 협회활동을 하며 지속적으로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나는 CFA한국협회란 비영리단체에서 10년간 자원봉사자로 활동을 해왔고, 이사회 멤버로서 협회의 운영과 발전에 직접적 기여를 하고 있다. 전 협회장님의 권유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이런 경험과 여기서 맺어온 소중한 인연을 바탕으로 협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협회장 후보가 되는 방법은 이사회 추천과 협회원 40인 추천, 이렇게 두가지가 있는데 나는 이사회 멤버지만 협회원 추천으로 후보가 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출마의 변을 작성하고, 전 협회장님의 추천사를 더해 회원들의 지지성명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설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연을 맺은 시간에 상관없이 내가 가깝다 생각하는 지인들에게 내가 협회장 후보가 되어도 될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지와 함께 의견을 구했다. 

 

결론적으로 40인 추천을 받았지만, 무응답자 중에 의외의 인연이 보였다. 나를 오래 알았던 사람도 있고, 최근에 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도 보였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개인 인정이 바빠 설문지를 볼 시간이 없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기분의 근원은 10년 이라는 활동 기간에 대한 무의식 적인 집착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도호, Karma Juggler, 2007


내가 협회장이 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라면 활동기간에 대한 의미를 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 의미가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용하게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자타불이는 결국 나와 남은 하나라는 의미다. 그리고 온전히 나 자신을 비웠을 때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나를 나로 인식할 수 있다. 버리고 싶은 과거, 붙잡고 싶은 과거를 모두 버렸을 때 자유(無碍)로워진다.  


'과거의 운용 실적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구는 단순히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할 철학적 원칙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서도호의 Karma Juggler, 여러 인연과 운명을 저글링하는 저 모습이 무애의 상태가 아닌 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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