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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kno Apr 25. 2024

흐르는 강물처럼

 나는 정처없이 방황한다. ‘인터스텔라’ 의 아버지 쿠퍼처럼 불확실한 별들 가운데서 어디로 가야할지 주저하며 서있다. 나는 아직도 현실감이라곤 없다. 정오의 햇볕을 맞으며 멍한 상태로 회사 로비로 들어와 정신을 차리면 주변은 온통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외국인들, 정장 차림으로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배우들. 삶은 다시 목줄을 쥔 채로 달리고 나는 덜컥 숨이 막혀서 눈물을 흘리면서 끌려간다. 나는 나의 별에 장미꽃을 두고온 것을 슬퍼하면서 이곳 지구에서 산다. 이곳에는 사업가들과 장사꾼, 자기를 왕이라고 생각하는 바보, 점등인, 술꾼들이 뒤섞여 산다. 나는 길들일 만한 사막여우를 찾고 있지만 이 나라에서는 사육이 금지되어 있어서 어렵다. 

여우와 불시착한 조종사 말고는 나는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이해하면서도 내 고집을 놓지 못하고 그로 인해 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절반의 연극 속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가에 의해 쓰인 연극을 나는 오래 견딜 수가 없다. 사람들은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사람들로 넘쳐나고 길들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소비할 수 있다. 인생은 우주라는 거대한 기계 속 작달만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그 꽃을 판단했어야 하는 건데. 그 꽃은 내게 향기도 주고 마음도 환하게 해주었는데. 절대로 도망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꽃의 괜한 심술 뒤에 가려 있는 진심어린 애정을 볼 수 있었어야 했어요.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에요.”

우리는 가끔 상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지 모르거나 혹은 주려던 것을 거절당한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이해할 수가 없어서 상대가 원하는 완전한 것을 마음 속으로만 어렴풋이 알고 아는 척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실패한다. 거절당하고 또 실패한다. 상처받는다. 기운을 잃어버린다. 수렁에 빠져 여러 날 동안 시체처럼 누워있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햇볕과 바람의 세기와 주변 풍경이 시시각각 바뀐다. 사실 웅크린 걸지도 몰라, 이불 속에서 나는 노트에 슥삭슥삭 적곤 했다. 하늘에 닿게끔 높이 점프하려고 말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랑하는 것뿐이고, 실패하고 슬퍼해도, 이 다음이 두려워져도 또다시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전전긍긍하며 보답을 받길 기다리기보다 오롯이 사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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