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근래 참 마음 아픈 터키의 지진 소식. 늘 한결같이 지속되던 일상이 파괴된 사람들의 슬픈 얼굴이 제일 먼저 보인다. 자연스레 내가 만났던 터키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일상은 어찌..괜찮을런지
꽤 길었던 터키 여행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고 따뜻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안탈리아의 커피 노점 사장님이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듣는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는 물음에 한국인이라고 하자 카페 벤치 한 자리에 앉게 하고 커피도 한 잔 들려주더니, 옆에 앉은 자신의 아버지도 소개해줬다. 워낙 상술도 많은 동네라 친절인지 강매인지 의심하며 한자리 차지하고 커피를 홀짝였다. 터키식 커피는 잔 바닥에 커피 원두가 많이 남아있는데 그걸로 커피 점을 볼 수 있다고 다 마시면 얘길 하란다. 여전히 의심하며 다 먹은 커피잔을 내밀자 잔 받침에 커피잔을 뒤집어 원두가 흘러내린 형태를 보며 감상을 몇 가지 읊어준다. 그 사이 단골들도 카페를 들르고, 사장님은 그들에게 날 소개하고 난 짧디 짧은 영어로 여러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었다.
어느덧 해가 조금씩 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카페 사장은 다른 여자 단골손님과 날 데려다주겠다며 같이 길을 나섰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호의였다. 그냥 '저 한국인인데요'로 시작된 호의.
참 따뜻하고 선한 터키 사람들에게 언제쯤 다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올 수 있을까. 정말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