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나는 와이어가 있는 브라를 너무 싫어한다. 흡사 고문기구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대안이 없었을 땐 이걸 집 밖에선 평생을 차야 한다는 생각에 울적해질 정도였다.
예민한 체질이라 몸에 달라붙는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싫어하는 편이라 목걸이, 반지, 팔찌도 거의 해 본 적이 없고, 스타킹이나 들러붙는 터틀넥도 극히 혐오한다. 이것들이 주는 불쾌함은 소화불량과 우울감을 꼭 동반했는데 다른 것들과 달리 딱히 대체품이 없던 와이어 브라는 내 기분을 가장 침울하게 만들었다. 브라렛은 혁명이다! 노브라는 자유다! 스마트폰, 태블릿을 쓰다가도 문득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첨단의 발전을 제외한다면 나는 브라를 선택할 수 있을 때 내 주변의 세상이 조금 좋아졌음을 그야말로 '온몸으로' 체감한다.
사실 그렇게 많은 종류의 여자 옷을 사고 또 사게 만드는 사회가 다양한 타입의 브라를 이제야 선택할 수 있게 한 게 우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