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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Jul 23. 2019

사이코패스관련 학회 참석 후기

케이크에도 종류가 여러가지

    우리는 보통 한 단어에 많은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크고 작은 오해들을 방지하기 위해, A라고 이야기해도 딱히 틀린 것이 아닌 A에 속한 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할 때, 굳이 A라고 하기보다는 a임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어제 먹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케이크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딸기 생크림 케이크라고 하지 않으면 듣는 이가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은 치즈 케이크를 생각하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수 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우리는 “내가 어제 크림 파스타를 먹고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었는데 입안에 남아있던 텁텁함이 싹 가시더라-”라고 이야기를 하는 쪽을 택한다.


    반면 어떤 한 부류를 지칭하는 단어 A에 속한 a, b, c, d… 가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굳이 이런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시각에서 사이코패스는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준에 해당이 되면 사이코패스, 아니면 비 사이코패스, 이렇게 분명한 것이기에 사이코패스를 이야기할 때 앞에 '딸기 생크림'과 같은 부수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여야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에는 합의된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들 간에도 기준에 대한 차이점이 존재)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은 사람들이 속해있다. 우리가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은 치즈케이크와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케이크의 카테고리 안에 넣어 케이크라는 단어 하나를 사용하여 부를 수 있는 것처럼, 현재로써는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들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 하나를 사용하여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질로만 판단할 것인지, 행위로도 판단할 것인지, 기질로만 판단한다면 어떠한 기질적 특성들을 요인으로 넣을 것인지, 그러한 기질적 특성에서 무조건 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행위적인 특성들은 무엇인지, 같은 기질적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다른 행위를 하고 있다면 그런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하고 첨삭하여 기준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러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이코패스’는 아직도 너무나도 다양한 기준들과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사실 사이코패스란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심리적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확실히 보편적인 심리상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설명할 수 없는, 다른 감정선과 사고 회로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된 것을 본다면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케이크의 본질을 정하고 싶다. 범죄자적 사이코패스, 친사회적 사이코패스, 선천적 사이코패스, 후천적 사이코패스, 이 모두를 사이코패스에 해당되게 하는 그 근본적인 성립 요건이 무엇인지 정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며 그 안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케이크가 딸기 크림을 가지고 있으면 딸기 크림 케이크이고 치즈로 형성되어 있으면 치즈 케이크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의 사이코패스는 미디어와 제한된 사이클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연구들이 창조해 낸 해악적이고 반인륜적인 이미지로 통일되어 있다. 심지어 어떤 심리학자는 보편적이지 않은 그 감정선과 사고 회로는 무조건 적으로 해악적 행동을 낳으니 그 기질을 가진 자들의 사회적 활동을 애초에 금지시켜버리자 라고 주장한다.


    당신이 생전 치즈 케이크를 만나 본 적이 없던 사람이라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당신이 지금까지 본 케이크는 대부분 크림 케이크 종류였다. 치즈 케이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기에 당신은 치즈 케이크도 딸기 생크림 케이크나 초코 크림 케이크처럼 크림으로 덮여있는 케이크 시트일 거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어찌 되었건 케이크 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신은 치즈 케이크를 만났다. 치즈 케이크는 당신이 지금까지 봐왔던 딸기 생크림 케이크나 초콜릿 케이크처럼 크림으로 덮혀져 있지도 않고 단단한 덩어리의 치즈 같은 모양새였다. 친구가 그것을 케이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당신은 그것이 케이크의 부류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접해왔던 케이크에 속해있는 것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치즈 케이크를 ‘저게 저렇게 보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크림 케이크들과 똑같을 거야’라고 생각할 것인가?


    사이코패스 학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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