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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Aug 24. 2017

감정을 느끼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과 공감을 하는 것의 차이

* 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 감정: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




    오늘 아침 출근을 하며 창밖 거리를 보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져 무릎이 깨졌을 때 내 무릎도 같이 아픈 것 같아 얼굴이 찌푸려졌다. 오후에 라디오를 들으며 점심을 먹었는데 불치병에 걸린 어린아이의 사연을 들었을 땐 내 마음도 같이 마음이 아팠다. 퇴근길에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친구의 연인이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 같이 욕을 했다. 그 상황에 직접적으로 놓이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이 그 상황에 처했다는 걸 인지 했을 때 마음으로 상대방이 지금 느끼는 기분과 감정을 느끼는 것, 이것은 공감이다.


    자 이제 그럼 마음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해보자. 진짜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 정말 상대방의 감정이 느껴지는가? 정말로? 나는 이런 것들이 실제로 가능한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일생에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며 창 밖 거리를 보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져 무릎이 깨졌을 때 피가 많이 나니 많이 아프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 라디오를 들으며 점심을 먹었는데 불치병에 걸린 어린아이의 사연을 들었을 땐 어린 나이인데 불치병에 걸렸으니 부모님이 참 슬프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였다. 퇴근길에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친구의 연인이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그 친구가 화가 나고 슬플 것이라고 생각하여 함께 욕을 하고 위로해주었다. 이렇듯 나는 누군가의 상황에 대한 것을 인지 했을 때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다. 대신 머리로 먼저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신경 쓰는 사람의 일이라면 상대방을 위해 적절한 반응을 보여준다.


    나는 친하지 않은 사람들의 일에도 마치 자신이 그 일을 당한 것처럼 격한 공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항상 의문을 가졌었다. 나에겐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나눴을 때, 그 상황에 마땅한 감정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은 내가 상대방의 감정을 진짜 느껴서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격하면 격할수록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였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가만히 앉아서 대화만 나누는데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하기에 피곤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일에 그렇게 공감하며 살아가기에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자 각 사람에게 맞춰 적절한 공감을 보여주며 살아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살아가는 줄 알았고,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일에 격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며 굳이 삶을 저렇게 피곤하게 살아야 하나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공감능력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진짜 함께 느껴서 자연스레 반응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감정적 공감이 가능하지 않은 사람이고 머리로 이해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추론하여 나도 그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연기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운해하며 감정 상해하더라. 그 서운함에서 나오는 피곤이 연기를 하는 노력에서 나오는 피곤함보다 더 크기에 나는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대했다. 이것이 인지적 공감능력이다. 그렇다 나는 뛰어난 인지적 공감능력으로 감정적 공감능력의 결여를 커버하여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산다.


    내가 이러한 공감능력의 다름을 시작으로 나의 사이코패스됨을 깨닫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마 내가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를 하며 사이코패스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해줬을 때, 사람들은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 말하였다. 나는 감정적으로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이 이유였다. 살아오면서 한 번도 마음으로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마음으로 느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나를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뛰어난 인지적 공감능력으로 감정적 공감능력의 결여를 커버해 나의 사이코패스됨을 들키지 않고 잘 지내왔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이 세상엔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다 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을까?


    먼저 감정과 공감의 뜻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감정은 어떤 일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어났을 때 그에 따른 내 느낌이나 기분을 의미하고, 공감은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걸 내가 알았을 때 마치 내가 그 일을 당한 것처럼 당사자의 느낌이나 기분을 같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나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어떠한 일을 직접적으로 겪었을 때 특정한 기분이 느껴진다. 여행을 갔을 때 재밌고 행복하고, 아끼는 장갑을 잃어버렸을 때 속상하기도 하고, 부당한 대우를 당했을 때 화가 나기도 하고, 실수를 했을 때 창피함도 느낀다. 하지만 사이코패스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오해받는 이유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과 다르게 감정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이 분리 되어있듯, 이성과 감정의 분리가 가능해서 이지 않을까.


    어떠한 일을 판단할 때에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보통 제삼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아라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적인 부분과 결부되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나는 잠시 그 상황만 지나면 감정적인 것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 상황을 남의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리고 제삼자로 내 상황을 보면, 감정적 공감능력의 결여 덕에,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판단하면 대부분의 일은 두 가지로 나눈다. 나와 관련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나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내가 무엇을 하면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뉜다.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며 나와 관련이 있지만 내가 노력해도 그 것이 무의미한 것이라 판단되면 잠시 생각한 후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면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제야 관심이 이어져 그제서야 감정도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본인일인데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만 판단했을 땐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닐 경우 인지적 공감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람들에게 나는 감정이 없는 굉장히 차가운 사람으로 느껴질게 당연하다. 본인이 기쁘다고 해도 같이 기뻐하지 않으며 슬프다고 해도 같이 슬퍼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르다. 그들은 대부분 내가 그들과는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려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나만의 노력으로 보답한다. 그 중 하나는 인지적 공감인데, 아무리 피곤해도 그들이 나로 인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때문에 기꺼이 나는 나의 인지적 공감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그리고 내가 그 사람들은 그런 내 마음을 볼 줄 안다.

 

   아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에이, 다른 사람의 느낌을 같이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머리로 받아들이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이해가 가는 거지.'라고 생각하였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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