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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Sep 02. 2017

추구하는 것

자기중심적 성향에 대하여

    길다고 할 수 있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지 일 년 하고 이 개월이 되었다. 한국은 참 편한 나라이다. 교통도 잘 발달되어 있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도착하고,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매우 친절해서 냅킨이 부족해 더 달라고 하거나 화장실의 위치를 물으면 신속하고 친절하게 대응해주신다. 백화점, 서점, 카페, 영화관도 곳곳에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아 이 모든 것을 한 건물 안에서 할 수 있는 쇼핑몰은 정말 굉장하다.) 뉴욕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참 많아서 그립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대부분의 것들은 한국에도 다 들어와 있더라. (쉑섁은 정말 똑같은 듯) 그리고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유학생활을 하며 자주 보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과도 자주 만날 수 있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먼저 베푸는 인정이 많은 사회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그렇듯 장점도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인데 한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영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며, 유학생활을 하며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개인의 특성보단 획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


    한국문화에서 우리가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정'이다. 정이란 단어를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싶어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는데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에서는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 내지 현상'이라고 한다. 자세하게는 '정은 자아의식인 한편, 그것이 타자와 연관될 수 있고 타자에 대한 관계 그 자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은 인간관계, 나아가서 그 관계의 유형에 터 잡은 사회성을 형성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전은 실제로 한국 문화를 규정지을 때 우리 한국인들 스스로 '정(情)의 사회'라고 말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의 유대에 의해서 지켜진 사회성이 한국에는 있어온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윤리적인 덕목이 되고 심지어 규범으로까지 격상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 한국사회에서 정은 사회성이기도 하며 사회성과 연관된 인간성도 함축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情]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결국 '정'이란 혼자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의 문화를 '정(情)의 사회'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즐기는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을 만나 그룹을 형성하여 여러 가지 것들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이다. 이런 문화권에서는 아무래도 개성의 존중보단 그룹의 공통된 특성에 대한 존중이 어느 정도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경우 자신의 흥미나 관심이 100% 보장받지 못한다. 이런 문화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높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힘들것이다. 왜냐하면 자기중심적 성향이 높은 사람은 삶에서 자기 자신의 관심과 흥미, 신념, 태도가 다른 것들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하기에, 삶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선택에 있어서 이런 것들이 다른 것들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음식을 덜 좋아하는 사람보다 식단 조절 다이어트가 힘들듯, 이것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낮은 사람들 보단 높은 사람들에겐 더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부두쳌 교수님의 연구 중 사이코패스의 네 가지 특징 중 한 가지는 자기중심적 성향의 높음이다. 이것은 부두쳌 교수님 뿐만 아니라 헤어 박사님, 크랭클리 박사님의 모델에도 포함되어져 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에서의 생활은, 자기중심적 성향이 매우 높고 감정적 공감의 결여를 인지적 공감으로 커버해야 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겐 정신적으로 좀 더 피로할 것이다. (물론 피로를 느낀다고 해서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울리는 사람이 나에게 소중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림에 있어서 나오는 즐거움이나 다른 것들이 피로감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스스럼없이 어울림을 택한다.)


    자기중심적 성향에 대해 생각하며 나의 삶을 돌아봤을 때, 나는 지극히 나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나의 삶의 목표를 설정해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순간순간의 삶의 목표를 따라, 나의 신념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한다. 그것은 큰 결정이던 작은 결정이던 관계없이 적용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왜 그 전공을 선택하였습니까'를 물을 때든지, '왜 어제 그 영화를 선택하였습니까'를 물을 때든지 항상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이것은 100% 진심이다.) 그러다가 그것을 직접 해보고 재미가 없는 것임을 깨닫거나, 하다가 흥미를 잃는다면 또 다른 새로운 흥밋거리를 따라간다.


        다행인 것은 나는 자라면서 사회적 규범과 나라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지키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보다 득이 될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나의 하나의 신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렇기에 반사회적인 부분은 나의 안위를 위해 관심조차 가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인지적 공감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안 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덜 피곤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것 또한 나의 신념이다. 두 가지를 미리 깨닫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생각하기에 굉장히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동시에 설령 그런 삶을 산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삶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요소가 같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각자 살아가는 삶이 매우 다른 이유를 잘 설명해주는 요소이지 않을까. 자기 자신의 흥미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 달라지고, 추구에 따라 목표가 달라지고, 설령 목표가 같더라도 신념에 따라 방법적으로 매우 다를 수 있기에 같은 사이코패스라도 삶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어찌 보면 사이코패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성향들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당연한 것이다. 성질이 급함, 소심함, 매사에 긍정적임, 부정적임과 같이 보편적인 성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내부적 또는 외부적 요인에 따라 개개인의 삶이 많이 달라지고, 사이코패시 (Psychopathy)라는 성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에 따라 살아가는 삶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퍼져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은 '모든 사이코패스는 같은 흥미, 관심, 신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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