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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Jung Sep 25. 2017

기질과 다양성

Successful psychopathy

    이야기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들은 대부분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고,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가지 않는 사이코패스들에 대한 연구는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말 그대로 쉽지 않은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교도소에서 발견한 사이코패스들과 기질을 공유하고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지했고, 그들을 성공한 사이코패스 (Successful Psychopath)라고 부르며, 끊임없는 학문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부르는 점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데 다음 편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하지만 반사회적 행위를 통하여 세상에 드러나는 사이코패스 범죄자와는 다르게, 이 성공한 사이코패스들은 본인 스스로가 사이코패스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마 나와 나의 지인들의 경우처럼 인간관계에서 살짝 피곤함을 느끼거나 스스로가 비교적 덜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만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이 된다. (나의 경우에 그렇게 살아가다 심리학 수업에서 사이코패스적 특성에 대해 배우고 내가 가진 특성들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인지한다 하더라도, 사회에 퍼진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들 때문에, 굳이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에 B형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우리 사회에 존재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시절 B형 남자들이 굳이 스스로가 나서서 B형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단 연구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고, 연구가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하지만 몇몇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성공한 사이코패스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을 모으려고 노력했고,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이코패스들은 교도소 안에서 모집한 사이코패스들과 기본적 특성들은 공유하지만, 양심(conscientiousness)과 충동'조절'능력 등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또한 사이코패스들이 고유한 특성들 덕에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지능적으로 상황을 조종할 수 있는 등의) 높은 사회적 지위에 비교적 손쉽게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실제로 정치인이나 법조인들이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임에서 나오는 특성들은 항상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성들이 아니며,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보다 높다는 것도 옳은 견해라고 하기 힘들다. 어떠한 성격을 공유하는 사람들 모두가 같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니듯, 사이코패스들도 환경이나 경험 등에 따라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흥미롭게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편견에 의한다면 '역설적인 존재'가 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이코패스'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들이 있다. 지난 글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나, 소시오패스'와 예전에 다른 콘텐츠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나눴던 '괴물의 심연'인데, 책들을 비교하며 읽다 보면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여러 가지 요인들을 통하여 개인의 삶에서 다양하게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이나 글들을 읽으면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또 다른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앞서 말한 두 책들이 '모든 성공한 사이코패스(successful psychopath)들이 두 책의 저자들과 같은 사고방식이나 견해를 가지고 있겠구나'와 같은 또 다른 특정한 틀을 형성시키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글을 쓸 때에도 항상 주의하는 점이다.) 사람을 알기 전에 그 사람과 공통된 기질이 있는 사람을 바탕으로 그 사람에 대하여 미리 알 수 있다면 굉장히 흥미롭겠지만, 매번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젠 지루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사람은 본인의 신념이나 추구하는 것에 굉장히 충실하기 때문에 공통된 기질들이라도 삶에서 매우 다양하게 발현이 되는데, 사람의 신념이나 추구하는 것은 개개인의 경험에 의하여 형성되기에, 그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공통점을 찾기 힘들것이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흥미로운 제목의 글을 발견하였다. 글의 제목이 '사이코패스가 대통령이 된다면?'이었다. 나는 평소에 사이코패스에 관련된 기사나 글을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처음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에는 사이코패스=범죄자라는 인식이 대부분이고, 게다가 성공한 사이코패스(sucessful psychopath)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글들에서 정확하게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범죄자'라고 표현해야 하는 경우에도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하며, 그것은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하는 데에 한 몫한다. 나는 범죄심리 전공자로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 싶다는 마음과, 또한 잘 살고 있다가 범죄자 취급을 받음에서 나오는 억울함 때문에 그런 글들을 읽으면 뇌가 아프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대통령이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릭을 하였다.


     '괴물의 심연'에는 책을 쓰신 제임스 펠런 박사님이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 적어놓으신 부분이 있는데, '사이코패스가 대통령이 된다면?'은 그것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글을 읽고 굉장히 안타까웠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고,


'나는 한 아이를 구하는 데 우리가 가진 돈을 동전 한 닢까지 다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아이만 애지중지하면 결국 인류는 파괴될 것이다. 또 누굴 애지중지할지는 누가 판결하는가? 나는 먼 지평선을, 백 년, 천 년, 만 년 뒤에 펼쳐질 상황을 본다. 한 사람이 사회를 위해 내일 거꾸러진다면, 그건 정말 유감이지만, 나는 괘념치 않는다. 나는 어떤 아이가 내 눈앞에서 굶어 죽게 내버려두기는 않겠지만, 내가 정부를 운영한다면 모든 복지제도를 도려낼 것이다. 헌법의 기본 원리(공정성, 사유재산, 기타 등등)를 철저하게 적용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죽을 것임을 알고 있지만, 나는 괴롭지 않다. 그 체제가 약하거나 게으른 개인들을 솎아낸대도, 난 상관없다. 나는 비생산적이거나 무책임한 행동을 부추기고 싶지 않다. 그런 행동은 사회를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한 사람이나 한 집단보다 종種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한다.'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 대통령은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진 자원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 아이를 그렇게 애지중지한다면 국가가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애지중지할지를 누가 또 결정하겠는가? 세상에는 살릴 사람이 많다. 물론 눈 앞에서 아이가 굶주려서 죽어가고 있다면 그 아이를 도와주겠지만. 그 대통령은 사회의 모든 비생산적인 복지정책을 도려낼 것이다. 또 헌법의 기본원리인 공정성, 사유재산 등을 철저하게 적용하면 사람이 죽을 것임을 알지만, 그 대통령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체제가 게으르고 약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고 솎아낸다고 해도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은 사회와 집단을 죽이는 자들이고, 그는 개인보다는 집단이나 종에 더 공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나를 안타깝게 하는지 알겠는가?


    이 글에서 말하는 현상들은 사이코패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타날 현상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제임스 팰런 박사님이나 박사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경우 나타나게 될 현상이지 않은가.







Fallon, J. H. (2013). The Psychopath Inside: A Neuroscientist's Personal Journey Into the Dark Side of the Brain. New York, NY: Penguin. (괴물의 심연)


Mullins-Sweatt, S. N., Glover, N. G., Derefinko, K. J., Miller, J. D., & Widiger, T. A. (2010). The search for the successful psychopath.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44(4), 554-558. doi:10.1016/j.jrp.2010.05.010


Thomas, M.E. (2013). Confessions of a Sociopath. New York, NY: Penguin. (나, 소시오패스)


거인의 서재, [괴물의 심연] 사이코 패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http://naver.me/GS6WUZ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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