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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Apr 22. 2024

자녀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나요?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부모로서 자녀에게 얼마나 안전한 존재인가요? 내가 부모상담이나 특강 할 때 하는 말이다. 안전한 부모가 되어주는 것은 현재 내가 아는 지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자녀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말하는 '안전한 부모'란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자녀를 지켜주는 것을 말한다.


안전한 부모에게 자녀는 많은 것을 의논하고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중대한 문제가 생겨 부모와 의논하거나 때로는 품에 안겨서 펑펑 울고 싶은데,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부모가 안전하지 못하면, 학생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상담교사: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어떨까?"

학생: "부모님께는 얘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상담교사: "아시면 뭐라고 하실까?"

학생: "화내시거나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위와 같은 학생들이 하루아침에 부모에게 고민을 얘기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다. 성장과정에서 사소한 고민부터 중대한 어려움까지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축척된 것이고 학생들은 나름대로 경험적 데이터에 근거해서 말한 것이다.


부모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많은 경우는 고민을 얘기했을 때 그 반응이 처벌로 돌아오는 경우이다. "네가 어떻게 행동했길래 그렇게 된 거니?"라던지 "잘~한다. 그럴 알았다." 등의 반응은 자녀의 행동을 꾸짖는 처벌적인 반응이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결과로 지속적으로 처벌을 받으면 행동의 빈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심한 부모의 반응 또한 안전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중대한 고민을 얘기했을 때 "다 지나갈 거야. 도 다 겪었던 일이야."라고 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면 자녀는 어려움을 다시 얘기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 같아 고민을 얘기할 수 없는 경우이다. 어려움을 얘기했을 때 부모가 버텨주지 못하고 자녀보다 더 불안을 느끼면서 걱정이 돼서 어쩔 줄 몰라한다면 자녀도 함께 불안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고민을 얘기할 수 없게 된다.


어떠한 부모에게 자녀가 고민을 잘 얘기할 수 있을까? 짧은 식견으로 생각할 때, 부모로서 자녀에게 이불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힘들 때는 이불 속에서 편히 몸을 쉬다, 원하면 부모 품을 벗어나 세상을 마음껏 탐색하고 모험하는 것이다. 그러다 또 힘이 들면 부모 품에 안겨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뒤에서 항상 있어주고 버텨주는 이불 같은 존재 말이다.


자녀가 어릴 때 울음을 터트리면 부모가 안아주고, 큰 소리에 깜짝 놀라면 괜찮다고 말해줘야 한다. 자녀가 더 성장해서 어떤 고민을 얘기할 때면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라고 공감위로를 보내줄 수 있어야 한다. 자녀에게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고,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함께 고민해 주는 부모라면 자녀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버텨주는 부모의 넉넉한 품 안에서 좌절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또 하나의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자라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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