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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May 03. 2024

자녀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기: 부모의 결핍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새로 론칭한 '인간적으로'라는 프로에서 출연자인 이동진 평론가는 문화권마다 사후세계를 다르게 상상한다고 말한다.

지옥을 예로 들면, 서구에서는 주로 지옥을 불지옥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아브라함계 종교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사막에서 태어난 종교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들은 지옥을 사막처럼 뜨거운 공간으로 연상한다. 반면 알래스카의 이누이트족은 지옥을 얼음호수로 연상한다. 추위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공포인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에 은하수를 건넌다고 생각했다. 밤의 은하수가 나일강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은하수를 통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나일강을 본 것이다.

이처럼 한 개인은 자신 겪은 삶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양육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는데, 주로 부모 '결핍'과 닿아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신이 경험한 결핍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는 자녀를 통해 내가 경험한 좌절과 결핍을 만회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어쩌면 와 같은 행동을 통해 현재도 나의 결핍된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서 부모로서 자신과 자녀의 욕구를 잘 구별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을 삶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경험한 삶의 경험을 통해 자녀 삶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나의 결핍은 어린 시절 가족 안에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런 나에게 자녀가 생기자 가족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자 노력했다. 쉬는 날이면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녀가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결핍과 닿아있는 것이지 자녀가 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이 곧 생일이다. 생일날 특별히 어떤 활동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아들은 함께 집 앞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맛있는 초코케이크를 사달라고 했다. 생일선물은 필요하지 않다고 다.


부모가 자녀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부모가 좋다고 느껴 자녀에게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자녀가 원하는 최선은 아닐 수 있다. 물론 특별한 날 여행을 떠나거나 거창한 선물을 받으면 그것대로 아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과 자녀가 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성숙한 부모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결국 자녀는 자녀이지 자녀는 내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엄연하게 다른 인격체이고, 지금도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의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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