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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Mar 22. 2021

나는 내가 참 좋지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수영> - 나의 이야기.

나의 MBTI유형은 ENFP.

ENFP 유형이 가진 특징 중 에서 내가 요즘 많이 인용하는 문구 하나가 있다.


"나는 내가 참 좋지만,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너무나 공감되는 말이어서, 슬며시 웃게 된다. 나에게는 분명 '나 잘난 맛'이 있고, 그와 동시에 '자기 비하'가 있다. 나의 감정 곡선은 대부분 그 양극단을 오가는 편이다. 스스로를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하기만 했다면 조금 재수 없는 유형의 인간이 되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헛점도 모자란 점도 너무 많은 데다가 그런 스스로를 잘 알고 있어서, 진심으로 내가 좋았다 싫었다 하는데... 그중에서도 오늘의 글 주제는, '모자란 나'에 대한 부분이다.


나는 운전과 수영을 못한다.


이 시대를 살면서,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 두 가지가 결핍된 유형의 어른이다. 언젠가는 배우게 될 줄 알았다. 누구나 배우면 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살다 보니 둘 다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다. 그중에서 운전은 그나마 대체되는 핑계가 있다. 해외에 살고 있고, 대중교통을 사랑하고, 이동 중에 신경 쓰고 싶지 않고... 뭐 등등. 그래서 몇 번 시도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수영은, 조금 다른 이유로 습득하지 못했다. 체질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선천적으로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균형감각에 문제가 있는데, 물속은 나의 그 모든 신체적 결함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여 경험하게 해주는 공간이다. 두려움을 넘어선 공포가... 있다. 전문적으로 교육기관에 가서 배워본 적은 없지만 그 어떤 전문가도 나를 어찌하지 못할 거라는 '비상식적인 굳건한 믿음'이 나에게는 있다.(비상식적인 건 안다... 네네, 안다고요...)  


이 나라(베트남)의 아파트마다 있는 수영장에 몇 차례 들어가 시도는 해보았지만 가슴까지 오는 깊이의 물속에서도 걷다가 기우뚱이라도 하는 날이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나를 덮친다.

잠시 수영을 배울까 몇 번 시도를 했을 때, 갑자기 몸이 둥실 뜨는 경험을 했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헤엄을 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두둥실, 내 몸이 물결을 타고 쑤욱 솟아오르는 순간... '아, 수영을 할 줄 알면 좀 하늘을 나는 기분과 비슷하겠구나.'라고, 0.001퍼센트 정도의 체험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500퍼센트의 공포가 나를 덮쳐서... 거기서 스톱. 다시는 수영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수영을 못하는 건 의외로 많은 상황에서 나를 어리석은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나는 바닷가를 걷기만 하고, 호텔 수영장에서는 비치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며 맥주 한잔 마시는 것이 그곳을 가장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매번 비행기를 탈 때마다 생각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구명조끼를 입더라도 나는 아마도....... 으음.


***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만나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 있다.

'누군가가 하는 일이라면, 나도 결국은 가능한 일이야. 떨지 마.'

그 마음으로 인생에서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해냈다.


그런데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막연히 느낌을 상상하며 부러운 마음으로 동경하는 일이 겨우 '수영'이라니. 만약 수영을 할 줄 알게 된다면, 나는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속을 둥둥 떠다니는 건 나를 매우 자유로운 생명체처럼 느끼게 해 주리라는 동경은, 막연히 상상으로만 그려온 일이어서 매우 커다랗고 커~~~어~~다랗다. 그 동경의 크기가 이렇게나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하지 못한 나의 두려움 또한... 더더더~ 크다는 이야기.


이 글의 끝이 '나는 결국 수영에 도전할 것이다'라면 참으로 바람직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별것 아닌 취미생활'인 그 일을, 나는 아마도 영영 못해보고 이 생을 마감하리라는 예감이 있다. 다음에도 바다를 가면 나는 바닷가를 걸으며 조개껍데기를 줍고, 비치타월 위에 앉아 맥주나 홀짝일 것이다.


그런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인정하면서도 바꾸지 못하며 살아가는, 그런 내가 별로였다가도 가끔은 이런 내가 좋은, ENFP 유형의 삶을 산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이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은, 크게 변화없이 진행될 것만 같다.



* 글: 나영 / 인스타그램 @etesian_wind

* 그림: 찰스 / 인스타그램 @slz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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