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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Mar 17. 2021

LP를 모으는어른이 되고싶어.

<LP, 또는 Vinyl> - 소녀의 이야기.

누군가의 집에 턴테이블이 있고, LP판을 모으는 취미가 있다고 하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좋아하는 가수 '콜드'의 사무실 투어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다. 미술관 같이 꾸며놓은 사무실 투어를 하던 중, LP가 가득 꽂힌 장을 소개해 주었다. 파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LP들을 자랑하는 콜드의 모습이 좀 더 특별해 보였다. 나도 꼭 나중에 멋진 스튜디오를 꾸며서 LP로 가득한 책장 하나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주 전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좋아하는 밴드가 한정판 LP를 제한된 시간에 판매하고 있었다. 해외 인디 락 밴드로 인지도가 높은 밴드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LP는 아주 짧은 시간에 팔렸다. 판매 안내 공지를 보자마자 엄마한테 '나 이거 갖고 싶어'라며 메시지를 보냈지만, LP는 엄마가 그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벌써 ‘Sold out’이 되어 버렸다. 아쉬웠다. 시중에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LP는 중고마켓에서 가격이 5배 넘게 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날에야 내 메시지를 확인한 엄마는 나중에 성공하면 중고마켓에 파는 비싼 LP 정도야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턴테이블과 LP 특유의 빈티지 감성에 나는 아주 커다랗게 끌린다.  나는 지금 프랑스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공부 중인데, 내가 언젠가 파리에 간다면 내 방에는 무조건 LP플레이어를 하나 둘 것이다. 그리고 파리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LP를 사서 모아야지. 인터넷으로 나는 벌써 원하는 LP플레이어 모델을 골라놓았다. 크림색 박스의 귀엽고 깔끔한 모델이다. 그 사진을 보며 대학생이 된 내 방을 상상해본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원하는 파리에 있는 대학에 붙은 뒤, 과외로 열심히 모은 돈으로 LP플레이어를 사는 것이다. '겉멋'만 든 것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상해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어른, 그리고 대학생이 된 내가 파리의 아파트 기숙사에서 턴테이블에 좋아하는 밴드의 LP를 올려놓고 볼륨을 살쩍 높인 채 창문 밖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나의 소소한 바램, 그리고 꿈이다.



* 글, 그림: 찰스/ 인스타그램 @slz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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