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일기를 끄적이고 책을 좀 읽다가 나와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시간 뒤,
나는 이런 풍경을 보고 있었다.
여행을 오기 전날, 퀴년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던 터라 유튜브 영상으로 퀴년 여행 정보를 조금 찾아 보았는데, 출근준비 중에 대충 보느라 기억에 남는건 별로 없고, 키코비치라는 곳 하나가 기억에 새겨져 있었다. 사실 점심 즈음까지도 별 생각이 없다가.. 밋밋하게 쉬다가 가면 조금 아쉬우려나? 싶어 그랩으로 확인해보니 택시를 불러서 가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랩을 불렀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 아저씨는 구글 번역기를 열어 나에게 끝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기본적으로 미용실과 택시에서 많은 질문을 받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
이러면 곤란한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나에게 정보를 주고싶어했다. 그러면서 배를 타고 가는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육로로만 가는줄 알았는데? 하고 내가 찾았던 블로그의 사진을 보여주니 육로로 가는 버스는 이제 운행을 하지 않는다며.. 배를 타고 가야하고, 그걸 싸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30분 뒤쯤.... 나는 구명조끼를 입고 쾌속정 배에 앉아 바다를 가르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배에 나 혼자였다. 그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든 것은 사실이다.
나는 뭘 믿고 택시기사의 말에 홀려 이 배를 탔을까?
나는 수영도 못하는데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는건 아닐까?
새우잡이로 팔려가면 어쩌지? 나이가 많아도 그런데 가서 쓰여지나?
배를 타고 지나가는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살짝 겁이 났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손을 달달 떨며(배가 흔들린 건지 내 손이 떨린건지) 언니에게 톡을 남겼다. 나 소식없으면 찾아야한다고.
잠시 후, 배를 운전하던 아저씨는 나를 어느 해안가에 내려주었고, 나를 반겨맞아주는 또다른 아저씨는 3시가 되면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하나 쥐어주고 나를 모래사장에 풀어주었다.
그곳이 키코해변이었다.
너무 덥고 뜨겁기도 했지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신기했다.
바닷물은 투명해서 바닥이 다 보일 정도였고 뜨거운 한낮의 해변이라 더 그랬겠지만 사람이 없어서, 내가 전세낸 듯 고요한 해변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혼자 있는데 텐션이 마구 올라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더운줄도 모르고 신나게 걸어다녔던 것 같다.
좋은 풍경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해변에서 떠오른 나의 사람들을 충분히 그리워하고, 내 삶에 함께 존재해주었음에 깊이 고마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