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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일은.

my mind

by write ur mind



우리는 내 마음 안에 들어와있지 않은 것에는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정작 아픈일들은 내 안에 있는 것들로부터 얻어진다. 내 안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수록 더 깊은 자국을 내어놓는 상처를 남긴다.


무언가에 의해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그것을 잊거나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차갑거나 단단하게 등돌린 그것을, 힘들고 어렵지만, 어떻게든 힘을 내어... 뒤에서 안아보고, 돌려세우고,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것으로 내 마음에 흐르고 흐르던 눈물이 위로받는 기분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상에 의해 상처받은 나를 위로하는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순간을, 그 상처자국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안간힘이었을 뿐.


내가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 내 마음의 눈을 가려놓는 일...

그게 결국 나 자신이 나를 치유하는 방법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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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알게 되었다.


열리지 않는 마음의 문이 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면,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들이 있다면....

한번쯤 가만히 그 앞에 서서, 혹은 기대어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는 걸.


그곳에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지나가고, 그림자가 길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기다리다보면.

그 정도의 시간을 한번쯤 견디고 나면...

문득 세상의 공기가 달라지면서 무언가를 알아차리게 되는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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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일은,

그래. 이제 되었어. 그냥 지나가. 보내줄 수 있어...

그렇게 말하게 되는 일도 있다는 것.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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