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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

my mind.

by write ur mind


친구가 결혼을 하고 얼마 뒤, 남편과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녀의 홈페이지에 여행기가 사진과 함께 올라왔고, 그 글의 끝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써 있었다.


"남편은 함께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소 감정 표현을 아끼는 편이고 다소 예민한 성격의 그녀였기에 그 문장에 담겨있는 따스함이 더더욱 커다랗게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친구가 참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함께 여행하기에 좋은 사람을 일생의 반려자로 만난 친구를, 마음 속으로 조용히 축복해주게 되었다.

함께 여행하기에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여행지에서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곳을 생각해두고, 사소한 귀찮은 일들을 생색내지 않고 챙겨주겠지. 지도를 보며 앞장서서 길을 찾아주고 다음 일정을 미리 생각해두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상대가 보고 느끼는 것들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가만히 기다려주기도 하는 사람일 것 같다.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너무 무리한 계획을 짜지도 않고, 여행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예상치 못한 일들 앞에서 잘잘못부터 따지거나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은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여행 기간 내내 모든 것을 다 같이 하려는 무리수를 두어서도 곤란하다. 상대의 감정과 컨디션을 섬세하게 잘 살펴주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속도와 거리를 잘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함께 여행하기에 좋은 사람이 아닐까.



이것은 여행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자신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더도 덜도 말고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 정도의 존재라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이란 삶의 축소판 같은거여서, 여행길에 함께 하고 싶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삶의 순간순간 의지가 되고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은 관계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니까.


잠시 바람을 쐬는 산책같은 여행이든,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어 지고 가야 하는 힘들고 긴 여행이든 간에 그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그 여행에 대해 치밀한 계획을 짜고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미리 잘 알아두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여행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


저 문장 속의 '여행'이라는 단어 대신 '삶'을 넣어보면. 과연 그보다 더 좋은 사랑의 표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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