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다시 돌아와 몸을 낮추어 보게 되는 꽃이 있다. 이 또한 인연이겠지 싶다.
작고 사소한 일에 늘 의미부여를 하며 사느라 가끔 마음이 지치고 약해지기도 잘하는 사람인데,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것을 감사해야 하는걸까.
그만큼 많이 보고, 살피고, 기억해두고 싶은 삶이 조각이 많은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써본다.
가끔은 이렇게 생겨먹은 내 마음 속이, 바쁘고 부지런히 살아야 할 삶에 불필요한 혹같은 것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게 되는 날이있다. 그런 날이면, 조금 쓸쓸해진다.
그래도 어쩌지 못하는 불치병같은 마음이어서. 그냥 끌어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나와 같은 시선으로 몸을 낮추어 작은 꽃을 보아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만나게 되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 이 쉽게 지치기도 잘하는 쓸쓸하고 어둑한 마음에 부딪쳐와 빛을 켜주는 것 같은. 그런 한 순간.
나와 마음이 닮은 사람을 이 생의 한가운데에서 결국에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 존재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말을 그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다른 시공간에서 내가 보고 있는 그 장면을, 그 순간의 그 느낌을. 분명 알아줄 거라고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런 확신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