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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봉봉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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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리 Jun 01. 2023

하와이에서 테니스를 치다

신혼여행이라 쓰고 전지훈련이라 읽는다

앞서 쓴 신혼여행기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테니스 치는 것을 좋아해 여행을 갈 때 종종 라켓을 들고 간다. 국내에선 서울과 경기뿐만 아니라 제주, 광주, 고성 등 전국 방방곡곡 테니스장을 도장 깨듯 다니고, 해외에 나가서도 그 도시의 코트를 찾아다니곤 한다. 라켓 한 자루만 백팩에 넣어 가면 되니 캐리하기 쉽고, 여행지에선 코트만 확보하면 운동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는 스포츠다. 규칙도 세계 공통이라 해외에서 현지 사람들과 칠 때에도 바로 게임이 가능하다. (서브 처음 넣을 때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건 유교국가인 우리나라에만 해당되지만..)


앞서 쓴 우리의 신혼여행기


퇴근 후 늘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웹툰을 보는 게 낙이었던 남편의 삶은 나로 인해 조금 고달파진(?) 것 같다. 좋은 건 함께 해야 한다는 투게더 정신이 투철한 나는 남편을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테니스를 배워볼 것을 계속해서 권유했다. 1년을 꼬신 끝에 드디어 라켓을 잡고 레슨을 받았고, 역시나 나처럼 재미를 붙이면 능동적인 인간이 되는 그는 이제 어디를 가든 나와 같이 테니스를 즐기게 되었다. 

우리는 베트남 북부도시 사파(Sa Pa)에 있는 동안 테니스를 세 번 쳤는데, 현지 클럽 회원들로부터 시원한 맥주와 꼬치도 대접받았다. 어디서나 현지인 같은 남편 [사진 ©봉봉리]
왼쪽부터 태국 방콕의 Simoorgh Tennis Academy, 강원도 고성의 공설운동장, 제주도의 서귀포테니스장 [사진 ©봉봉리]

신혼여행지를 하와이로 결정한 뒤 가장 먼저 찾은 것도 테니스 코트였다. 하와이의 테니스 코트란 코트는 다 찾아보고, 코트 위치에 따라 동선을 짜기도 했다. 그렇게 테니스 코트가 딸린 에어비앤비를 예약하기도 하고, 현지 클럽의 코트를 미리 확보 후 함께 칠 사람을 찾기도 했으며,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공원의 쩍쩍 갈라진 아스팔트 코트에서도 소화시킬 겸 한 게임 치기도 했다. 야자수 아래 그림 같은 코트에서 테니스를 팡팡 치고, 맑고 파란 하와이의 바다에 몸을 던지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총 13일의 허니문 기간 동안 6곳의 코트에서 7번의 테니스를 쳤다. 돌이켜보면 이건 신혼여행이 아니라 거의 전지훈련급의 운동량이 아니었나 싶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둘이 단식 게임을 7번 쳤으니, 우리 중 한 명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으리라.. (과연 그게 누구였을까?)


앞으로 나올 내용은 우리 부부가 가본 여섯 코트에 대한 정보와 팁이다. 우리처럼 하와이로 테니스 여행을 계획하는 이가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은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1. 우리 집 앞마당에 있는 그림 같은 코트 [Maui]

사진 ©봉봉리

사흘 동안 우리 집이었던 마우이의 에어비앤비. 아름다운 바다 바로 앞에 있는 고급 콘도이기도 해서 고르기도 했지만, 이곳을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테니스 코트였다. 이 콘도에 머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얼마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리셉션에서 코트가 비어있는 시간대를 확인한 후 바로 이용하거나 혹은 원하는 때를 미리 선점할 수도 있다. 라켓과 테니스 공도 빌려주니 그냥 몸만 가도 언제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하와이에 도착한 바로 첫날 해 질 녘에 이 코트에 처음 갔다. 긴 여행길이었음에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고, 콘도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눈 안에 들어온 꿈에 그리던 야자수 아래 하드코트를 보는 순간 지금 테니스를 쳐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리셉션에 코트를 이용하겠다 말하니 우리가 머무는 콘도의 동과 호수를 확인한 후 신분증을 맡기라 했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라켓만 들고 나와서 신분증을 깜빡했던지라, 남편의 스마트폰을 담보(?)로 맡아두었다. 리셉션에서 건네준 열쇠로 코트 자물쇠를 열고 들어서는 순간 기분 좋은 꽃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사진 ©봉봉리

코트 펜스를 따라 하와이의 이국적인 꽃과 식물들이 아름드리 늘어져 있었고, 해가 지면서 서서히 붉게 물 들어가는 초록 코트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코트 폐장시간은 땅거미가 질 때(at dusk)라고 적혀 있었는데, 우리가 그날의 마지막 이용자였다. 테니스를 치고 난 뒤 땀을 식히기 위해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카마올 해변(Kamaole Beach Park)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바다 저편으로 돌고래들이 점프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도 우리가 하와이에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그렇게 첫날이 저물어갔다.

사진 ©봉봉리
마우이 반얀 (Maui Banyan)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1면. 투숙객에 한해 이용 가능 (무료)
· 주소: 2575 S Kihei Rd O, Kihei, HI 96753
· 링크: https://abnb.me/QdXhThn8eAb



2. 마우이의 부촌에 자리한 테니스 클럽 [Maui]

사진 ©봉봉리

우리가 마우이에 나흘 동안 머물렀던 동네가 바로 키헤이(Kihei)인데, 마우이 섬의 여러 동네를 가기 제격인 위치여서 정한 것도 있지만 와일레아 테니스 클럽(Wailea Tennis Club)과 가까웠던 것도 한몫했다. 집에서 10분 정도 차로 가면 나오는 와일레아 빌리지(Wailea Village)는 안다즈, 매리어트, 포시즌스 등의 고급 호텔과 팬시한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는 부촌이었다. 빌리지 초입부터 깨끗하게 잘 정비된 도로와 멋진 조경이 와일레아에 왔음을 알린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매튜가 그의 단골 식당이라며 추천해 준 와일레아 빌리지 안에 있는 멍키팟 키친(Monkeypod Kitchen)에서 점심을 먹은 후 코트로 넘어갔다. 

사진 ©봉봉리

와일레아 테니스 클럽은 로컬 클럽임에도 외부인에게 열려 있으며, 미리 신청하면 함께 테니스 게임을 칠 수 있는 현지 사람들도 매칭해 주고 원데이 레슨 또한 받을 수 있다. (*참고로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빅 아일랜드의 시사이드 테니스 클럽(Seaside Tennis Club)은 클럽 회원이나 마우나케아리조트 투숙객들에게만 오픈되어 있다.) 나는 일찍이 한국에서부터 와일레아 테니스 클럽의 코트를 예약하고 매칭 프로그램도 신청했는데, 주중 대낮이어서 그런지 매칭된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코트에 갔을 때 작열하는 뙤약볕 아래 테니스를 치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하와이에 있던 13일 중 가장 더운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식 한 게임 치니 금세 볼따구에 열감이 올라오는, 유독 푹푹 찌는 날씨였다.

그렇게 쉬다가 치고 쉬다가 치고를 반복하는 우리 코트 뒤편으로 학교를 마친 후 테니스 치러 온 어린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은 코트가 잘 보이는 잔디에 앉아 서로 인사하며 수다를 떨었다. 우리 옆 코트에는 퇴근하고 모인 듯한 성인 남성들이 복식 게임을 아주 신명 나게 하기 시작했고, 센터코트에서는 일대일 레슨이 한창이었다. 텅텅 비었던 11개의 코트는 우리가 떠날 즈음이 되니 모두 만석이 되었다. 더위 제대로 먹은 우리는 클럽 리셉션을 겸하고 있는 테니스 샵에서 코코넛 워터를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래도 갈증이 가시지 않아 근처 해변으로 바로 직행했다. 마케나 랜딩 공원(Makena Landing Park)의 시원한 바다에 뛰어드니 그제야 뜨거웠던 몸이 식기 시작했다. 오늘의 레슨! 뜨거운 태양이 직빵인 때엔 과격한 운동은 자제하자.

사진 ©봉봉리
와일레아 테니스 클럽 (Wailea Tennis Club)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11면. 90분 대여 시 28달러
· 코트 예약 및 매칭 신청: +1-808-879-1958
· 주소: 131 Wailea Ike Pl, Kihei, HI 96753
· 링크: https://www.waileatennis.com



3. 테니스 코트로 변신한 코나의 옛 공항 [Big Island]

사진 ©봉봉리

빅 아일랜드에서 보낸 일주일의 시간 동안 우리는 서쪽의 코나(Kona)에서 동쪽의 힐로(Hilo)로 이동하며 여행을 했다. 코나와 힐로를 제외하곤 어떻게 보면 다 깡촌 같은 곳들이라 테니스 코트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코나 북부에 정말 그림 같이 멋진 테니스 코트도 발견했지만, 그곳은 앞서 언급한 대로 마우나케아리조트의 투숙객이거나 그 클럽의 회원이어야만 코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하루 정도는 리조트에 투숙도 고려해 볼 만했겠지만, 우리는 빅 아일랜드에서는 퍼블릭 코트 세 곳을 찾아 이용했다.

마우나케아리조트 안에 있는 시사이드 테니스 클럽(Seaside Tennis Club). 클럽 회원이나 리조트 투숙객들에게만 오픈된다. [사진 ©Mauna Kea Resort]

첫 코트는 바로 우리의 코나 에어비앤비 근처에 있던 올드 에어포트 테니스 코트(Old Airport Tennis Courts). 1970년대에 현재의 코나 국제공항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활주로로 쓰이던 옛 공항 터에 지어진 테니스 코트다. 1976년에 이 터를 공원으로 개조하기 전까지는 1,200미터의 오래된 옛 활주로에서 가끔 카 레이싱이 열리긴 했지만, 인적도 드물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하와이 카운티에서 잘 관리하는 올드 코나 에어포트 주립 휴양지(Old Kona Airport State Recreation Area)로, 거북이들의 쉼터가 되는 해변 공원과 더불어 코나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야구장, 축구장, 테니스장 등의 스포츠 공원으로 쓰임 받고 있다.

사진 ©봉봉리

우리가 갔을 때는 4개의 하드코트 중 2개가 비어 있었는데, 우리가 테니스를 치고 있다 보니 하교 후 테니스팀으로 활동하는 듯 보이는 어린 여자 친구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우리가 소리를 치면서 너무 힘겹게(때로는 처절하게..) 단식 게임을 하고 있으니, 훈련 중에 우리 코트를 계속해서 쳐다보며 생긋 웃어주었다. 게임을 마치고 떠날 때 코트 철문에 붙어 있는 종이를 보니, 일주일 중 정해진 시간에 근처의 학교에서 몇 번 코트를 사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도 언젠가 제2의 세레나 윌리엄스가 나오겠지?

올드 에어포트 테니스 코트 (Old Airport Tennis Courts)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4면. 무료. 예약은 불가하며, 코트가 비어 있으면 칠 수 있다. 저녁 9시까지 오픈되며, 조명도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 주소: 75-5506 Kuakini Hwy, Kailua-Kona, HI 96740



4. 시멘트 바닥이지만 괜찮아! 쩍쩍 갈라진 키아우 공원 [Big island]

사진 ©봉봉리

키아우(Keaʻau)는 빅아일랜드의 볼케이노 빌리지(Volcano Village)에서 힐로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동네인데, 마땅히 장 볼 곳이 없는 빅 아일랜드 남부에 우리가 사랑하는 마트 푸드랜드(Foodland)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볼케이노에서 30분가량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 볼케이노의 에어비앤비가 너무 좋아서 집 밖으로 나가지 말자 약조하고 이곳 키아우에 있는 푸드랜드에 식량을 털러 갔다. 장을 보고 나오는데 마트 바로 앞에서 발견한 테니스 코트! 배도 부르겠다 즉흥적으로 게임 한 판 하기로 하고 테니스화로 갈아 신었다.


어린이 공원인 키아우 쉽먼 파크(Keaʻau Shipman Park) 안에 있는 2면짜리 테니스 코트. 하지만 테니스 코트라는 말이 무색하게 군데군데 쩍쩍 갈라져 있는 시멘트 바닥인 데다가, 심지어 크랙 사이로 잡초도 자라고 있었다. 균열이 생긴 바닥에서 공도 잘 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딜 가든, 뭘 해도 좋은 허니문 기간 아닌가. 우린 그저 게임 한 판 하고, 이번 게임은 누가 이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게임은 분하게도 남편의 승리로 끝이 났다.

키아우 쉽먼 파크 (Keaʻau Shipman Park)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2면. 무료. 코트가 비어 있으면 누구나 칠 수 있다. (그런데 늘 비어 있는 듯하다..)
· 주소: Keaau-Pahoa Rd, Keaau, HI 96749



5. 약간 음침해서 경계하게 되던, 힐로의 로카히 공원 [Big Island]

사진 ©봉봉리

빅 아일랜드에서의 마지막 종착점, 힐로. 아카카 폭포에서 하이킹을 하고 마지막 에어비앤비로 가는 길목에 구글 지도에 별 표시를 해둔 테니스 코트가 근처에 있길래 들렀다. 바로 로카히 공원(Lokahi Park) 안에 있는 코트. 로카히 공원은 하와이대학교 힐로 캠퍼스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테니스장뿐만 아니라 축구장, 농구장 등이 있는 꽤 큼직한 공원이다. 그런데 공원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약간 한산하다 못해 음침했고, 코트로 걸어가는 길에 있는 화장실에는 노숙자가 있어 남편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친구들이 테니스 코트 바로 옆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들도 괜히 경계하게 되더라.

사진 ©봉봉리

키아우의 공원 코트만큼은 아니었지만, 이곳도 컨디션이 영 좋진 않았다. 곳곳에 균열이 가있던 콘크리트 바닥에서 게임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남편도 나도 단식 게임을 하는 도중에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가 털리지는 않을지, 자꾸만 우리를 힐긋 바라보던 노숙자가 우리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어떻게든 우리는 게임 한 세트를 마쳤고, 이곳에선 나의 승리로 끝이 나며 이제까지 우리가 한 여섯 게임에서 3 대 3, 동점을 기록했다. 이제 마지막 경기가 진행될 오아후 섬의 코트 하나만이 남았다.

로카히 파크 (Lokahi Park)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2면. 무료. 코트가 비어 있으면 누구나 칠 수 있다. (그런데 늘 비어 있는 듯하다..)
· 주소: 126 Lokahi Pl, Hilo, HI 96720



6. 다이아몬드 헤드를 보며 테니스를 즐길 수 있는 코트 [Oʻahu]

사진 ©봉봉리

오아후 섬을 마지막 여행지로 결정한 이유는 쇼핑이 컸다. 허니문인지라 사야 할 선물도 많았는데, 가장 번화한 섬이라 아웃렛이나 대형 쇼핑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니스장도 호놀룰루를 비롯해 섬 곳곳에 꽤 많이 있었다. 그중 원래는 알라 모아나 해변(Ala Moana Beach)에 있는 테니스장을 가려했으나, 동선이 맞지 않아 다이아몬드 헤드 앞 카피올라니 공원(Kapiʻolani Regional Park)에 있는 테니스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오아후 섬 동쪽에 있는 화산의 분화구로, 호놀룰루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어 하와이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다이아몬드 헤드가 눈앞에 거대하게 자리한 테니스 코트라니! 심지어 누구에게나 무료로 오픈되어 있는 퍼블릭 코트다.

코트를 둘러싼 야자수 나무들 [사진 ©봉봉리]

4개의 하드코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곳은 이미 사람들로 차있었다. 확실히 마우이나 빅 아일랜드처럼 널널하진 않았다. 하와이 인구의 절반이 이곳 오아후 섬, 특히 호놀룰루에 몰려 있기 때문에 코트도 다른 곳에 비해 붐비는 편이었다. 우리가 비어 있는 코트에 들어가 테니스를 치기 시작할 즈음 벌써 옆에서 게임이 끝나길 기다리며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대기를 하고 있으면 네 코트 중 제일 먼저 왔던 코트의 사람들이 곧 자리를 비켜주었다. 우리도 한 시간 동안 하와이에서의 마지막 게임을 쳤고, 대기하고 있던 한 엄마와 아이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진 ©봉봉리

해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바람이 조금 많이 불기는 했지만, 그 어디보다 하와이스러운 테니스 코트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테니스를 친 뒤 다이아몬드 헤드부터 쭉 길게 이어진 와이키키 해변의 거리를 꽤 오래 걸었다. 하와이 바다로 지는 노을의 모습을 남편과 손 잡고 걸으며 천천히 눈에 담았다. 아, 그래서 결국 마지막 게임은 누가 이겼냐고? 분하지만 총 4 대 3으로, 남편의 승리로 끝났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하와이에서 자기가 이긴 이야기를 자꾸만 꺼낸다.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해서 이 얘길 꺼낼 것 같다. 10주년 때 다시 하와이에 가기로 약속했으니, 그때 붙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질 거다!

저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는 와이키키 해변 [사진 ©봉봉리]
카피올라니 공원 (Kapiʻolani Regional Park Tennis Courts)
· 코트 정보: 야외 하드코트 4면. 무료. 테니스화를 꼭 신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는 경우 1인 연습은 불가하다. 워밍업 시간을 포함해 한 팀 당 총 45분 동안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 주소: 2686 Kalākaua Ave, Honolulu, HI 9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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