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음악 사이

일에 대한 환상과 낭만만 좇는 이상주의자

by 연재

종종 친구들은 나의 글을 읽으며 신기해했다. 극히 적은 빈도로 말하는 내가 '글' 속에서는 생각보다 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나는 말을 잘 못한다면 글로 써보자고 생각했다. 일기장에 쓰는 하루 동안의 단상을 조금 더 문학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동아리 멤버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글로 생각을 전하는 걸 즐겼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재미를 붙이며, 사회로 나간다면 장차 하고 싶은 직업으로 카피라이터를 생각했다. 짧은 문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며 막연히 광고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고등학교 시절 창작 연극을 무대에 올리던 연극부 활동을 하며 내 이야기가 작품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을 알게 되었기에 광고인의 일도 함께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한편 누구에게 배우진 않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고등학교 시절 유치하고 독창적인 짧은 음악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나는 대학에 들어가면 꼭 자작곡을 만들어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광고와 음악은 대학생활 나의 꿈을 대변하는 것들이었다.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교내 밴드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 정기일정을 가지는 대학생연합광고동아리 활동을 했다. 밴드부에서는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단이 빛날 수 있게 서포트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이었고 광고동아리에서는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거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웹미디어팀 PD의 역할이었다. 거기에 광고전시회 기획단을 하며 대학생활은 동아리 활동만으로 빠듯했다.


낭만주의자들이 모인 듯한 밴드 동아리 사람들과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며 기업과 협업하는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광고 동아리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간극은 컸다. 함께 있으면 서울에서 만난 가족처럼 편안한 밴드부 사람들과 미래를 준비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서로 자극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광고 동아리 사람들. 나는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 나는 자작곡을 만들어 결국 대학가요제에 나갔고 공연하는 친구와 그림 그리는 친구들을 모아 학교 앞 대학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방을 붙이고 조직을 구성하고 각자의 책임과 역할에 따라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일을 벌였다. 학교 안과 밖의 유휴공간을 찾아다니며 새롭게 공간의 가능성을 여는 공연과 전시, 그리고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을 만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안에는 광고도 있고 음악도 있었다.


대학교 4학년 시절, 하라는 취업 준비는 안 하고 일 년 내내 하고 싶은 일만 벌여왔던 나는 광고와 음악 사이에서 흘러들며 배운 것들을 적용하며, 만난 인연들과 함께 공간과 재능, 지역과 청년을 이어나가는 실험을 했다.


광고계에도 음악계에도 내가 온전히 마음에 드는 일은 없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에서 화려한 듯 보이는 광고계의 이면에는 철저히 돈의 논리와 성과에 따라 치열히 경쟁하는 삶이 있었고, 실력은 물론 매체 노출과 운도 따라 주어야 하는 음악계는 1% 를 제외하고는 지속가능하지 못했다.


내가 찾고 있던 '나다움'에는 언제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걸어온 삶의 궤적이 여러모로 연결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인디뮤지션의 창작재능과 로컬 브랜드를 연결해 로고송을 만들어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광고와 음악 사이의 연결고리가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일로 연결되었을 때 희열을 느꼈다.


광고를 공부하는 대학생은 광고 콘텐츠 창작 경험을, 브랜드 마케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은 로고송과 홍보영상을, 공연 외 창작재능 자체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교육과 콘텐츠 선물을 전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아티스트. 이런 순간들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돈이 되느냐 보다는 의미가 있느냐.

유명한 브랜드나 연예인보다는 언더독들의 연결이 만들어 나가는 가치.

작은 존재들의 연결 속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이상주의자의 마인드.


이런 나만의 딴짓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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