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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 레이

혁명과 낭만의 유체 과학사

by 효문

일단 판타 레이(panta rhei)가 무슨 뜻인지부터 짚고 가자. '판타 레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유명한 언명으로 '만물유전' 즉 '모든 것은 흐른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흐르는 유체와 같이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물체가 '물, 불, 공기, 흙'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4 원소를 제시했다. 그리고 우주와 행성 같은 천제는 제5원소라 불리는 '유체 에테르'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후 2,500년 동안 과학과 기술은 유체 역학에 근거해 발전해 왔고, 수많은 철학자와 수학자, 과학자들이 물리 현상을 '유체의 보텍스(vortex, 소용돌이)'로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과학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에서 유체들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 이론이 확산되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이 정립된 이후 유체에 대한 연구는 과학사의 커튼 뒤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체역학은 여전히 현대 사회의 중요한 구조와 흐름을 이끌고 있고,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유체역학의 역사'를 밝히고 있다.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았던 시대와 삶에 대해서 알아야 하듯이,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과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문과생에게는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책이다. 이해가 되는 것보다 안 되는 내용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통해서 바라보는 역사'는 새롭고도 흥미로워서 몇몇 부분만 인용해 본다.


보텍스(vortex, 와류, 와동, 소용돌이)를 그린 명화로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유명하다. 바람의 신이 바람을 일으켜 비너스를 육지 쪽으로 보내는데, 여신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은 켈빈 - 헬름홀츠 불안정성으로 생긴 물체 뒤의 보텍스 흘림으로 인한 현상이다. 아마 미술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을 묘사한 작품일 것이다.

- 위에 있는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 저자는 이런 설명을 붙여 놓고 있다.



레볼루션은 천체의 회전을 의미한다.
레볼루션이 혁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출판되던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부터이다.



이처럼 원래 천문학 용어였던 '레볼루션'은
코페르니쿠스 이후 '혁명적인 변화'라는 의미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코페르니쿠스의 '레볼루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명명했으며


토머트 쿤은 이를 다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부르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사용했다.



코페르니쿠스 시절만 해도 인간의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천문 관측이 중요했지만, 데카르트는 인간의 생로병사가 우주의 자연법칙과 연결된다는 막연한 믿음에 불과한 일원론적 세계관을 거부했다. 대신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영혼의 영역과 반드시 직접적인 인과율이 존재하는 물질의 영역을 구분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도입한다. 이 시점부터 비로소 과학은 종교와 신비주의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심포지엄의 어원인 '심포시온'은 그리스어로 '같이 마시다'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지성의 발달은 바로 이 '심포시온'에서 비롯되었다. 그리스 지식인들은 밤새 와인을 마시며 인간 본성과 우주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 런던에 커피 하우스가 유행하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근대 물리학적 성과들이 자연철학의 이름으로 논의된다. 단돈 1 페니만 내면 커피 하우스에서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시며 이 논쟁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커피하우스를 페니대학이라고 불렀다.



1825년 왕립 연구소 회장에 오른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크리스마스 강연'을 시작한다. (...) 패러데이는 새로운 크리스마스 강연에서 양초 한 자루에 불을 밝히며 이와 연관된 화학반응, 연소와 열 그리고 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리 현상을 어린이들에게 설명했다. (...) 양초 강연에서 패러데이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어떤 다이아몬드가 양초처럼 빛날 수 있을까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은 어두움에서 빛을 발하는 양초의 불빛 덕분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양초가 비추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양초는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지요." 그리고 강연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나는 여러분이 양초처럼 빛나길 바랍니다. 여러분 세대가 이웃에게 빛을 발하며 인류에 대한 의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면 오늘 양초의 아름다움에 대한 강연은 보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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