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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K Aug 24. 2019

1.5. 서른둘 여자, 스물여섯 남자 - 안부

"잘 잤어요?" 설렘의 시작


"잘 잤어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밥 잘 먹었냐, 잘 잤냐, 잘 있었냐.' 이러한 안부의 말은 쉬운 말들 이어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일상에 "잘 잤어요?"라는 인사를 들어본 지 오래였다.

 내 나이 서른둘. 세상을 핍박하게 살아서였을까 사람을 만날 때 의심부터 하게 되는 나였다. 그에게도 그랬다. "날 왜 만나자고 하지? 나한테 진짜 밥을 사주고 싶나?" 혼자 고민을 하며 만나기도 전 나는 그에게 선을 그었다. 약속도 잡지 않았지만 나는 그와의 만남이 무서웠다. 아직 그를 믿지 못했고 그에게 마음이 있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의심 많던 내가 그에게 마음을 열었던 건 그가 물은 안부였다. "잘 잤어요?" 고작 안부의 인사였지만 그 말에 내 마음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시작되고 있었다. 어떤 책에서는 사랑의 시작은 고작 '밥 먹었어요?' '같이 밥 먹을래요?' 하는 소소한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했고 내 마음도 그랬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고, 이제는 매일 아침 나에게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잘 잤어요?"
"네, 잘 잤어요. 당신은요?"
결국 이 안부는 결국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었고, 내 안부 역시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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