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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an 07. 2024

해외 근무에서 마주한 저항 세력 극복 방법-이면지전략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 


싱가포르 기업 CEO의 제안으로 해외 취업을 결정하고 말레이시아로 날라 갔다. 내가 근무할 곳은 말레이시아 지사였고, 그곳에서 시작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말레이시아 지사 사무직군에는 말레이시아 현지 인력과 함께 싱가포르 본사에서 파견 나온 인력이  함께 일 하고 있었다. 이웃 국가이고,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화교계였고, 서로를 그다지 외국인처럼 대하지는 않았다.

제조 현장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넘어온 외국인 노동자도 있었다. 

사무직군으로 그나마 먼 곳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는 그 기업에 딱 두 명이었다. 태국 지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다케시, 그리고 말레이시아 지사에 근무하게 된 나 한국인. 

태국 지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다케시는 직급도 나보다 높았고, 엔지니어 출신으로 나보다 역량 있는 인력이었다. 사실 난 일본인이란 이유 만으로 별다른 이유 없이 다케시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  

내가 처음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마주한 사람들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한국에서 온 여성 인력은, K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여성이라고 여기는 듯 나를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아무래도 한국이 말레이시아 보다 좀 더 잘 산다면 잘 사는 나라다 보니, 왠지 모를 나를 좀 더 호의적으로 대하는 느낌이었다. 이는 우리가 흔히 개발 도상국에 가게 되면 거저 얻게 되는 특권이다. 

물론 우리가 우리보다 더 잘 사는 국가나 백인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수민족으로 이유 없이 차별적 상황을 겪게 되는 것과 반대의 개념이다. 

하지만 예상 못한 한 명의 안티가 있었다.

내가 그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칭이라는 화교계 말레이시아 매니저였다. 

그동안 본인이 해 오던 업무를 나에게 넘겨주려고 하니 본인의 업무를 잃는 듯 여겼다.

싱가포르 CEO는 칭에게 한국 관련 업무를 모두 나에게 넘겨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칭은 차일피일 미뤘다.

야근을 하는 날, 사무실에 칭과 나 둘이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칭의 태도에 화가 난 나는 “언제 나에게 관련 인수인계를 해줄 거냐” 고 물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칭은 본심을 드러냈다. 

“내가 왜 너한테 나의 일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칭은 내가 자기의 일을 뺏어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CEO에게 이 일을 보고 할까 생각도 했지만 사실 칭은 CEO 가 부임하며 데려온 CEO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다. CEO는 오랫동안 칭과 함께 일을 해왔기에 사실 나보다 그를 더 신뢰할게 뻔했다. 

난 업무 파악을 해야 했고, CEO에게 이 상황을 보고하기 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내가 업무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은 이면지 활용이었다.

당시 사무실에서는 프린트가 잘못되거나 필요 없는 이면지가 생기면 각자 가져와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 프린트를 잘못하거나 필요 없게 된 프린트물들은 자기 책상 밑 어딘가에 두고, 메모지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온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일단 이면지가 나올 일이 없었고, 그래서 필요 없는 이면지에 업무 관련 메모나 정리를 해야겠다고 하며 돌아다니며 필요 없는 이면지를 좀 달라고 했다.   

프린트 옆에 있는 이면지를 모아둔 박스와, 여기저기서 얻은 이면지, 그리고 칭에게도 필요 없는 이면지를 조금씩 받아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 이면지 뒤에 있는 프린트된 내용들을 메일 확인하고 정리했다.

한 달 동안 조금씩 모든 이면지를 집에 가져와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정리했다. 한국 업체 거래 내역과 거래처 담당자, 견적 등 대부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국의 거래처에 새로 온 담당자라고 메일을 보냈다.

이후 한국 거래처는 당연히 한국인과의 소통이 편하니 모든 연락을 나에게 했고, 이후 관련 업무 창구는 내가 되었다.

칭은 내가 퇴사하는 마지막까지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 또한 칭을 마지막까지 경계하고 싫어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영업을 할 때도 나의 목표는 언제나 칭보다 더 많은 오더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경쟁심은 나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해외라는 낯선 곳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예상치 못한 저항 세력 칭은 나를 힘들게 했다. 

칭의 태도와 행동은 나를 힘들게 했지만, 분명 힘든 시기에 끈기와 오기를 가지게 해 준 중요한 동력원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에도 에너지가 존재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발산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반드시 부정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조직에 근무하게 되면 마주하는 현실처럼 해외에서도 처음 만나는 외국인에게 누군가는 호의적이고, 누군가는 무관심하고, 또 누군가는 이유 없이 싫어한다. 그런 저항 세력들의 방해를 마주하면, 그 에너지를 살려, 최적의 설루션을 찾아보자.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janekimjh&from=postList&categoryNo=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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