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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Feb 21. 2024

나라는 보석, 아이에게 바칠까, 세상에 바칠까?

경력 단절 후 재취업을 고민하는 경단녀들에게 묻는다. 

두 아이의 육아로 5년이라는 경력 단절 후 다시 나온 세상,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인다. 작은 실수에도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듯 그들은 나를 반기지 않는다. 이 세상이 새로운 건 아이뿐이 아니었다. 나에게도 다시 나온 세상은 낯설기만 하다.  내가 아이와 보내는 동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들 속에서 일 감각 사라진 아줌마는 순간순간이 괴롭고, 미안하다. 다시 나온 세상은 나에게 차갑게만 느껴진다.  


회의는 시작되고, 한동안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야기들이 오갈 때면 어느 순간 나는 아이 낳기 전 나의 모습을 떠올린다. 회의 중 나에게 눈을 맞추며 말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른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런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되다니… 자꾸만 가슴이 뭉클해져 그들과 눈을 맞출 수가 없다. 나를 진정시키고, 집중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다.  


사람들은 일을 위해 나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다. 나를 보고 업무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눈 맞춤에도 나는 마치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듯 가슴이 따뜻해진다.  5년간 매 순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소중해’라는 눈 맞춤을 받은 나는 어느새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며 이렇듯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그 어느 상황에서도 편안하지 못했다. 경력 단절은 잘 타던 자전거를 오래간 만에 다시 타듯 하염없이 핸들은 흔들리며 아주 작은 돌멩이에도 걸려 넘어진다.

  

그 순간 나는 기억해야 한다. 한번 배우면 잊어버리지 않는 자전거 타기처럼  자전거를 계속 탄다면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우리는 결국 다시 잘 타게 된다는 것이다.   

따뜻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말과 대우 속에서 허우적거릴지라도 지속한다면 우리는 결국 예전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사회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커리어는 보석 같은 나를 아이에게 바칠 수 있지만, 우리 아이가 살아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빛나는 보석이 되는 것이다. 나로 인해 세상은 더 환하게 빛날 것이며 그곳에 살아갈 아이는 좀 더 행복할 것이다. 

난 보석이라는 것,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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