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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미세공격 예방 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이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넘어

by 김지혜

많은 조직이 매년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한다.
법으로도 의무화되어 있고, 사회적으로도 기본 상식처럼 여겨진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 차원에서 “내 몸은 소중하다”는 내용을 배운다.

초등학생조차 “그건 성차별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인지 감수성은 높아졌다.

누구나 아는 상식처럼 되어 이제는 명백한 성희롱이나 성폭행 같은 큰 사건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리고,

이런 거대한 공격은 범죄에 해당된다는 인식이 강화되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말 한마디, 농담처럼 던진 멘트 하나, 묘한 분위기 속의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그 불편함이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 설명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넘어서 ‘미세 공격 방지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웃고 넘겼던 말들이 있다.

“여자가 무슨 그런 일을 해”, “남자가 울면 안 되지”, “여자가 왜 그렇게 축구를 좋아해?” ,“쟤는 여자치고 말을 참 잘하네” 이런 말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성별이라는 틀 안에 가두는 말이었다. 이런 말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농담이나 칭찬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미세 공격은 크고 노골적인 폭력이 아니다.
작고 반복되는 말과 행동 속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배제의 메시지다.


예를 들어 ;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 이는 한국에 오랫동안 살아온 외국인을 여전히 한국국민이 아닌 외국인으로서 대하는 말이다. 소속감을 저해하는 배제의 멘트이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나도 가끔 듣는 말이다. 마치 내가 살아온 시간이 경기도에서의 삶이 대구에서 보다 더 오래되었음에도 가끔 나오는 나의 사투리에 나는 이 질문을 받는다.

수원에서 왔다고 하면 "아니 고향이 어디시냐고요?"

경기도민러로 20년을 넘게 살았지만 다른 경기도민들은 마치 나를 이방인 취급한다.

“연세가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이런 걸 배우시다니 대단하세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배우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멘트이다.
“여자 치고 되게 논리적이네요”

여자들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멘트이다.

이런 말들은 누군가에게는 칭찬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나는 여전히 예외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남긴다.
그리고 반복될수록 내가 무언가 기본적인 상식과 분리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영향력을 가진 표현들이 바로 미세 공격이다.

미세 공격은 흔히 “그 사람은 너무 예민하다”라고 쉽게 치부된다.

하지만 미세 공격은 듣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말과 행동이다.
그 영향력은 즉각적이지 않고, 서서히 쌓여 나타난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에 갇히고, 본인의 능력과 가치를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역량을 묻어버리거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

따라서 미세 공격은 단순한 ‘예민함’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가 반드시 인지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미세 공격은 대부분 의도하지 않고 나온다. 선의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영향이다.


“그럴 뜻은 아니었어요”, “기분 나쁘게 들릴 줄 몰랐어요” 이 말들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듣는 사람이 불편하다면, 그 자체로 조정해야 할 문제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알려줬다면, 미세 공격 방지 교육은 ‘말이 가진 힘’과 ‘무심함의 결과’를 돌아보게 만든다.

미세 공격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의식에서 가진 고정관념이 미세 공격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습관과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과 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식을 통해 연습하고 자각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넘어서, 미세 공격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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