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골든 마이크 시즌 7 우승

by 김지혜

저도 제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영어 통역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내겐 낯선 일은 아니다.

교육 통역이나 세미나 통역이 주를 이루는 나의 업무는 수십 명 앞에서 강의를 통역하는데 익숙하다.


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좀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느 날 아이의 어린이 집 행사에서 몇 명의 엄마들 앞에서 간단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들 앞에 나가는 순간 가슴에는 천둥이 치고 내 입에서 나오는 게 말인지 발인지 기억나질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대중 앞에서 이야기 좀 하는 사람 아니었나? 왜 이러지?


내가 통역을 하면서 대중 앞에 서는 경우와 아닌 경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르다.


통역은 항상 다른 사람의 메시지만 전달한다. 내 의견을 넣지 않는다.

이야기의 질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교육 통역을 한다고 하면 그 교육이 재미있건 없건 상관없이 강사가 하는 말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통역사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전달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기승전결, 원인 결과, 전체의 그림을 그리려 머릿속에 생각하는 순간,

들어야 하는 내용은 훅 날아가 버린다.

" 죄송합니다.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통역으로서의 역할은 각 문장의 내용의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다. 내용의 앞뒤 상황이나 좋은지 나쁜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면 안 된다.

가끔은 논리적이지 않거나 방금 전 한 주장과 완전히 반대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어떤 땐 바로 의견을 바꾸어 버리는 고객의 의견을 통역하다 상대에게 통역을 잘 못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게 그 사람이 한 이야기라면 그대로 전달해야 하는 게 통역사의 일이다.


타인의 메시지를 오랫동안 전달하다 결국 난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다.

심지어 잘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대중 연설을 가르쳐 주는 기관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알게 된 모임이 토스트마스터즈(Toastmasters)였다.

토스트마스터즈*(TOASTMASTERS)는 회원들의 스피치와 리더십을 연습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는 국제 비영리 교육단체였다.

검색해보니 집과 가까운 곳에 일요일 오전 모임이 있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대중 앞에서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그 클럽 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연습할 수 있었다.

매주 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나의 대중연설을 연습하면서 통역사가 가진 몇 가지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첫 번째는 나의 스피치는 항상 너무 빠르다.

보통 통역을 하게 되면 고객들은 시간을 할당할 때 1.5배 정도만 고려한다. 즉 1시간짜리 강의면 30분 정도로 통역을 두는 경우가 많다. 통역 때문에 시간이 더 늘어진다거나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못알아 들어서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한다는 건 이미 통역을 잘 못한다는 이미지로 낙인 되기 쉽다.

고객의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통역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전달해주기를 원한다.


두 번째, 통역사는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스피치를 하면서 잠시의 침묵도 나는 불편하다.

예를 들어 연설을 하며 질문을 던졌다면 관중이 답을 생각하도록 잠시 침묵으로 기다려야 한다.

난 그 시간이 너무나 불편하다.

통역을 열심히 할 때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통역이 중간에 멈춘고 침묵이 있다는건 건 큰 사고다.

나를 쳐다보지 않던 관중도 통역을 멈추고 침묵이 흐르는 순간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통역 안 하고 뭐하세요?'라는 눈빛으로...

통역사에게서 침묵은 사고다.


나의 또 다른 문제점은 눈 맞춤이었다.

통역은 주인공이 아니다. 사람들이 내가 통역할 때 나를 쳐다본다면 발표자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통역할 때 관중이 나를 쳐다본다면 발표자나 강사에게 집중하도록 최대한 눈을 피한다.


통역사라는 직업은 대중연설에 있어 몇 가지 커다란 개선 사항들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내 이야기가 하고 싶다.

그렇게 4년간 꾸준히 대중연설(public speaking)을 연습하고 ‘골든 마이크’라는 일반인 연사 발굴 대회에

도전했다. 어떤 대회인지 정확하기 몰랐지만 나를 시험하고 싶었다.

본선 날,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선 진출자나 관중을 포함해도 누가봐도 난 그곳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었다.

본선 진출자들은 모두 친구와 혹은 팬들과 함께였다.

나는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주말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겨놓고 혼자 그곳에 갔다.

그날 난 경력단절 기간 중 힘들었던 나의 육아 이야기로 골든 마이크 시즌 7(2018년) 우승자가 되었다.

공감대가 없을 것 같은 육아와 재취업의 이야기는 모든이들이 공감하고 응원하는 연설이 되었다.


항상 타인의 메시지만 전달하던 내가 내 이야기로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감을 얻은 것이다.

사람들이 내야이기를 듣고 공감한다는 것은 통역을 잘했을 때와 완전히 다른 성취감이었다.

타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역업무도 나에게 큰 매력이었지만 내 이야기를 통해 얻은 공감은 정말이지 짜릿했다.

3068423156_AWpYitZg_399230163df74b22bc15d5529e1c7ae92811f29d.png 골든마이크 시민 연사 대회 시즌 7 우승

난 아직도 타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역 일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내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내가 통역을 한다면 나의 생각을 걸러내고 그 누군가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

또한 나의 생각과 이야기도 여전히 타인을 위해서 전달하고 싶다.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며 살아간다.

통역하거나 소통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스토리를 전달하며 통역과 같은 역할을 하거나 나의 스토리로 말하며 소통한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더라도 내 이야기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건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다.


누군가의 메시지가 소중해 지면 청중에게 통역하듯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내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 될 것이다.

그럼 언젠간 그 메시지는 나의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다.



https://youtu.be/9O_RsKQDrcY



https://blog.naver.com/janekimj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