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배불러요" 단번에 거절하는 레이첼!
외국인과 일을 하거나 친구로 지내다 보면 문득문득 사소한 섭섭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나의 성의를 거절당할 때, 마치 내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경우다.
외국에서 국제 콘퍼런스 참석 차 온 유럽 VIP 분들을 모시고 인사동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의 전통 기념품을 사고 싶어 하는 VIP 고객들을 위해 잠시 인사동을 둘러볼 시간을 가졌다.
외국인들이 쇼핑하는 동안 나는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렸다.
맞은편에는 붕어빵과 식혜를 팔고 있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붕어빵과 달달한 식혜!
외국인에게 좋은 추억이 될 만한 먹거리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외국인들에게 붕어빵과 식혜를 대접하고 싶었다.
따뜻한 붕어빵과 시원한 식혜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 외국인들이 오기 직전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사두었다.
쇼핑을 마치고 온 외국인들에게 붕어빵과 식혜를 내밀며 한국의 대표적 길거리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약간 주저하는 듯 하기도 하지만 다들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근데 레이첼은 “I am full, thank you(난 배불러, 괜찮아, 고마워)”라며 단번에 거절했다.
아니! 이럴 수가!!
내가 따뜻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대접하려고 줄을 서서 기다려 겨우 사놨는데 이렇게 황당하고 섭섭할 수가...
내 개인 돈을 들여 그들의 추억을 위해 준비했건만 성의를 봐서 먹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라면 조그마한 붕어빵 정도라면 배가 좀 불러도 먹어 보거나 정말 싫으면 그냥 먹는척하다 안 볼 때 버렸을 것이다.
왜 가끔 그렇게 외국인은 나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걸까?
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컬처코드]에서는 한 국가에서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다른 국가에서는 다르게 인식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실제로 동일한 정보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먹어온 붕어빵은 겨울이면 언제나 먹고 싶은 거리 음식이다.
천막을 치고 팔고 있는 붕어빵은 언제나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돈만 있다면 사 먹고 싶은 겨울 간식이다.
나에겐 맛있고 겨울이면 언제나 먹어오던 추억의 붕어빵은 외국인도 좋아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레이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들에겐 붕어빵의 추억은 없다.
붕어빵을 먹어본 경험도 없다.
그녀의 입장에서 붕어빵은 어떤 특별한 의미와 스토리도 없다.
그냥 길거리에서 구운 물고기 모양 빵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붕어빵의 첫인상은 어떠했을까?
일단 포장되지 않은 음식이다.
따뜻하긴 하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거리의 음식이다.
붕어빵 트럭이나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같이 산다고 하자.
나는 붕어빵 장수 아저씨가 뒤집는 붕어빵 틀을 보며 익어가는 붕어빵을 기다리느라 설렌다.
옆에 바삭하게 익은 삐져 나온 꼬투리가 많은 걸로 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눈에 보이는 건 나와 같을까?
그들은 붕어빵도 보고 있지만 아마도 트럭의 상태, 주위의 환경, 붕어빵 장수의 손, 장갑 등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거리의 음식에 탈이라도 날까 걱정이 밀려올 수 있다.
또한 서양인들은 팥이라는 곡물이 빵 안에 들어가 있다는 자체가 낯설다.
또한 밥으로 만든 주스, 식혜라니…… 더 이상할 수도 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가장 예의 바른 거절이 바로 ‘ I am full, thank you(배불러서 안 먹는다)’ 일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다면 잊지 말자.
나는 권할 수 있고, 상대는 거절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문화가 다르면 동일한 사물에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https://blog.naver.com/janekim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