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아시아의 음식들

비슷해서 좋아하고 달라서 빠져든다.

by 김지혜

한 반도체 관련 업체를 위해 독일에서 온 ISO 감사관을 통역한 적이 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한국 음식을 먹어 본 적 있는지 물었다.

내가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국음식이 기본적으로 맵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와,

두 번째. 종교상 아니면 개인적으로 먹지 않은 음식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독일 감사관님은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다고 하셨다.

한국음식도 먹어봤다고 했다.

한국음식을 먹어봤다고 하면 당연히 비빔밥, 김치, 바비큐(갈비) 정도는 안다고 생각한다.

메뉴를 정하려고 물어보니 한국음식과 일본, 중국음식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초밥을 한국음식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가 스시가 한국 음식이 아니라고 했을 때 상당히 당황했다.


유럽에서 한국 음식점은 큰 도시의 번화가가 아닌 경우 거의 아시아 식당이라고 해서 한국의 김치도 있고, 중국의 볶음밥도 있고, 일본의 초밥도 판다.

아시아 식당은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을 같이 팔지만 국가를 구분해서 팔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북유럽 요리와 동유럽 요리를 구분 못하는 거랑 같다.


유럽인은 그럼 이러한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을 구분할까?

아시아 지역을 많이 방문한 적 있는 사람은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음식으로만 알고 한국음식인지 중국음식인지, 일본음식인지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유럽인에게는 아시아 음식이란 밥을 먹고 젓가락을 쓰는 음식문화를 가진 동네로 인식된다.


우리는 이웃한 국가들에게서 끝임 없이 영향을 받고 또한 영향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음식 문화는 어느 나라 음식이라는 개념에 상관없이 이웃의 음식문화를 우리나라의 음식으로 즐기며 살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 짜장면은 보자.

짜장면은 중국 음식점에 가야 있지만 중국에는 없다.

겨울이면 거리에서 먹는 어묵, 오뎅은 원래 한국 것인지 일본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들 일본, 중국과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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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은 모두 쌀을 주식으로 하고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한국의 식탁은 많은 반찬들로 가득하다. 물론 우리 집은 일식 2~3 찬이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식사시간에 가장 놀라는 경우가 바로 한정식이다.

수많은 반찬들을 보고 감탄을 거듭한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한 번에 준비하는지 대단하다고 여긴다.

한정식에 오르는 음식의 반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다.

즉 김치, 장아찌, 마른 만찬 등은 만들어 놓고 조금씩 덜어서 먹는 음식이다.

매번 요리를 해서 먹는 문화를 가진 문화는 수많은 반찬수에 놀랄 수밖에 없다.


중국도 사실 바로바로 요리를 해 먹는 문화이다.

한국의 김치와 같이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미리 준비해 놓고 먹는 문화가 아니다.

차가운 요리(冷菜)가 있지만 애피타이저(전체요리) 개념으로 요리에 해당한다.


한국은 함께 먹고, 같이 먹고, 나눠 먹는다.

우리가 식사를 함께 한다면 내 것은 사실 국과 밥뿐이고 나머지 반찬들은 함께 먹는 우리의 음식들이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 반찬들을 상대와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있어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밥을 먹고 나면 더욱 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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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음식 문화는 함께 먹고 나눠 먹는다.

식탁 위에 금방 만든 음식들을 중간에 놓고 각자 덜어먹는다.

중국 식당 가면 회전 테이블을 쉽게 볼 수 있다.

회전 테이블을 돌려가며 내가 원하는 음식을 내 앞으로 당겨서 덜어먹는다.

얼마 전 대만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른쪽(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고 들은 바 있어서 오른쪽으로 돌려서 음식이 가까이 오도록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왼쪽으로도 돌린다.

대만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오른쪽으로 돌리는 게 편하고 그래서 다들 오른쪽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반대로 돌리기에는 손이 불편하니까,

꼭 오른쪽으로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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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함께 먹지만 같이 먹거나 나눠 먹지는 않는다.

함께 먹고 있지만 모두 각자의 그릇에 각자의 음식이 나온다.

그래서 유난히 일본의 가정에는 이런 작은 그릇들.. 우리나라에서는 집에서는 몇 개 없는 간장 종지 같은 그릇들이 많다.

일본 그릇가게에는 조그마한 예쁜 그릇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그릇을 세트로 구매한다.

그릇에 금이 가고 이가 나가서 한 개를 따로 구매했다.

그리고 누군가 한 명 만 다른 모양의 그릇으로 먹는다고 생각해보자.

왠지 특별 대우라고 하기에도 불편할 것 같고 차별 같기도 하고 뭔가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다.

적어도 밥그릇과 국그릇은 모두 같아야 그래도 맘이 편하다.

그릇에 이가 나가면 우리는 그릇을 못쓴다고 생각해서 버린다.

그래서 다시 세트로 전체 구매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중국 식당에 가면 이 나간 그릇을 그대로 사용한다.

처음 중국 호텔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가 나간 그릇이 앞에 놓여 있어서 그릇을 바꿔 달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가져온 그릇도 그다지 상태가 좋지는 않았다.

좋은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하지만 여전히 그릇은 오래되고 낡았다. 왜 그럴까?

중국은 식당의 전통과 역사를 중시한다. 5성급 호텔에서 조차 낡은 그릇을 주는 이유는 그 식당이 오랜 역사를 가졌고 그만큼 사랑받아 왔다는 전통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그릇은 더욱 귀한 그릇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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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밥을 먹지만 반찬과 먹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반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찬 없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일품요리는 비빔밥이다.

많은 반찬들을 놓고 먹는 문화에서 그 반찬들을 처리하고자 개발된 음식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일품요리는 초밥, 스시가 있다.

일본은 섬이라 아주 습하다. 그래서 밥도 오래 쉬지 않고 보관하기 위해서 식초랑 설탕 같은 것을 넣어서 초밥을 만들었다고 한다. 섬이니까 당연히 생선이 많다.


그럼 중국의 일품요리는 뭐가 있나?

바로 볶음밥!

옛날 중국 농민들이 많은 가족과 함께 좁은 부엌에서 빠르게 요리하고 골고루 야채를 넣고 그나마 저렴한 돼지기름으로 맛을 내어 그릇 하나에 나눠 먹기 좋게 하기 위해 고안해 낸 음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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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에도 볶음밥 있다. 한국의 볶음밥과 중국의 볶음밥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바로 계란이다.

중국은 계란도 같이 볶아 누구나 공평하게 계란을 나눠 먹을 수 있다.

한국의 볶음밥은 중국에서 건너오면서 그래도 한 명에 한 개의 계란을 오롯이 먹는 사치를 부렸다.

즉 일품요리는 반찬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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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다른 서민 음식 덮밥을 살펴보자.

일본에도 덮밥(돈부리)이 있다.

한국의 덮밥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본 사람은 덮밥을 비비지 않는다. 즉 덮밥 위에 음식을 반찬처럼 먹고 밥을 파서 먹는다.

그래서 일본의 돈부리는 위에 높여 있는 음식은 사이즈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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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은 덮밥을 비빔밥처럼 비벼 먹는다. 그래서 최대한 비비기 좋게 작게 잘라 나온다.

오징어 덮밥이나 주꾸미 덮밥이나, 제육이나 비비고 나면 비주얼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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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일본 친구가 한국에 와서 가장 충격이었던 게 비빔밥이라고 했다.

비빔밥이 너무 예뻐서 그 아름다움을 즐기며 하나씩 먹고 밥을 파먹고 있으니..

옆에 있던 친구가 왜 그래 먹냐면서 벅벅 비벼서 비주얼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다시 먹으라고 주었단다.

비빔밥은 비벼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


유럽의 뒷골목에서는 아시아 음식으로 퉁쳐 팔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음식은 비슷한 음식문화를 가졌지만 또한 다름을 알 수 있다.

김밥은 아직도 한국 유래설과 중국 유래설이 공존한다.

중국에서 유래한 볶음밥은 마치 한국 음식같이 느껴진다.

이웃의 음식은 이젠 우리네 일상의 음식이 되어 맛나게 먹고 있지만 자세히 드려다 보면 또 다름의 미학이 존재한다.

다름에는 그만의 이야기와 역사가 존재 한다.
우리는 비슷함에 끌리고
다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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