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비즈니스-코리안 타임은 몇분일까?

회의는 제시간에 시작하지만 끝나는 건 제시간에 끝나지 않는 한국 문화

by 김지혜

미국 IT 업체의 한국 대리점과 전시회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었다.

인도계 미국 업체인 이 IT 업체는 전시회 지원을 위해서 인도지사에서 2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전시장 인근 호텔에서 숙박하며 다음날 전시 준비를 위해 30분 정도 일찍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오전 9:30분에 로비에서 모두 만나서 같이 전시장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다음날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한국 대리점 사장님도 인도인들도 10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내가 시간을 잘 못 알았나? 만나기로 한 곳이 호텔 로비가 아니고 전시장이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연락을 취하려는 데 한국대리점 사장님께서 오셨다.

고객과의 전화가 길어져서 늦었다고 사과하신다.

그리고 5분이 더 지난 후, 약속시간보다 15분이 지난 뒤에야 인도인 두 명은 로비에 도착했다.

늦은데 대한 사과도 없고 미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영어로 잘 못 전달했나? 내가 이야기 한걸 못 들었나? 이상하네?’ 생각하며 내일 약속은 좀 더 확실하게 말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약속을 잡을 때 “내일 9:30분”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에도 9:30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꼭 시간을 지켜 달라고 했다.

인도인들은 끄덕끄덕하며 오늘 아침에도 9:30인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도 15분 늦게 나왔다.


마치 15분 늦은 건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몽골 공무원과 일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양한 개발 도상국 국가의 정부 공무원을 상대로 선진화 교육 통역을 담당했다.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 중, 유독 수업에 매번 늦는 국가가 있었다.

바로 몽골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미안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한국 교육 담당자는 몽골인이 늦은 사건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다.

예전에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시장에 간 적이 있는데 몽골인이 쇼핑 후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한 시간을 늦게 왔다고 했다.

당시 혹시나 길을 잃었나 해서 담당자는 시장 곳곳을 찾아다녔는데 한 시간이 지나자 쇼핑을 한 아름 한 몽골 사람들이 뛰지도 않고 여유롭게 걸어오고 있었단다.

말만 들어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화가 난다.


도대체 이들이 가진 시간의 개념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러한 시간적 개념의 차이는 아랍국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및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국가는 복합 시간(탄력적 시간)*문화를 가진 국가로 업무들은 유동적이며 기회가 발생하면 업무 순서는 수시로 바뀐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과 탄력성이 강조된다.


이들이 시간 약속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거나 중요시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시간에 대한 개념에 우리보다 큰 허용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들은 상황에 따라 시간이 탄력적이고 융통성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과거 살아온 환경과 지금의 환경만 비교해도 시간의 개념은 충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도 한때는 코리안 타임이라고 해서 늦는 것에 대한 허용치가 컸다.

교통은 지금처럼 편리하지 않았고, 오는 길에 어떤 교통체증이나 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


아주 어릴 적 차가 없었던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대중교통으로 아빠의 고향 상주로 갔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비가 많이 온 뒤라 할머니 집 가는 길이 사라지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빠는 바지를 걷고 나를 안고 그 길을 건넜다.

할머니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을 것이다. 그런 환경과 인프라에서는 할머니에게 몇 시에 도착한다고 해야 할까?

많은 상황들이 변한 지금, 인프라도 대중교통의 도착 시간도 예측 가능하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10분이 지났을 때 난 이미 허용치를 넘어선 느낌이다.

물론 사람마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10분이 넘어가면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나? 내가 시간을 제대로 알았나?’ 의심하기 시작한다.

도로나 대중교통 인프라가 좋아지고 I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미팅 시간이나 콘퍼런스 시작 시간은 거의 정확하거나 늦어도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한국은 더 이상 차가 막혀서’,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겨서’와 같은 말들은 통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앱을 한 번만 찍어보면 실시간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나오고 오차는 거의 10분을 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긴다면 핸드폰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고 재난 문자가 온다.

이제 우리는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전에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다.

한국의 공공 업무 속도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빠르다.

그마저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많은 서류나 작업들이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사회가 발전하고 인프라가 갖추어짐에 따라 시간의 허용치는 점점 더 줄어든다.


이와 같이 한국은 시간에 철저한 <직선적 시간> 문화를 가진 국가 같다.


이러한 국가들로 독일, 네덜란드, 미국 일본과 같은 국가의 문화는 생산과 업무와 개인 약속들이 철저하게 예정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예약하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식당이 많이 있다.

회의는 제시간에 시작하지만 제시간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에서는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신뢰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고객은 늦어도 되는 허용치가 큰 반면 공급업체는 늦으면 큰일 난다.

고객은 공식적인 발주(주문) 서를 주기로 한 일정보다 자꾸만 늦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고객이 처음부터 요구했던 납품을 위한 납기 일정은 꼭지 켜야 할 시간으로 인식한다.

또한 밤을 새워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정이다.

한국은 직선적 시간의 문화뿐만 아니라 탄력적인 시간 문화의 요소도 분명 존재함이 틀림없다.



참조 이론


[생명의 춤 the dance of life; The other dimension of time]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단일 시간 (monochromic time) 문화

복합 시간(polychromic time) 문화 차이로 구분


[컬처 맵[culture map]] 에린 메이어*

직선적 시간 문화/탄력적 시간 문화 차이로 구분


https://brunch.co.kr/@janekimjh/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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