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누룽지,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쌀문화에서만 느끼는 구수한 맛

by 김지혜

우리는 익숙하고 좋아하지만 서양인은 그다지 즐기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누룽지다.

식당에 가면 누룽지가 가끔 나온다. 우리는 누룽지를 먹으며 구수한 맛을 즐긴다.

옛날 밥통, 밥솥의 누룽지는 정말이지 맛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먹어온 그 맛은 고향의 맛 엄마의 맛이다.


주식이 쌀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누룽지는 어떤 느낌일까?

빵을 주식으로 먹고 자란 외국인에게는 누룽지에 관한 추억은 없다.

그냥 처음 먹어보는 밥을 삶은 맛! 탄 맛의 밥!

밥도 많이 먹지 않는데 그 밥을 이용한 요리의 미묘한 차이는 느끼기 힘들다.

마치 내가 회의 미묘한 맛을 이해 못하고 초장 맛으로 회를 먹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느끼는 누룽지의 구수한 맛은 영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영어로 누룽지는 Scorched rice이다. 약간 태운 밥이라는 말이다.

결국 우리에겐 아주 일반적인 맛의 형태이지만 영어권에서는 없는 맛이다 보니 정확한 영어 표현 자체가 없다.

Nutty라고 약간 땅콩을 먹을 때 같은 고소한 맛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맞지 않다. 구수한 것이지 고소한 것이 아니다. Scorched taste라고 하기에는 태운 맛이라는 건 구수한 맛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한국 사람은 그런 구수한 맛을 즐겨 녹차도 현미녹차가 인기다.

우리는 쌀로 만든 많은 식품들이 존재하고 여러 곡물의 맛에 익숙하며 그 차이를 느낀다.

강정, 뻥튀기, 땅콩 캐러멜, 떡, 떡볶이 등


누룽지 맛에 익숙한 한국인은 커피도 구수한 맛의 커피를 더 좋아한다.

Q grader(커피 감별사) 교육과 테스트 과정을 통역한 적이 있다.

미국의 Q-grader 전문 교육자(instructor)가 와서 교육을 하며 모든 교육생들과 테이스팅(tasting)을 한다. 여러 가지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그 맛을 각자 평가한다. 그리고 각각의 맛에 대한 평가를 함께 공유한다.

커피를 맛보며 내가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맛들을 전문가들은 표현해 낸다.

커피에는 신맛도 있고, 과일 맛도 있고, 땅콩 맛도 있고 맛이 없는 경우, 흙 맛도 난단다.

그 맛의 표현은 정말 다양했다.

Q-grader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미국인 선생님과 한국인 교육생 사이의 차이점이 있었다.

구수한 맛의 커피에 교육생들은 높은 점수를 주었지만 미국인 선생님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구수한 맛은 볶는 정도에 따라 차이 날 수 있다.

미국인 선생님은 한국과 아시아에서 이러한 구수한 맛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누룽지와 같은 구수한 맛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커피를 볶는 것도 좀 더 진하게 볶아서 구수한 맛을 더 내면 한국 사람들에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키르기스탄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민을 만난 적 있다.

잘 산다고 생각했던 한국에 시집왔더니 누룽지를 삶아 먹고 뼈를 고아서 곰국을 먹는다.

절약하려고 그러나 왜 탄 밥을 먹고 고기가 붙어 있지도 않은 뼈를 고아서 먹을까 신기했단다.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들이 사실 우리가 오랫동안 먹어서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


가끔 식당에서 구수한 누룽지를 외국인에게 대접하고 나와 같은 감동을 기대하는 고객들이 있다.

이제는 이해하자! 외국인에게 누룽지는 약간 태운 스파게티를 삶은 물과 같은 느낌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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