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쎈언니로 세상을 살 수 있는 이유!

쎈언니는 오늘도 실패가 두렵지 않다.

by 김지혜

“김지혜 씨!”

고객님이 나를 부른다.

“혹시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만 다른 통역사를 불러 놨어요. 집에 가셔도 됩니다.”


그렇게 난 반나절 일을 하고 잘렸다.

3일 동안 하기로 했던 일이었는데 고객님은 부족한 나를 견딜 수 없었는지 다른 통역사를 부르셨다.

두 아이 육아로 보낸 5년의 경력 단절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지원했다.

나의 옛 이력만 본 고객은 나를 채용했지만 난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세상은 내게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아주 적나라하게 알려줬다.

5년의 경력 단절 기간은 나에게서 참 많은 것을 가져갔다.

실력도, 경력도 , 젊음도 사라졌다.

내가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땐 난 그냥 늙은 사회 초년병이 되어 있었다.

치열했던 5년의 육아는 이력서에 한 줄 쓸 수 없는 기간이다.

사회는 그 기간을 쉬었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집에 오는 내내 지나가는 누구 와도 눈을 맞출 수 없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도,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난 세상에서 버림받은 쓸모없는 인간 같았다.

3일간 일을 한다고 멀리 지방에서 아이를 돌봐 주러 친정 엄마도 오셨다.

엄마 용돈이라도 챙겨드리고 싶었는데,

다시 일을 한다고 남편은 정장 한 벌도 사줬는데 정말 부끄럽다.

5년간 차곡차곡 쌓아둔 일에 대한 열정과 재취업의 희망은 그렇게 고이고이 묻어뒀어야 했었다.

이 사회는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잘하는 사람을 원했다.


집에 도착하자 친정 엄마는 저녁을 차려 주셨다.

난 밥을 먹을 자격은 있을까?

나의 실력은 정직하게 세월과 함께 사라졌는데 그런 날에도 나의 식욕은 염치가 없다.

그렇게 입에 밥이 잘도 들어가는 내가 참으로 싫은 그 순간 5살 아이는 나에게 달려온다.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아이를 보고 억지로 웃어 줄 힘도 없다.

날 좀 내버려 두면 참 좋겠건만 아이는 여전히 엄마 엄마 불러댄다.

나는 나의 썩은 표정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더 머리를 박고 밥을 먹는다.

5살 아이가 다가와 내 등에 그 작은 손을 얻고 한마디 한다.

“엄마 힘들어?”.

아이의 작은 손!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이가 놀랄까 꾹꾹 눌러 참고 나는 그냥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기분이었던 나에게 아이가 따스한 손으로 말한다.

엄마는 여전히 내가 종일 기다린 나의 아이돌이야!


나는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내가 좀 모자라도, 어설퍼도, 실수해도 변함없이 여전히, 언제까지나 난 내 아이의 엄마다.

일을 망치고 고객에게 버림받은 패배감으로 가득찯던 난 잠시 잊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던 내가 안아 주기만 하면 울던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난 여전히 엄마다.

아이들 때문에 난 5년의 경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난 아이의 절대적 믿음과 의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이젠 아이들 덕분에 매일매일 부족한 나의 자존감을 채운다.


아이들은 14년째 무급으로 돈 한 푼 안주고 나를 부려먹고 있다.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 책임져야 하는 수많은 약정들이 존재하는 노예 계약이다.

싸인한적 없는 엄청난 계약을 나와 한 평생 보스지만 나에게 무한 신뢰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나는 매번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프리랜서다.

어떤 상황에도 날 보고 한아름 웃으며 달려 올 내 평생 보스가 있어 난 오늘도 세상의 센언니로 살아간다.

쎈언니는 오늘도 실패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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