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존재하고 있나요?
독일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가는 길!
수많은 비행기들이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을 만들고 사라진다.
공항에 도착하자 하늘을 가로질렀던 비행기만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독일 루프트한자 탑승권을 받기 위해 데스크에서 여권을 내밀자 300불만 더 내면 비즈니스 석을 이용할 수 있다고 권한다.
'내가 언제 비즈니스석을 타볼 수 있을까, 300불을 내고 누려볼까'
아주 잠시 상상해 보긴 했지만 잠시의 편안함을 위한 300불은 여전히 내겐 큰돈이다.
탑승이 시작되고 갑자기 난 탑승구 앞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승급을 받았다.
항공사의 과도한 이코노미석 예약을 받은 것이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비즈니스석을 권했던 이유를 알 거 같았다.
결국 운 좋게 추가 금액 없이 나는 비즈니스석을 내 생에 처음으로 타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 비즈니스석 승객은 이코노미석 승객보다 빨리 탑승한다. 뒤늦게 탑승하니 모두들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TV를 보거나 책을 본다. 이코노미석에서 겪어 왔던 그 북적댐은 찾아볼 수 없다.
우아하고 여유롭다.
비행기의 공간은 돈에 따라 신분을 구분하는 씁쓸한 계급사회의 작은 단편처럼 보인다.
나는 관종이다.
비즈니스석을 누린다는 것을 빠르게 SNS에 공유하고 싶었다.
바로 인증숏을 올리고 싶지만 뒤늦게 무료로 승급된 것이 혹시나 없어 보일까 봐 조금은 기다리는 센스를 발휘애 본다.
그렇게 잠시 인내하고 비행기가 막 이륙을 시작하려는 순간, 나는 어떻게든 빨리 SNS에 올리고 싶다.
비행기가 상공으로 너무 떠버리면 인터넷을 더 이상 연결할 수 없다.
비행기가 땅을 뜨려는 순간 나는 빠르게 핸드폰을 들고 혼자 포즈를 취한다.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려서 잠시 머뭇거리다 손에서 핸드폰을 놓쳐 버렸다.
'아~ 한 장도 못 찍었다.'
바닥을 찾아보니 핸드폰이 안 보이다.
이륙하고 비상등이 꺼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핸드폰이 비즈니스석 의자에 빠진 것 같다.
각도 조절이 자유로운 비즈니스석 의자는 정말 움직임만큼이나 복잡하다.
여기저기 보이는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봐도 잘 보이질 않는다.
지나가던 승무원이 함께 여기저기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희망의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이런 거 잘 찾는 분을 모셔오겠습니다.”
뭔가 찾는 것에도 전문가가 있나 보다.
잠시 후 나이 지긋한 독일인 승무원이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한 손에 전등을 들고 런 웨이를 하 듯 나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여유로운 미소와 워킹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 같은 진상 승객을 해결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그 미소와 함께
“고객님, 잠시 복도로 잠시 나와 주시겠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비즈니스석 의자를 위에 시트를 쫙쫙 뜯어낸다.
비즈니스석 시트는 모두 찍찍이로 붙어 있었다. 좌석의 내부는 마치 그물처럼 엮인 자동차 트렁크와 데스크톱 컴퓨터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독일 승무원은 CSI 요원처럼 한 손에는 전등을, 다른 한 손으로는 다양한 각도로 의자를 조정하며 내부를 쌓쌓이 살펴본다.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점점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리고는 “잠시만요” 하고 가버렸다.
나의 핸드폰은 우주로 날아가 버린 걸까! 그냥 포기할까?
갑자기 승무원 5명이 모여 뭔가 독일어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 때문인가?’ 비즈니스석에 앉아 가장 맘 불편한 나!
좀 전의 그 독일 승무원이 다가온다.
"아무래도 착륙하면 의자 해체 엔지니어를 불러야 할 거 같습니다. 근데 바로 연락이 닿아서 오면 좋은데 안되면 며칠 기다릴 수도 있고 또 비행기가 인천에 오래 있을 수 없어서 정확하게 언제 핸드폰을 찾아 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망했다. 난 상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사고를 쳐버렸다.
‘그냥 핸드폰이 필요 없다고 말할까? 비행기 주차료는 비쌀 텐데 그건 내가 내야 하는 건가? 어찌 되었건 나는 비즈니스석 승객인데 나에게 달라고 하진 않겠지? 의자 해체 기술자는 한국인일까 독일인일까? 인건비 비쌀 텐데... 내가 내야 되나?’
내 머릿속은 온갖 걱정과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비행기는 인천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인천공항에 활주로에 닿으려 한다.
쿵! 비행기가 활주로 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어디선가 핸드폰이 쫙~ 미끄러져 내 발 앞에 기적처럼 나타난다.
너무 기뻐 난 소리쳤다. Oh!! My mobile phone!
조용하고 우아한 비즈니스 석의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모든 승무원의 마음을 무겁게 했던 나의 핸드폰!
모두가 환호의 손뼉을 친다. 나의 핸드폰의 존재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다니..
비행기가 뜨는 순간, 그 흔들리는 순간, 왜 사진을 찍으려고 했을까!
관종인 난 얼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도착할 때쯤이면 친구들의 많은 ‘좋아요’와 '멋지다'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진상이 되었다.
난 행복한 순간이면 습관처럼 핸드폰부터 꺼낸다.
하지만 그 습관 때문에 행운처럼 얻은 기회,
정말 행복하고 멋질 수 있었던 그 순간 이코노미석보다 불편한 맘으로 11시간을 보냈다.
언제부터인가 행복한 순간이 되면 나 스스로 ‘좋아요’’행복해요’를 느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누군가에게서 ‘좋아요’라고 인정받으며 행복을 정의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난 문득문득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그 순간 그곳에 있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의 재롱잔치에서도 무대에서 불안해서 엄마를 찾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는 엄마가 아니라
핸드폰을 들이대고 그곳을 통해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
나는 진정으로 그곳에 있는 걸까? 지금 이 순간 난 진정으로 이곳에 존재하는 걸까?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지금 함께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하는 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이다.
혹시 어느 순간 함께하지만 함께 있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면 주문을 외운다.
행복하지만 행복을 보는 법을 잊은 나를 향해 주문을 외운다.
" 나는 관종이 아니어도 충분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