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소통하고 있나요, 통역하고 있나요?

나는 내 이야기의 주인공인가?

by 김지혜

통역사는 타인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바이오 제약 회사의 협약식 통역을 맡았다.

그 회사의 회장님을 종일 따라다니며 해외 투자자들과의 대화를 통역하고 저녁에 협약식도 담당하기로 했다.

사장님까지는 통역해봤지만 회장님은 처음인데 드라마 나오는 그런 갑질 하는 회장님은 아니겠지!!!

프리랜서가 좋은 점은 바로 이거, 그분이 어떤 분이든 계약 기간만 참으면 된다. 하루만 참으면 된다.

회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갑자기 회장님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다.

집은 어딘지, 아침에 몇 시에 출발한 건지, 엄마가 일찍 나가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덕분에 대답하느라 뭔가 아이스브레이킹 과정을 거친 듯 조금은 편안해졌다.

종일 회장님을 통역하며 알게 된 건 회장님은 정말 상황에 맞춰 변신하는 카멜레온 같은 분이셨다.

회장의 권위가 필요하면 왕좌에 앉은 임금 같기도 하고, 낮은 직급의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는 몸 개그로 직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처음 만난 나에게는 전학 온 새 친구에게 궁금한 질문을 하듯 어색하지 않도록 이런 저런 질문을 하셨다.

회장님은 운전기사에게도 존댓말을 했다.

내가 드라마에서 본 회장님은 대부분 기사에게 존대하지 않고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지시를 하는 분들이다.

이 분은 정말 누구와도 소통할 줄 아는 분이다.


그날 종일 회장님과 같이 차량에 동승하며 이동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회장님의 영업 철학을 들을 수 있었다.


초등학생 앞이 라면 초등학생처럼,
어르신 앞이라면 어르신 같이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와 소통할 수 있었구나. 회장님의 눈높이 대화법은 그가 나보다 높은 지위라는 걸 잊게 한다.


행사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저녁이 되니 피곤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회장님은 아침에 뵈었을 때 에너지 가득 찬 모습 그대로다.

그 회사에서는 영양제도 만든다.

‘회사에서 나오는 영양제를 드셨나? 연세도 있으신데 어떻게 저렇게 쌩쌩하시지……’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 영양제를 사 먹어야겠구나!'

그렇다. 약을 파는 사람이 아프면 과연 사람들이 그 약을 살까?


회장님이 이야기 한 영업 철학은 그분의 태도와 일치했고 에너지 넘치는 회장님의 모습에 굳이 나에게 약을 팔지도 않았음에도 그 회사 약을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의 약은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어느새 생겨났고

회장님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신뢰하게 되었다.


회장님은 약에 대한 아무런 메시지도 주지 않았지만 회장님의 약에 대한 신뢰도는 올라갔다.

약의 좋은 점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고 더 믿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가 스스로 찾아간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회장님의 약처럼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믿음에서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보다 더 강력한 건 그분의 태도와 행동이었다.

나는 내 메시지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원하고 그래서 우리는 내 안에 있는 지식과 경험들 그리고 어딘가에서 얻은 교훈들을 마구마구 퍼주고 싶다.

통역을 하면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훌륭한 메시지도 통역한다.

통역을 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그 멋진 메시지들이 가끔은 나의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문득 궁금해 진다.

나의 메시지는 정말 나인가?

여전히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내가 아님에도 닮고 싶은 그들의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여전히 통역을 하듯 타인의 메시지를 내 입을 통해서 전하고 있지만 난 언젠가 그 메시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난 누군가의 메시지가 마치 나의 메시지라고 착각하지는 않았는가?

어디선가 본 좋은 내용, 누군가의 모범, 좋은 사례를 전달하는 지금 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역사인가,

그 메시지의 주인공으로 소통 하는가?


회장님과 함께한 하루! 온몸으로 알려주신 그의 메시지


먹어보지도 않은 약을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건강에 좋다 한들 누가 믿으랴.


내가 통역을 한다면 타인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였으면 좋겠다. 내 삶과 같으면 좋겠다.

그렇게 가끔은 통역이 아닌 소통을 하는 내가 되고 싶다.

내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생각한다.

난 지금 소통하고 있는가? 통역하고 있는가?


말하는 대로 행하라
Practice what you pr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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