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문맥 이해 + 눈치 더하기 + 공감으로 마무리
통역의 역할은 누군가의 말을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고객들은 말한다.
하는 말 그대로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과연 통역은 하는 말을 그대로 전달하면 되는 것일까?
영어 통역사인 나는 영어를 한국인에게 통역할 때와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통역할 때, 사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통역을 한다.
그 이유는 문맥(context)의 이해가 중요한 문화는 상황을 이해해야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한국과 같은 고맥락 문화의 국가는 더욱더 말의 이면의 뜻도 이해하면서 통역해야 능력 있는 통역사로 인정 받는다.
우리나라는 고 맥락 문화의 국가이다. 즉 말을 어떻게 하든 그 이면의 뜻을 착착 알아 들어야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회이다.
고맥락 문화라는 것은 맥락, 즉 메시지의 행간을 통해 표현되고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고맥락 문화의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주로 아시아, 중동 국가가 많다.
이러한 국가는 메시지를 전달 할 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문화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
어머니께서 “됐다, 괜찮다, 니나 써라” 하신다.
그럴 때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돈 봉투를 다시 집어 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
‘저게 뭘 잘못 먹었나’라고 부모님은 생각하실지 모른다.

어머님이 하신 말씀의 맥락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맥락 문화의 Yes의 의미는 Yes일 수도 있고 No일수도 있다.
말 그대로가 아니라 종종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저맥락 문화를 가진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의 문화의 경우 사람들은 최대한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는다. 명료하고 투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을 이해 시켜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
이 경우, 내가 잘 못 알아 듣겠다고 하면 다시 더 쉽게 설명을 해준다. 즉 말하는 사람이 나를 이해시키는 책임을 가진다. 그래서 질문도 쉽게 할 수 있다.
고객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짐작으로 덧붙인다면 상당히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말의 의미 파악을 위해 질문을 해도 통역사가 능력이 없다거나 눈치가 없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맥락 문화의 Yes는 Yes를 의미하고 No는 No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고맥락 문화사회는 고객이 하지 않은 말을 알아 들어 먹어야 하고 눈치로 많은 걸 파악해야 한다.
전후 맥락을 잘 읽어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화자가 하지 않을 말을 즉 하고자 했던 말을 이해해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통역사로 인정 받는다.
즉 소통에 대한 이해가 화자에게 있다기 보다는 청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을 많이 하면 말기를 못 알아 먹는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 하면 ‘어’ 하고 착착 알아먹어야 한다.
통역은 소통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과 의도까지 읽어 주면 엄청난 능력이 된다.
그래서 질문을 많이 하면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눈치가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최대한 많은 사전 자료와 스터디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해야 한다.
한국 회사가 외국계에 인수되거나 합병 초기, 외국인 관리자는 인수한 한국회사에 대하여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한국인 직원과의 개별 면담을 많이 한다.
이 경우, 내부의 비리나 내부의 상황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어서 1대1 면담이 많다. 그럴 경우어떤 이해 관계가 없는 외부 통역을 고용한다.
한국직원이 일단 면담을 시작하면 처음 만난 낯선 외부 통역에 안도와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내가 대화의 상대는 아니지만 공감과 소통에 있어서 난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해야 한다.
그런 편안함을 주었다면 그러한 업체는 지속적으로 통역 요청이 온다.
그런 고객의 통역 요청에 다른 일정으로 못 갔던 경우가 있었다.
그 이후 담당하시는 부장님이 전화가 와서 다음 번에는 꼭 와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부탁을 하셨다.
다른 통역이 문제가 있었나 해서 여쭤 봤지만 큰 문제는 없었단다.
직원들이 내가 그들의 감정과 의향을 읽고 통역을 해주는 것 같아서 내가 와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단다.
엄청난 칭찬이었다. 차별화로 내세우기도 힘들고 티도 나지 않는 그 소통의 역량을 알아봐준 고객이 너무 고마웠다.
나도 그렇게 큰 장점인줄 몰랐다. 이후 소통의 역량도 영어 만큼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감적 소통은 한국의 고맥락 문화에서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량이다. 통역을 하는데 있어서 민감한 상황일수록 이 역량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나도 처음부터 눈치가 있었던 건 아니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과 눈칫밥,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며 말도 안되는 그들의 옹아리를 알아먹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통역이라는 업무를 10년 넘게 하게 되면 영어 실력은 잘 늘지 않는다. 그 임계 치를 넘어서면 사실 큰 차이가 없어진다. 비슷한 경력자들 간에 차별화가 힘들어 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차별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
내가 찾아 낸 건 두 가지다.
관련 업무에 대한 배경 지식과 경험
그리고 업무에 대한 태도.
문맥을 이해하는 공감의 통역은 업무의 태도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같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의 통역을 느낀 고객은 내가 일을 한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고 느낀다.
통역사로 일하면서 내가 영어공부 뿐만 아니라 소통에 대한 공부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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