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비즈니스- Lady First~ 누리기 힘든이유…

이탈리아인의 lady first~ 난 무수리인 줄 알았는데 ~

by 김지혜

한국 고객과 이탈리아 밀라노에 출장을 갔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정말 패션의 도시답게 거리에는 옷 잘 입은 남자들 천지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입은 슈트는 기성복 같지 않고 몸에 딱 맞은 맞춤복 같다.

그러고 보면 난 평생 내 몸을 옷 사이즈에 맞춰 옷을 구매하고 혹시라도 그 사이즈에라도 맞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왔다.

지금도 기성복 사이즈에라도 맞는 몸을 유지하기 위해 식욕을 원망하며 살고 있다.

패션피플들은 자기 몸에 옷을 맞춰 입는다.

어디 하나 푸근하게 남아도는 부분도 모자란 부분도 없다. 정말 그 옷은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다.


내가 방문한 밀라노 업체는 전력 설비를 만드는 업체였다.

70대로 보이는 회장님의 슈트는 행커치프까지 멋지게 꽂혀 있다.


설비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계속 프레젠테이션과 회의 통역 지원했다

회의 중, 목이 말라 테이블 중간에 놓여 있는 생수를 집어 들었다.

통역을 진행하면서 물을 마시기 위해 뚜껑을 열었지만 빡빡해서 잘 안 열린다.

통역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시 테이블에 놓았다.

내가 뚜껑이 열기 힘든 생수를 테이블에 다시 놓자, 주위에 있던 이탈리아인 세 명이 그 생수 뚜껑을 열어 주기 위해 동시에 일어났다.

순간

‘와~ 나는 공주였나 봐~’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이제껏 무수리인 줄 알고 살았는데…

이런 매너남들 사이에 있는 내가 너무 가치 있게 느껴졌다..

내가 회의를 방해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매너 정말 멋지다.

그들에게 이러한 배려는 당연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러한 매너가 몸에 배어 있는지 1초의 생각이나 망설임도 없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밀라노 업체의 루카라는 영업 담당자는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밀라노에서는 대부분의 식당이 7시부터 문을 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마치고 늦게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는 7시 30분쯤 저녁 식사를 위해 루카는 호텔로 다시 픽업 오겠다고 했다.

매번 밀라노에 출장을 오면 회의가 끝나고 루카는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주고 잠시 쉬라고 한다.

잠시 쉬는 것은 좋으나 8시가 다되어 저녁을 먹는다는 건 참 배고프다.

식사 전 새참이라도 챙겨 먹어야 할 지경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만난 이탈리아 고객들은 정말 놀라웠다.

회사 유니폼을 입고 회의를 하던 루카는 정장을 멋지게 갖춰 입고 나왔다.

저녁 먹으러 간다고 편한 티셔츠라도 입고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우리는 밀라노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영화에서 본듯한 멋진 의상들을 갖춰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녁을 먹으러 간다는 것, 그리고 식당을 예약해 두었으니 준비하고 나오라는 것의 의미는 패션에 신경 써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호텔로 데려다 준건 어쩜 저녁 만찬에 맞춰 의상을 갖춰 입고 나오라는 뜻이었나 보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는 역시 패션이 예절이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이탈리아 사장님은 주요 인물인 한국 사장님보다 여성인 나를 먼저 식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탈리아에서 느끼는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직급 우선이 아닌 lady first라는 것.

예를 들어 식사를 하러 가서도 한국 사장님보다 여성인 나에게 웨이터가 주문을 먼저 받으러 온다.

그리고 내가 외국인이라 뭘 주문해야 할지 모르면 이탈리아 사장님은 나에게 음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의 의사를 묻는다.

그리고 나서 한국 사장님의 의사를 묻는다.

한국에서는 여성, 남성에 상관없이 직급이 우선이고 나이가 우선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인 내가 직급이나 나이보다 우선시된다.

나에게 먼저 문도 열어주고 먼저 자리에 앉도록 안내하고 먼저 주문을 받는다.


난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이런 호사로운 대접을 받은 적이 없다.

통역을 하며 항상 누군가를 지원하는 무수리 같이 살아온 나로서는 낯설다.

많은 유럽이 lady first 가 기본예절처럼 몸에 배어 있지만 우리처럼 직급이 더 우선인 나라에서는 낯선 경험이다.

이런 낯선 호사로움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함께 온 나보다 직급 높은 한국 사장님에게는 괜스레 미안하다.

혹시나 한국인의 정서상 섭섭해 하지나 않을까 자꾸만 살피게 된다.


심지어 한 번은 Lady first의 매너를 본 함께 간 한국 출장자는 그 관경을 보고 "김지혜 씨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받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어쩜 낯설 수 있는 Lady first의 매너


루카에게 말했다.

"Lady first 인 문화에 사는 이탈리아 여성들이 참 부럽다."

"그런 대접은 받는 이탈리아 여성들은 참 좋겠다."

루카는 대답했다.

이탈리아 여성들은 그러한 대접을 호사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도 이탈리아 여성은 내가 느꼈던 낯선 호사로움을 예절로 느끼며 살고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책의 한 구절이 생각 나는 하루였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 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된다.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목격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된다.

If we do something over and over again, it becomes normal.

If we see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it becomes normal.

문화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문화를 만든다.

(Culture does not make people, people make culture.)


불편함도 불평등도, 대우와 우대도 결국 익숙하면 당연한 것이 된다.

의문도 사라지고 특별함도 사라진다.

결국 우리가 가진 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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