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speaker인가,English communicator인가
나는 외국인 초청 교육 통역을 수없이 진행했다.
글로벌 업체의 해외 근무자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진행하는 리더십 교육, 제품 교육, 기술 교육 등 많은 교육 과정을 통역해 왔다.
가끔은 교육과정의 콘텐츠나 내용이 너무 좋아 통역이 아닌 참여자로 몰입하고 싶은 과정도 참 많았다.
내가 강사 일을 시작한 계기도 그러한 교육을 통역이 아닌 직접 진행해보고 싶었다.
멋진 교육 과정에서도 아주 가끔은 외국인 참여자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결국 그 훌륭한 내용이 완전히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 강의에서
강사님은 아프리카에서 온 교육생을 대상으로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의 저서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의 내용을 인용해 사회적 커뮤니티 붕괴의 예를 들었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한 교육생들은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 사람들로 볼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볼링장이라고는 가본 적도 없으며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 전혀 몰랐다.
사회적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볼링을 함께 치는 사례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참여한 교육생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사례였다.
참여자의 문화적 사회적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저개발국가 시민 초청 교육이 있었다.
강사님 지역사회 협력을 위해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강조했다.
강사님은 교육생에게 물었다.
“여러분의 국가에서는 얼마나 남녀 차별이 존재합니까?”
교육생이 답한다.
“예전에는 여성의 지휘가 아주 낮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사님도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여성의 지휘가 낮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서로가 같은 의견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해한 것이 과연 같은 것일까?
이후 농담처럼 던진 강사님의 말,
“요즘은 아내가 무서워 주말이면 설거지도 하고 그럽니다. 여러분도 그렇죠?”라고 파푸아 뉴기니 교육생에게 농담처럼 질문을 던졌다.
그 교육생은 잠시 머뭇거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3명의 아내와 12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교육생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쪽에 앉아 있는 저 두 청년은 15명의 와이프가 있는 아버지의 두 번째 와이프의 아들과 세 번째 와이프의 아들입니다.”
아버지가 같지만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두 명의 아들이 나란히 앉아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의 문화를 살펴보자.
700개 이상의 부족이 존재하는 파푸아 뉴기니에서는 부족장이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은 상당히 많은 땅을 가지고 있고 부유하다. 많은 여성과 결혼하여 경작을 하고 농사를 짓는다. 두 번째 와이프의 아들과 세 번째 와이프의 아들은 나란히 앉아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부족의 높은 지위 일 것이다.
강사님은 남녀평등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집안일의 공동 분담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파푸아 뉴기니의 한 남성은 설거지를 하는 것이 왜 평등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 상황은 우리가 생각한 남녀 차별의 개념과 아마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남녀평등의 개념은 한국 기준으로 설명을 했으며 나 또한 그 개념에서 통역을 했다.
과연 그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이해했을까?
평등에 관련한 이야기를 두 시간 넘어 듣고 있었다.
그들이 받아들이는 평등은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한 순간이었다.
내가 해외 서비스 매니저 워크숍을 직접 진행할 때의 일이다.
34개 국가에서 온 해외 서비스 매니저들이 함께 서비스 교육과 리더십 교육을 받는 워크숍이었다.
워크숍 중 서로 가위바위보(rock-paper-scissors)로 카드를 바꾸는 활동이 있었다.
이집트에서 온 교육생이 나에게 가위바위보가 뭐냐고 물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무엇이 무엇을 이기고 지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그 교육생은 뒤늦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위바위보를 모두가 안다고 가정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한 실수였다.
뒤늦게 알게 된 건 중동이나 이집트에서는 가위바위보를 잘 모른다고 한다.
외국인 상대의 강의나 강연을 구성한다면 우리에게 당연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들어다 봐야 한다.
가치 있고 멋진 내용을 가진 강의일지라도 참여자가 공감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참여자는 충분히 그 가치를 누리기 어렵다.
우리는 흔히 영어가 되면 외국인과의 소통도 비즈니스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한국말을 구사하는 사람들 간에도 말이 안 통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내가 영어를 구사하고 외국인과 대화를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것이
외국인과의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문화적 지식이 부족한 문맹은 언어가 가능하더라도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다.
내가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그냥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가?
나는 외국인과 소통을 잘하는가?
나는 과연 English speaker 일까?
English communicator 일까?
https://blog.naver.com/janekim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