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 문화와 수평적 문화의 친절을 대하는 자세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오늘고객과 내일의 고객이 다를 수 있고 가끔은 하루 오전, 오후, 심지어저녁에 각각 다른 고객의 일을 할 수도 있다.
나를 고용한 업체와 함께 그 업체의 고객과 대화 통역을 종종한다.
즉 나에게 통역 비용을 지불 하는 고객이 제품을 판매하는 고객사에 외국인 임원을 만나러 갈 경우 나 같은 통역을 동행하게 된다.
내 고객은 1차 밴더 이거나 2차 밴더 즉 쉽게 말해 '을'이 '갑'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갑'의 일을 받아 하는 '을'이 나를 잠시 고용하는 것이니 나는 ‘병’이다.

한번은 그렇게 '갑'과의 소통을 돕기 위해 '을' 고객과 함께 회의에 참여했다.
당시 그 갑회사에서 만날사람은 외국인 여성 임원이었다.
명함을 받게 되었고, 내 통역 명함도 드렸다.
이후 어쩌다 SNS 친구가 되어서 여러 가지 한국에서 궁금한 점들을 메시지로 물어보면 답변을 드리고는 했었다.
사실 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없는 고객이다. 나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고객이지만 나를 고용하는 업체의 고객이므로 나 또한 정중히 대했다.
물어보는 질문에 어떡해든 답을 찾아 드렸다.
상황을 보니 내가 그 을의 직원이면 아마도 불편하거나 문제시 될 수 있어서 따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친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 갑에게는 제 3자나 다름없는 독립적 존재라 아마도 더 쉽게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한국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봤던것 같다.
그 여성 임원과 메시지를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내 고객 사에게 말씀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 외국인 임원은 나에게는 그냥 친해진 일반 외국인이나 다름 없지만 나를 고용하는 고객에게는 아주 어려운 갑의 임원이기 때문이다.
업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기에 그냥 나는 그런 관계를 고객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지냈다.
물론 친해진 이후에도 고객사와 함께 그 갑 임원을 만나러 가서 통역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는 그 임원은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했다.
이후 그 외국인 임원이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기 전에 한국에서 전통가구를 사고 싶어 했다.
전통가구 단지가 있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 가서 가격 협상과 원하는 무늬나 디자인 설명을 도와 달라고 했다.
메시지로 이야기를 많이나누고 통역할 당시 자주 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분의 부탁을 들어드리려면 사실 하루를 꼬박 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일을 하는 고객사는 나에게 너무 잘 해주는 고객이었다.
내가 이 외국인 임원에게 잘하면 분명 내 고객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 여겨졌다.
그래서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하고 함께 한번도 해보지 않은 고가구 쇼핑을 시작했다.
디자인 감각이 있은 그분은 정말 디테일한 디자인 설명과 요구 사항이 있었다.
그리고 가격 협상력이 대단했다.
가구에 관심 없고 디자인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정말 친구의 쇼핑을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었다.
사실 나에게는 하루 종일 통역을 하고 협상을 도와드리는 일이나 다름 없는 하루였다.

그렇게 전체 포장과 납품까지이후 지속적으로 체크를 해드리고 무사히 가구와 함께 그 임원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때 까지도 난 아무에게도이야기 하지 않았다.
고객사를 위해서 했던 것이지만 과연 고객이 그것을 잘했다고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나로서는 나를 고용하고 상당히 잘해주는 내 고객사를봐서 그 외국인 임원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미국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나는 SNS에 미국 출장 계획을 올렸고 결국 그 미국인 임원은 또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먹고 싶다고 하며 재료들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직접적인 그 분의 공급업체도 아닌데 갑질아닌가 느껴졌다.

하지만 또 나는 그 분이 원하는 것들을 다 사들고 결국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 도착해서 물건들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고 결국 그분은 호텔로 찾아왔다.
나에게 보여 주고 싶은게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집으로초대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정성스레 손수 저녁을 준비해 두고 남편과 그녀와 그리고 내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샀던 가구들이 어떻게 방과 거실에 멋지게 배치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보여 주었다.
나는 미국인이 사는 집에사실 가본적인 없었다.
미국에는 이렇게 초대하는 문화가 일반적인지 물어봤다.
친한 친구가 한국에서 와서 초대한 것이라고 했다.
내가 접대하듯 외국인 주재원인 그녀를 대하는 동안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친구로 여겼다.
내가 가졌던 가식적인 마음에미안함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당히 가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초대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한번도 한국인 집을 가본적이 없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짠했다.

한국인으로서 초대하기에는 친구라기 보다는 부담스러운 상사에 가까운 그녀를 초대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 또한 진심 어린 관계가 아니라 내 고객에게 득이 될 것 같아 그녀와의 관계와 부탁을 꾸준히 접대하듯 유지해왔었다.
그녀의 몇 년간의 한국주재원 생활에 진작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많은 외국인 임원들이 한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돌아가면 정말 한국 생활이 좋았다고 이야기 한다.
임원이라는 자리와 위치가 참 많은 것을 지원하고
한국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혜택과 한국인들의 친절은 대단하다.

많은 분들이 한국 주재원이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다.
외국인 상사와 임원들에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상사에게 대하듯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정말 친절해 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회사 밖에서는 굳이 상사를 만나지도 않고 사생활을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을 뿐더러 지원하지도 않는다.
난 싱가포르 회사에 일할 당시 싱가포르 상사나 사장님에게 업무시간 이후에는 농담을 하고 볼록한 배를 놀리기도 하는 직원들을 보고 상당히 놀랐었다.
수평적인 문화에서 온 외국인 임원에게 대하는 수직적 문화의 부하 직원의 대우는 정말 감동적일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 오고싶은 것이다.
우리의 수직적 업무 문화와 상사애 대한 대우를 외국인 임원은 진심을 다해 고마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친구라고 여기지 않았던 현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뭔가 씁쓸함이 느껴졌다.
수직적 문화를 가진 우리가 수평적 문화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평적 문화의 사람들이 수직적 문화를 겪어가며 어쩜 더욱 상처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번에 한국에 온다면꼭 그녀를 집에 초대하고 싶다.
난 그녀의 공급업체도 을도아닌 우리는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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