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오래 갈 인연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답변이 없는 상대에게, 혹은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 일방의 커뮤니케이션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까?
나 혼자 시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10년 심지어 20년 동안 하는 것이 가능할까?
난 통역을 하고 강연을 하고 퍼실리테이터 일을 하고 있지만 달변가나 소통 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난 이런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누군가에게 20년 넘게 하고 있다.
사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마주하며 하는 대화를 생각한다. 대답 없고 리엑션 없는 상대와 오래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양광모《만남의 지혜》에서 ‘만남은 인연이고, 관계는 노력이다.’라고 한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는 누군가와 대면하는 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Email도 있고, 문자나 카톡이나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도 있다.
뿐만 아니라 SNS를 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다.
페이스 북 친구였던 누군가와 만나면 처음 봐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이유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꾸준히 보아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없던 20년 전, 그때부터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한 방식은 email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혹은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누군가에게 인사 메일을 받는다.
난 그런 인사 메일을 20년간 보내는 바로 그 ‘누군가’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난 저장된 모든 메일 주소, 약 천명 정도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스팸 인사 메일을 보낸다. 개별 내용을 적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은 내용의 인사 메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낸다.
난 1년에 한 번 연말 인사 메일을 대학 졸업 이후 계속 보내고 있다.
일 년에 딱 한번 모두에게 보내는 메일이지만 사실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매년 그만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왜 이 일방의 소통을 지속하는 것일까?
가끔은 ‘누구지?’ 기억도 안나는 그냥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인사 메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이 일방의 소통을 지속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관계의 갱신이다.
이런 연말연시 인사 메일은 받는 사람도 형식적인 메일임을 잘 알고 있다. 받는 사람도 회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이런 메일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이유 없이 연락하기도 뭐한 그냥 아는 사람들,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연간 인사 메일을 보내고 나면 그 느슨한 관계는 1년 연장된다. 상대는 절대로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그 말은 내가 이런 메일을 안보내면 약한 관계는 바로 끊어 진다.
한해만 건너뛰어도 바로 내가 누군지 기억 못 할 그런 약한 관계는 답장이 있건 없건 일년에 메일 한통으로 그 인연은 연장되고 내년에 또 보내도 나를 기억할 것이다.
누구나 내 메일 주소에 한번 등록이 되고 나면 평소에 연락을 하건 안하건 매년 연말이면 인사 메일을 보낸다.
이런 메일을 10년, 20년 받으면 어느 순간 몇몇 사람들은 답장이 오기 시작한다.
너 참 ‘끈질기다.’, ‘대단하다’, ‘나를 아직도 기억해줘서 고맙다’라고 답장이 온다.
그 순간 그냥 아는 사람이나 기억이 가물거리던 사람과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한때는 나의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업무적으로 상관이 없는 상대에게도 오랫동안 안부를 묻는 것에 상당히 감동받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옛날 함께 일을 했던 이야기로 과거를 회상하며 회신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거의 20년 만에 회신이 온 분도 있었다. 20년 만이지만 전화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20년간 있었던 일을 10분 만에 브리핑하듯 살아온 이야기를 하셨다. 그동안 부도도 나고 어려움이 많았고 지금 겨우 안정되어 잘 살고 있다는 삶의 힘들었던 이야기. 그동안 아마도 회신을 못했던 건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20년 만의 통화였지만 서먹하지 않게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내가 20년간 1년에 딱 한번 형식적인 인사 메일이었지만 소통을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이 메일 보내기를 지속하는 두 번째 이유는 상대의 상황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상대가 답장을 하지 않아도 일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메일을 보내고 나면 매년 20~30건 정도 메일이 반송되어 온다.
메일 주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거나 휴면 메일이라고 반송된다.
나는 그 반송 메일들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어느 해는 중공업 분야 근무하시던 많은 분들이 없는 메일이라고 반송되었고 어느 해는 특정회사 계정을 가진 회사의 메일이 모두 반송되어 왔다.
이 반송 메일을 통해 알 수 있다.
어느 산업분야의 경기가 나빠졌구나, 회사를 퇴사했구나, 회사가 문을 닫았구나.
반송 메일은 산업계의 상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예를 들어 IT 업종은 매년 이직률이 높아 꾸준히 반송된다.
누군가는 어떠한 이유로든 회사를 나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바뀐 주소나 연락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의 인연은 거기 까지다.
이런 경우의 메일 주소는 깔끔히 삭제하고 정리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인연은 우연히 찾아오고 또 떠난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뜬금없는 메일과 연락에 상대가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10년 20년 지속하면 결국 소중한 인연이 될 누군가와는 이어진다.
일방의 커뮤니케이션처럼 느껴지는 일들도 꾸준히 하면 작은 기적들이 일어난다.
나만의 아우성처럼 느껴지는 소통의 방식도 결국 상대는 듣고 있고 보고 있고 느끼고 있다.
어느 순간 준비가 되면 답을 하고 상대도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럼 다시 관계의 기적은 시작된다.
삶을 사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치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이인 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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