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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Jul 24. 2022

생계의 무거움

닮고 싶은 상사 version 2

 며칠 전에 대학 1학년 때 나의 실용영어 선생님이었던 교포 선생님을 약 10여년 만에 만났다. 그는 고대를 떠난 후, 하와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네 아들의 아빠로 하와이에서 영어 선생님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는 선생님이 아니라 형 같은 존재였다. 항상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이었는데, 박봉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고 네 아들을 키우는 삶이 힘들어 보였다. 나는 비록 한 아들의 아빠지만 내 개인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심적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둘은 세월의 흘러감을 야속해하면서, 그래도 우리는 아빠니까라는 말을 하며 헤어졌다. 


 경찰국이 행안부에 생기든 그렇지 않든 나같은 하위직 공무원은 별 상관이 없다. 지금도 행안부, 대통령실, 외교부 등에서 오는 요구를 처리하기도 바쁘기 때문에 행안부에 국 하나 생긴다고 하더라도 업무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행안부의 말대로 청와대의 비선이 아닌 행안부라는 공식 통로를 통해 통제를 받는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물론 대통령실의 비공식 오더가 행안부를 통해서 내려올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서도). 하지만 조직 내 많은 사람들이 반대표를 던지고 있으니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전국 총경 회의를 주체했던 서장님이 대기발령 났다고 뉴스를 통해 들었다. 행안부에 경찰국이 생기든 말든 이와 같은 인사발령은 조직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김빠지고 아쉬운 인사다. 조직의 장은 조직 구성원을 먼저 살펴야 하지 않나?, 위를 먼저 살피는게 아니라?.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도 아닌데,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 하나로 대기발령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성공의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친다면, 경찰서에서 나는 그런 피의자를 한 명 만났었다. 테크노마트 소유자인 그 할아버지는 나와의 대화에 만족했는지 높이 올라가고 싶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 중의 하나를 알려줬다. 바로 "아랫사람에게 밥 사라!"였다. 다들 윗사람에게 대접하기 바쁘지만 아랫사람에게 베풀어야 진짜로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을 해줬다. 


 조직의 리더는 먼저 조직 구성원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 조직이 튼튼하게 발전할 수 있으니까. 조직의 리더가 더 윗사람의 눈치만 보고, 본인 영달만 생각한다면 조직은 골로 가지 않을까? 본인의 안위만을 위해서 조직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경찰은 검찰과 달리 그만두고 갈 곳이 없다. 당장 생계가 걱정이 된다. 검찰은 전국 평검사 회의를 개최하고, 이카루스에 멋지게 퇴직의 변을 올리면 언론에 기사가 나지만 우리는 그만둘 수 없다.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찰과 달리 경찰 지휘부는 돈도 없다. 재산공개 되는 것을 보면 검찰 간부들은 죄다 20억 이상의 자산가인데, 몇 억조차 없는 경찰간부가 많다. 심지어 청장도. 


 그렇기 때문에 청장 후보자는 "**총경을 대기발령 시키려면 나부터 잘라라!"라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생계의 무거움 때문에 그러시지 않았을까? 나도 그 자리에 선다면 선뜻 위와 같이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그래도 아쉽다. 조직의 장이 조직 구성원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서. 공식적으로 다른 의견을 말했다고 한게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법원과 검찰, 그 두 조직이 갖고 있는 힘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 때문에 유지, 강화되기도 하지만 조직을 그만둬도 잘 먹고 살 수 있다는 현실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경찰은 그게 없다. 그래서 모래알 조직이라고 멸시받기도 한다. 나 각개전투를 해야하니까. 


 조직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더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실무자 시절에는 내 계발에도 성실해야 한다. 착실히 투자해서 돈도 벌고, 공부도 더 해서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당위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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