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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Aug 13. 2023

살인 예고 게시물

 살인 예고 계시물 작성자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많이 병들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많은 경우, 실제로 살인을 하기 보다는 관심을 갖고 싶어서, 주의를 끌고 싶어서 엄청난 내용을 담은 글을 작성하는 범죄자들을 보면서 대체 어떤 원인이 그들을 그런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살인 예고글 수사 때문에 전국의 사이버 수사대가 괜한 고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살인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만약 수사를 하지 않았다가 살인이 발생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처리하고 있는 사건을 뒤로 미뤄두고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사회의 주의를 끌고 싶어서 작성하는 미친 놈들을 잡기 위해 행정력, 수사력을 그만큼 낭비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범죄자들이 sns에 글을 올리다보니, 해외기업 및 해외경찰과 연락하고 있는 우리부서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해외기업과 컨택하는 경찰들은 당번을 정해서 퇴근 시간 이후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 해외경찰과 컨택을 하는 나도 이번 토요일을 온전히 헌납했다(예약해 놓은 요가를 가지 못했다). 일본 경찰의 경우,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글이 하도 많이 접수되다 보니, 일단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되면 각하한다고 한다. 괜히 엉뚱한 곳에 수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본다. 


 아직 우리나라는 살인예고글 사건이 접수되었을 때, 그냥 각하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본다. 진짜 그 예고글 대로 살인이 발생하였을 경우, 경찰은 뭐했냐라는 비판을 우리 조직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살인예고글을 올리고 실제로 살인을 하는 미친놈에 대한 비난의 정도보다 미리 막지 못한 경찰에 대한 비판의 정도가 훨씬 강하기에 당장 수사력, 행정력 낭비를 감수하더라도 우리는 추적을 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이버수사대의 수사력이 굉장하고(인터넷진흥원 등 컴퓨터 관련자들에게 물어보면 경찰의 사이버수사 능력은 타 기관보다 월등하다고 한다), 해외기업 및 해외경찰과의 공조관계도 끈끈한 점을 보면 살인예고글 작성자는 빠른 시간내에 특정되어 잡힐 수 밖에 없다.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글을 썼는데, 구속까지 되고 실형까지 선고 되는게 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더 집중해야 하는 사건에 수사를 하지 못하게하고,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구속 수사는 너무 당연하다. 


 나는 구속수사를 넘어서, 국가가 원고가 되어 민사소송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 허위신고로 경찰을 출동하게 하면 관련 부대비용 청구도 병행한다고 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속보다 더 효과적인게 민사소송일 수 있다. 사이버수사대 근무자들의 초과근무 비용, 경찰 출동 비용 등을 산출해서 범죄자들에게 청구해야 한다고 본다. 엄연한 불법행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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