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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 오후 Feb 22. 2018

쇼핑몰 창업-(1) 망하지 않는 기획

약 10여 년 전 인터넷 쇼핑몰 창업이 한참 붐이었던 적이 있었다.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손쉬운 사업이라는 이야기에 너도 나도 부푼 꿈을 안고 물건을 팔아보겠다며 덤벼들었지만, 대박 꿈만 꾸고 준비 없이 달려들었던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이 시절 하루에도 수백수천 개의 쇼핑몰들이 생겨났는데, 사실상 승자는 광고업체, 포털사이트, 솔루션사였다. 소자본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큰 부담 없이 시작했지만 대부분 광고비 등의 지출로 큰 손해를 보고 접게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런 패턴을 익히 들은 창업자들은 준비를 더 철저히 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포털 사이트에 '쇼핑몰 창업'이라는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광고 글이어서 정말 유용한 정보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 광고 대행업체, 솔루션사, 쇼핑몰 제작자 등이 자신들에게 돈을 안겨줄 고객들에게 달콤한 정보를 던져주고는 우리의 고객이 되어달라고 소리칠 뿐이다.

인터넷 검색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끔 솔루션사 등이 주최하는 '강좌'도 참석해보지만 인터넷 검색만 하면 나오는 기본적인 내용들만 알려줄 뿐, 자사의 콘텐츠 홍보에 시간을 쏟는다.


창업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이 특히 이 부분이다. 모든 창업 강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창업 강좌의 경우 뭔가 대단한 성공 비법을 전해줄 것 같지만 항상 결론은 '결국 네가 알아서 잘 판단해야 한다' 이거나 '돈 들여서 마케팅 잘해라'인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에 얽힌 정보는 순수하지도 않고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비법을 얻어보겠다며 이런 강좌를 찾아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쇼핑몰 창업을 해본 지인의 실제적인 경험담 등을 듣는 게 현장감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고, 사업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는 쇼핑몰 운영 경험이 있음을 먼저 말씀드린다. 현재는 스타트업, 쇼핑몰 운영자들을 도울 수 있는 솔루션사에서 데이터 분석, 마케팅 기획 등의 일을 하며 매출 증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연재하게 될 포스트들은 사실상 쇼핑몰 사업자의 리얼한 실패담에 가까울 것이다.

굳이 실패담이라는 콘셉트를 잡은 이유는 리얼한 실패담이야말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유용한 정보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큰 실패는 최소화하고 작은 성공은 확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리얼한 실패담을 자세히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작은 성공을 크게 떠드는 글들만 난무할 뿐. 서점을 돌아다녀도,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 포스트들을 빠짐없이 꼼꼼히 읽는다면, 창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리얼한 현장감을 느끼며 명확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일반적인 쇼핑몰 폐업 패턴에서 벗어나 성공 패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 사업 기획


2010년 지인의 권유로 동대문 야간 시장에서 두 달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창고에서 동대문 시장까지 물류 이동, 거래처별로 상품 분류, 사입 삼촌, 지게 아저씨, 장끼, 공장가, 도매가, 소매가. 두 달간 일하면서 생소했던 시장의 언어를 배우고, 역할, 프로세스 등을 익히고 나니 한참 유행하던 쇼핑몰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당시 여자 친구도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같이 의류를 떼다가 팔아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시장을 돌아다니며 살펴도 보고, 쇼핑몰 업체에서 일하던 친구의 조언도 들으며 쇼핑몰 창업을 준비했다.


우리의 기획은 단순했다.


인원 : 나, 여자 친구 = "인건비 아까우니 둘이서 다 하자"
판매 품목 : 여성의류 = "여자 친구가 가장 관심 있어하고 옷 입는 센스도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있나?"
사무실 : 아버지 사무실의 작은 공간 무료 임대 = "임대료 안 드는 게 어디야"
촬영 모델 : 여자 친구 = "모델 쓰는 것도 비용이고, 여자 친구 정도면 괜찮겠지"
판매 플랫폼 : 오픈마켓으로 경험 쌓다가 사이트 제작 = "다들 임대형 솔루션 통해서 사이트 제작하던데?"
PG사 : 이니시스 = "이니시스가 젤 크고 유명하니까"


*앞으로 위와 같이 필자의 경험담을 적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같이 체크할 것이다. 위 내용은 글을 쓰는 동안 '사례'라고 명시하겠다.


이렇게 간략히 써 놓으니까 굉장히 생각 없이 계획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나름 신중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어쨌든 위 기획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업 기획이 뭔가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그냥 사업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준비해야 될 것들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예산은 얼마나 들어갈지 등을 위 사례처럼 하나씩 체크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소자본 창업일지라도 사업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도 구체적으로 정해놓으면 좋다.

"갈 길을 명확히 정해놓고 필요한 준비물을 트렁크에 빠짐없이 실어야 출발할 수 있다. "


위 사례에서의 문제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근거가 매우 단순하고, 다른 대안에 대한 탐색이 없다는 점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인원
단순히 "인건비가 아까우니 둘이서 하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둘이서 할 수 있는 영역과 전문가(외주 용역)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전문가를 쓰기로 결정했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되 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해봐야 하고, 전문가만큼은 아니겠지만 스스로 기술을 익혀서 대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했다면 기술을 익히기 위한 비용 산출 등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결정해야 한다. 단순히 인건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을 어설프게 메우게 되는 결과가 도출되고, 두 사람의 인건비도 못 건지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2) 판매 품목
사업에서 타깃팅이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위 사례처럼 단순히 '여성의류'라고 타깃을 설정하는 것보다 '30대 초중반 직장 여성들이 입을만한 옷'이라고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흔히 타깃의 범위가 넓어야 더 많은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타깃의 범위가 좁고 명확할수록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해지고, 시장에서 유니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며, 그래야 구매 전환도 쉬워진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에 더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서 '여성의류'가 정말 경쟁력 있는 품목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쇼핑몰의 절반 정도가 여성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까지 그것을 팔아야 할까?
사업은 취미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을 파는 것이 사업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것들을 탐색하고, 그중에서도 내가 독점 혹은 특별한 방식으로 팔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3) PG사 선택
보통 온라인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PG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면 카드 결제를 받기 위한 마무리 절차 정도로 이해를 해서 쇼핑몰 솔루션이나 제작업체가 추천하는 PG사를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다.
위 사례에서도 쇼핑몰 솔루션에서 제공하는 PG사 중 제일 점유율이 높은 이니시스를 선택했는데, 이는 창업자들의 생각이 바뀔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PG에 대해서도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

PG를 공급하는 업체마다 결제 수수료가 다르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수수료로 제공하는 곳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고, 결제 모듈을 연동하는 기간도 최소 1일에서 최대 2주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연동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면에서도 유리하다.

게다가 요즘은 기존 PG사인 이니시스, LG유플러스, kcp 등을 비롯하여 휴대폰 소액결제에 강점이 있는 다날과 SNS, 블로그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페이앱 등 PG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간편 결제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PG사별 특징을 파악하고 내 사업에 맞는 PG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업종의 특성에 따라 PG사를 중개해주는 곳도 있으니 도움을 받으면 좋다.


위 사례를 기준으로 간단한 표를 만들어 둘 테니, 각 창업자의 상황에 따라 위 조언을 참고하여 수정해보도록 하자.

이렇게 표를 작성했다고 끝이 아니다.

작성 후에는 각 항목별로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판매하려는 품목이 정말 잘 팔릴만한 것인지'
'더 유니크한 판매 방식은 없는지'
'고객이 정말 끌릴만한 콘셉트인지'
'각 항목별 예산이 적정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근거가 타당한지'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한 후 최종 결정이 되면 일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기억하자!
"아무리 소자본 창업이라도 잘못된 방향으로 출발하면 돈만 쓰고 쓸데없이 노만 젓는 신세가 된다. "



이번 내용은 창업을 하려는 분들에게 드리는 작은 조언과 사업기획에 대한 이야기로 채웠다.
연재가 계속될수록 내 부끄러운 경험담을 털어놔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모든 창업자들이 의미 없이 노만 젓다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성실히 연재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사업기획에 이어 실제적인 준비 과정, 사이트 및 콘텐츠 제작 과정,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 등을 연재할 계획이니 계속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해당 글은 의류 쇼핑몰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나, 품목이나 업종이 다른 경우에도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하니 상황에 맞게 참고하면 된다.




쇼핑몰 창업에 관해 광고성 글만 난무하는 것이 안타까워 쓰게 되었으며, 부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이킷과 구독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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