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창업-(2) 망하지 않는 기획 2
1편에서 말했던 것처럼 쇼핑몰 창업이 붐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소자본 창업이라는 데에 있다. 비싼 임대료를 낼 필요도 없고, 초기 비용도 적은 데다, 제품을 사진만 찍어 올리면 되는 단순한 프로세스 덕분에 창업이란 것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까지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그럼 정말 소자본 창업인지, 시작했다가 잘 안돼도 손해가 별로 없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일단 '소자본 창업'이란 구호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생각해봐야 한다.
창업자들 사이에서 "정말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할 수 있구나" 하고 소문이 돈 걸까? 아니면 창업자들을 끌어들여 이익을 보려는 주체가 만들어낸 허울 좋은 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쇼핑몰 창업을 '소자본 창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쇼핑몰 창업은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반면에 후기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대 비용이나 시설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 않고, 쇼핑몰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업체도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지만, 운영하면서 사입, 마케팅, 통계 등에서 비용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쇼핑몰 창업을 손쉽게 해준다는 광고에 현혹되어서 창업에 달려들면 곤란하다. 물론 누구나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맞다. 홈페이지를 무료로 만들어주는 곳도 있고, 사이트 제작부터 PG 가입, 사이트 관리까지 어려운 부분은 없다. 지금껏 쇼핑몰 업계는 더 많은 창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최적의 형태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료라는 말은 무료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지. 무료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쇼핑몰 창업은 헛된 꿈이니 꿈을 접으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결코 그렇지 않다. 이 분야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가지고 시작해야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연재하는 동안 현실적인 이야기와 더불어 성공적인 창업을 위한 조언과 대안도 충실히 전달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구체적인 기획
1) 일반
카메라는 오두막(캐논 5d mark2)을 구비하고 싶었으나 나중에 기변 할 생각으로 일단 저렴한 기종을 선택했다. 비용은 100만 원 정도.
그리고 실내에서 제품의 상세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트로보 조명을 60만 원에 구매했다.
마지막으로 사진 편집 및 사이트 관리를 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한데, 집에서 쓰던 노트북을 써도 충분할 것 같아 가져다 쓰기로 했다.
사무실은 다행히도 아버지 사무실 안에 5평 정도의 방을 빌릴 수 있게 되어 별도의 비용은 들지 않았다.
2) 판매 플랫폼
자체 사이트를 구축해서 판매하려면 최소 30~50개 정도의 상품은 갖춰야 했기에 곧바로 사이트부터 시작하기엔 부담이 있었다. 일단 '사입->촬영->편집->업로드'라는 단순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프로세스를 충분히 숙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오픈마켓을 통해 경험을 쌓기로 했다.
사이트 구축의 경우 독립몰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쇼핑몰 대부분이 임대형 솔루션(카페24, 메이크샵 등)을 이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임대형 쇼핑몰의 경우 디자인만 하면 됐기 때문에 8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
3) 콘셉트
사이트 디자인은 임대형 쇼핑몰의 경우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원하는 스타일의 사이트 3~5개 정도를 디자이너에게 알려주고 시안을 받아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렇다 보니 평소 즐겨 이용하던 사이트의 콘셉트와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상품 이미지는 여성의류 쇼핑몰 대부분이 그렇듯 카페 등지에서 촬영한 모델 컷을 포함하기로 했고, 의류 스타일은 20~30대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한 세미 오피스룩으로 결정했다.
4) 행정
PG 가입의 경우 PG사별 차이가 없다고 하여 임대형 솔루션에서 추천하는 5개 PG사 중 점유율이 높은 PG사를 선택했다. 가입비로 22만 원을 결제했다.
*1편에서도 설명했듯 필자가 직접 겪은 경험담을 적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같이 체크할 것이다. 위 내용은 글을 쓰는 동안 '사례'라고 명시하겠다.
"하루를 신중하면 하루만큼 지혜로워지고 일주일을 신중하면 일주일만큼 지혜로워진다.”
위 사례를 읽어보면 소자본 창업에 걸맞은 기획이기도 하고, 큰 무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슴 아프게도 많은 문제점을 가진 기획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일반
예산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한 기종의 카메라를 산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밑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문제는 콘셉트다. 일반 여성의류 쇼핑몰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상황에서 저렴한 기종의 카메라로 찍은 결과물은 일반 쇼핑몰(전문가가 고가의 장비로 촬영한 이미지)과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갖추거나, 아니면 아예 차별화된 콘셉트(촬영 방식, 보정 방식 등)를 잡을 필요가 있다.
앞서 얘기한 '소자본 창업'이란 말의 함정이 여기 있다.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는 있지만 경쟁은 대자본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자본 쇼핑몰의 콘셉트를 소자본 창업자가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차별화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집에서 쓰던 노트북을 그대로 사용한 점도 문제다. 상품 이미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색상 왜곡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고 노트북으로는 편집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도 벅찬 데다 색상 보정도 쉽지 않다. 최소한 추가로 모니터를 구매하거나, 새로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2) 판매 플랫폼
오픈 마켓을 통해 판매 경험을 쌓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시작부터 많은 상품을 갖춰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이나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판매 경험을 쌓으면서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
사이트 구축의 경우, 당시에는 대부분 임대형 쇼핑몰을 이용했는데, 소자본 창업의 경우에는 특히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독립몰 구축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트래픽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독립몰 제작업체들이 많아지고 비용도 저렴해져 독립몰 구축이 훨씬 쉬워졌고, 모바일 전용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사실 소자본 창업에 있어서 차별화는 생명줄이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디자인에 제약이 많은 임대형 솔루션보다 독창적인 디자인이 가능한 독립몰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대안도 있다. 위 사례 당시에는 SNS 판매나 블로그 마켓이 그다지 활성화되어있지 않았으나, 무통장 거래만 가능했던 시장이 카드 결제까지 가능해지면서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이제 개인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인 만큼 판매 플랫폼을 기존 전통적인 방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3) 콘셉트
판매할 품목을 여성의류를 선택한 부분이나, 20~30대 직장 여성 스타일을 콘셉트로 설정한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부분은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데다 창업자 스스로 충분히 시장조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잎서도 말했지만 소자본 창업자에게 차별화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례에서는 기존 쇼핑몰들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 하느라 굉장히 어렵고 소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야외 촬영의 경우 매번 같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변수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촬영 환경이 일정치 않고, 매번 다른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초보자의 경우 사진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게 야외 촬영이다. 정말 최악의 경우 하루 종일 촬영한 사진을 모두 쓸 수 없어 재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럼 업로드뿐 아니라 다른 여러 요소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스토리텔링이 손쉽다는 점에서 다양한 장소에서의 촬영이 판매에 유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사이트를 운영할 경우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델 컷을 빼고 제품을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는 촬영 방식을 연구한다던가, 일정한 장소에서 촬영하되 지루하지 않은 편집 방식을 활용해보는 것이 낫다. 물론 애초에 차별화된 품목을 판매했다면 콘셉트를 다양하게 설정하기 쉬웠을 거다.
4) 행정
임대형 솔루션이 무료인 이유는 다른 부가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PG 공급 시 중간 수수료를 취득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카드 수수료에 이미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래픽 비용이 무료이고, 손쉽게 쇼핑몰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대형 쇼핑몰의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독립몰을 구축하고 PG사와 직접 계약하면 더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비교해야 한다. 매출이 많은 대형몰이 괜히 독립몰을 구축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PG사 선택도 중요하다. PG사마다 심사 기준이 다르고 업종별로 유불리, 가입 가능 여부 등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꼭 자세히 비교해봐야 한다.
이번 편은 기획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얘기해봤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기획은 정말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게 되면, 방향이야 어떻든 관성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시작 후엔 아마 사이트에 상품을 업데이트하느라 정신 없어질 것이다.
어렵게 어렵게 상품 50개를 채웠는데,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뒤늦게 방향을 틀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쇼핑몰 시장은 새로운 시장이 아니다. 조금 더 늦어도 된다."
*해당 글은 의류 쇼핑몰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나, 품목이나 업종이 다른 경우에도 무리 없이 적용이 가능하니 상황에 맞게 참고하면 된다.
쇼핑몰 창업에 관해 광고성 글만 난무하는 것이 안타까워 쓰게 되었으며, 부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이킷과 구독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