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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김정
Nov 18. 2024
제사는 꼭 드려야 하는 걸까요?
(이 글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뻔 했습니다. 안받았다는 얘기죠.
얼렁뚱땅 제 부족한 생각일 뿐.
그래서 유학자, 종가집 관련되시는 분, 특히 시어머니, 시누이분들은 가급적 정독을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부모님과 보수적인 동생들도 포함해서요. 읽으면 제 주리를 틀겁니다.)
제사는 꼭 드려야 하는 걸까요?
저는 제사가 왜 있어야 하지?
왜 있어야 할까?
없으면 안될까? 하는 쪽입니다.
만약 제가 죽는다고 가정해봅시다.(죽기는 죽어도 싫지만요.)
그래서 아들놈이 제 기일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번 생각해보자고요.
어쨌든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참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사상 놓고 절하는 건 넌센스라 생각합니다.
제가 죽었는데 그걸 어떻게 먹겠습니까.
뭐 바보도 아니고.
혼령이 물질을 먹는다고요.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요.
중2 과학 교과서에 다 나와요. 생물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이런 영양소를 어떻게 분해해서 흡수하는지.
아니, 아니, 물질계가 아니고, 혼령계 얘기를 하는 거라구요?
제사상 음식도 혼령계로 컨버션 한다구요.
좋습니다.
제가 그럼 혼령으로 와서 컨버션된 제사상 음식을 먹는다고 칩시다.
못먹는 건데 자꾸 먹는다고 하니.
아무튼.
근데 여기서 잠시만!
“저기, 이모님! 사장님! 여기 메뉴좀 바꿔주세요.”
왜 그러냐고요.
홍동백서니, 기름 좔좔 부침전이니, 생선이니, 흰쌀밥이니. 어디 초등학교 쌍팔년도 급식도 아니고. 어지간해야죠.
자, 이걸로 가봅시다.
엽기떡볶이, 마켓컬리 송탄 부대찌개하고(마트 껄로 대충 때울 생각하지 말고요), 오징어짬뽕라면(신라면 매워서 안되고)을 꼬들꼬들하게 끓여주고, 유니자장면(길 건너 샤오장 껄로, 간짜장 말고요, 다꽝은 두 종지로 부탁), 후식으로 손흥민이 광고하는 메가커피 아이스아메리카하고, 단골로 가는 카페 브륄레치즈케이크, 뭐 이런 거로 부탁해요.
못만든다고요.
누가 만들래요. 배달 놨뒀다가 뭐한답디까. 배민 쿠폰도 깨알같이 써주시고.
그럼, 신령하지 않다고요.
젠장할. 제가 신령이에요. 금도끼, 은도끼, 돌도끼라도 드릴깝쇼.
게다가 제가 좋다는데, 뭔 상관이에요. 죽어서도 먹기 싫은 거 먹는 거 어느 나라 로컬룰입니까.
대체 누구를 위해 제사상을 플레이팅하는 거냐고요.
안성재 쉐프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당신은 이 요리를 만든 의도가 뭡니까? 전 요리는 의도된 바가 전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상님께 바치려고...”
“그 조상이 누구죠?”
“제 아버진데요.”
“그분이 뭘 좋아했죠?”
“엽기떡볶이. 오징어짬뽕라면. 유니짜장.”
“이것은 무엇입니까?”
“육탕, 어탕에, 국수도 놓고, 포에 나물 몇가지, 그리고 전도 부치고, 식혜도 놓고. 홍동백서...”
“홍동백서 같은 소리하고 앉았네. 탈락!!! 탈락, 탈락, 탈락, 탈락!!!”
“꺼억.”
원조 좋아하시죠.
이 제사란 제도는 중국 상나라가 최초입니다. 장충동 원조 할머니 족발 같은 거죠.
거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가관인 거 알아요.
그때는 창 들고, 화살 몇방 쏘고 “와아!” 하고 공격해서 점령한 다른 부족의 새까만 어리버리 애를 포박해 와서 어떻게 한줄 아세요.
바둥거리는 울먹울먹 그애를 제사상에 올립니다.
조상님 드시라고.
인신 공양이죠.
원조 좋아하시면, 그렇게 함 가보실래요.
그럼 제가 이렇게 말하겠죠.
“누굴 식인종으로 아나. 이 삐리리 자식들이.”
그냥 이렇게 합시다. 제사상이고 뭐고 간에.
몇 년전 오늘 기일에 나라는 사람이 죽었구나 하고 생각만 해주는 거로 합시다.
그립네. 사랑합네. 애석하네, 아주 나쁜 놈이었네, 이런 로맨틱하고 감성적이고 좋은 단어 많잖아요.
일 번거롭게 만들지 말고.
제사니 뭐니 다 때려치우고, 한줌 재라도 있는 봉안당으로 오셔서 말이에요.
며느리고 뭐고 다 빼고, 나 진짜 보고싶은 사람으로.
그런데 사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생각 같은 것도 안해줬으면 싶어요.
왜냐고요.
죽고 나서 다시 지렁이 같은 걸로 태어나 조용히 땅 속에서 “음냐 음냐, 이 흙은 참 맛있는 토양일세” 하고 살고있을텐데.
아니면 조선시대로 돌아가 산도적 직원식당 담당으로 태어나 잡아온 통돼지도 노릇노릇 굽고, 어디서 훔쳐온 군량미를 씻어서 밥 짓느라 바빠죽겄는디.
근데 기일만 되면 제 생각한답시고 “아부지 그리워요”, “여보, 당신이 없으니까 옆구리가 쓸쓸하지 뭐유.” 오라마라, 가라마라 하는데, 저도 힘들다 이거죠.
생전에 바가지에 잔소리에 긁을대로 긁어대고, 자식놈은 말 드럽게 안듣다가, 왜 죽은 다음에 눈물, 콧물을 짜는지.
아니 살아있을 때 잘하지 왜 저럴까요.
유교 코스프레도 아니고.
“정말 살아 생전에 잘하라고요. 죽은 다음에 뭔 소용입니까요!”
그런데 이분들이 봉안당에 와서 뭐라고 하는줄 압니까. 공짜 없다 이거죠. 그냥은 절대로 안갑니다.
“여보, 근데. 이번에 얘가 회사 승진이 걸려있는데, 제발 이번에는 알지. 찡긋! 죽어서는 이런 거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옆집 누구네는 조상신이 도와줬다는데. 안그래요. 요번에 승진. 오케바리.”
“아부지 부탁해요. 이번에 산 로또도 어떻게.”
노케바리다. 승진을 왜 나한테 와서 얘기합니까.
인사 부서 가서 따지든지.
그리고 로또는 기획재정부 복권수탁사업자가 주관하는 거예요. 제가 거기 개입하면 그게 조작이 아니고 뭡니까.
이 자식아. 누굴 개사기꾼으로 만들라고.
해서 전생의 연은 깔끔하게 끊을수록 서로 좋은 거라 봅니다.
이렇게 질척질척되는 거, 참 쫌스럽습니다.
저는 지렁이로 흙 파먹으며 조용히 살테니, 니들도 알아서 살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신사는 헤어진 여자 이야기와 세금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말.
진정한 후손은 조상 덕 볼려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말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요.
제가 안죽었다고 하고, 제 입장에서 보자면.
살짝 예외는 좀 있다는 거죠. 아무래도 있겠죠.
무슨 얘기냐고요.
혹시 제 아버님께서 제가 제사 지내주는 조건부로 10억을 형제들 몰래 따로 쓱 챙겨주신다면야.
꺼억
하하하.
저요, 저요, 제가 전통 성리학, 주자학 제사 패키지로 매년 꼬박 꼬박 지내드리겠습니다요.
4대조는 기본 디폴트로 가고요, 음력 10월 묘사에, 조상님 불천위도 지내드리겠습니다.
혹시 거기에 10억 더 지르신다면.
“이야. 아버님. 통 크시네. 돈 쓸줄 아시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 사시제에,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명절 차례는 당근 빼놓지 않고,
동지에 시조제, 입춘에 선조제, 계추에 녜제,
거기다 기제, 묘제까지 풀옵션으로 가겠습니다요.
저요! 저요! 제가 성리학, 주자학 제사 패키지로 가드린다고요.
절대 배달음식 안시키고요. 아잉!
(이 글은 저 혼자 문답으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글이오니, 오늘 실없는 놈 하나 만났네 생각해주세요. 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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