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리고 프롤로그
애석하지만.
물론 어느 분도 애석해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이번 브런치북 ‘인생 뭐 있나 즐겁게 살아라 마’는 20회를 마지막으로 종료를 할까 합니다.
어라. 20회로 끝.
벌써 소재가 다 떨어졌나 할 것입니다.
스토리텔링 위주로 쓰더니, 어쩐지 인생에 사건사고가 그렇게 많을 수가 없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런데 어쩌죠. 그 반대라는 것.
실은 제가 하고 싶은 얘기의 십분의 일도 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 정도는 잠시 워밍업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려니 정말 소재가 다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하하하.
어쨌든 첫 번째 이 브런치북은 저의 경우는 매우 재밌게 썼습니다.
재밌게 쓸 수 있었던 데에는 글쓰기 방법에 있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즐겁고, 신나게, 휘파람을 불면서 각색을 했거든요.
물론 너무 각색을 하다보면 목욕탕 시리즈처럼 픽션에 가까워지는 참사가 일어났지만 말이죠.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교훈이 없었던 점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대부분 긴 글이었는데, 다 읽고나면 얻는 게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게 없으니 말이죠.
그런데 실은 저에겐 이 글을 처음 쓸 때부터 읽는 분이 즐겁게 읽어주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가치관이라든지, 교훈이라든지, 의미심장한 무엇도 없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습니다.
(이 브런치북을 쓰게 된 계기라든지 제목이 그분과 연관되어서 말씀드립니다)
그분이 돌아가실 때, 전 인생이라든지, 죽음이라든지, 거창한 무엇, 또는 깨달음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헌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
대신 장인어른이 딸기케이크를 맛있게 드셨다던가, 저를 바깥에서 볼 때 어린아이처럼 웃으시던 모습, 마이크를 놓치않고 즐겁게 오동잎을 부르시던 모습만이 남았습니다.
장인어른 자체가 그러신 분이셨습니다.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말고, 즐겁게 살아라 마” 라고 입에 달고 사셨던 분입니다.
지금은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셨지만, 전 장인어른이 다시 태어났을 것이라 믿습니다.
과학적으로 말이죠.
우주과학 얘기 잠깐 하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의 행성중 하나입니다.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대신 빛은 태양같은 항성이 냅니다.
고로 우리는 태양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태양은 별이며, 항성입니다.
저런 태양은 우리 은하에 몇 개가 있을까요.
수천억개가 있습니다.
그중 1억분의 1 확률로 사람이 살 수 있는 태양계가 존재한다면. 그보다 확률이 높겠지만요. 그렇다고 일단 하지요.
그럼 우리 은하에는 수천개가 있겠군요.
무엇이냐고요. 지구같은 살기좋은 행성이 말이죠.
그런데 우리 은하같은 은하가 이 우주에 수조개가 있는 것 아십니까.
어떤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훠얼씬 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나마나, 이런 지구같은 행성이 수천조개가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거기에 더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는 말이죠. 끝이 아닙니다.
빅뱅 아시죠. 우주가 탄생한 시초입니다.
그 빅뱅이후 우주는 인플레이션처럼 무한히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뭘까요.
그냥 무한히 팽창만 할까요.
아닙니다.
최근 학설에 따르면 마치 알을 낳듯이 새로운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한다는 겁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세포가 분열하듯이. 산부인과에서 무통주사 맞고 아이를 낳듯이.
이 얘긴 수천조개의 지구가 무한히 생성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다시 우리로 돌아가봅시다.
우린 생명체입니다. 생명체는 필수 6대 원소가 있습니다.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인, 황 입니다.
이것이 지구의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 흙이 순환을 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저 원소조차 가장 근본은 무엇일까요.
원소 안을 파고들면 무엇이 남나요.
양자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이 우주의 양자라는 겁니다. 양자는 대부분 빈 공간입니다.
축구장 안의 축구공 크기가 양자입니다.
고로 우리 몸은 물리적으로 존재할뿐, 양자적으로는 실은 빈 공간입니다.
게다가 양자는 불확정성의 이론으로도 유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태입니다. 지 맘입니다.
그건 달리 말하면 어디서도 존재할 수 있고,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치 장자, 선불교 같은 말씀같군요.
어쨌든 우린 어디서도 존재하고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한 얘기지만 그렇습니다.
요약하겠습니다.
수천조개의 지구가 있고, 그 지구조차 무한히 생성되는 우주에 존재하므로, 그 갯수는 수조조개로 어마무시하다.
그리고 우리 생명체는 양자이며, 빈 공간이고, 어디서도 존재할 수 있고, 어디서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처음의 사진 다시 보겠습니다.
고로. 요컨대. 그러므로.
시간의 문제이지, 장인 어른이 이 우주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겁니다.
장인어른은 다시 태어나서 어딘가에서 “골치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라 마.” 하고 살고 계실 것입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너무 대단한 걸 쫓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고,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것처럼 말이죠.
수조조개의 우주에서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겠습니까.
그냥 저는 즐겁게 살렵니다.
혹시나 몽고 같은 시대에 태어나 테무진에 대들었다가 사지가 찢기는 형벌만큼은 당하고 싶지 않습니다만요.
글을 시작할 때 프롤로그가 없었던 점이 늘 마음에 걸려 에필로그는 꼭 써야겠다 생각했는데, 이 글로 대신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 글이 앞으로 발행될 브런치북의 프롤로그이다 생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왜냐면 새로운 브런치북 역시 분위기가 이와 별반 다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회차 분량이 조금 긴 것 같아 그 부분만큼은 짧게 쓰도록 앞으로 신경쓰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한 이야기의 십분의 일도 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립니다.
고로 앞으로도 재밌고 즐겁게 쓸 겁니다.
슬픈 글 쓰면 혼내주세요. 히히.
참, 그리고.
‘쳇! 이김정 얼렁뚱땅...’은 죄송하지만, 이번주는 휴재임을 양해드립니다. 수요일 연재인데 크리스마스인 관계로는 아니고요.
앞으로 이슈가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글을 올릴 예정임을 양해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이번 ‘인생 뭐 있나 즐겁게 살아라 마’ 브런치북을 그동안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분이 없다면 이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낙서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새로운 브런치북으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고요. 따뜻한 연말 세밑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