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ㅣK콘텐츠의 넥스트 스탭
ㅣK콘텐츠의 넥스트 스탭
최근 쓰는 글 서두에 자꾸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게 된다. 안그러고 싶은데 이 열풍이 너무 거센데다, 케데헌이 한국이 보유하지 못한 IP라는 것에 대한 아쉬움들이 여기저기서 너무 커서(과거 <오징어 게임>에 대한 아픔도 투영된 듯...) 내가 너무 시달리고 있기에ㅠㅠ
현실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스토리를 가지고 드라마나 영화 같은 실사(Live Action)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OTT로부터 제작투자를 받으려면 창작자나 제작사가 IP에 대해 제대로된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다.
(극장 '티켓'이라는 명확한 단일 수익창구로 인해 극장-투자·배급사-제작사 간 수익배분 비율이 자리잡은 영화판과는 다른 문제다)
OTT 입장에서는 성공여부 판단이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거액을 투자해야하기 때문에, 해당 리스크의 헷지 용도로 부가수익 권리를 모두 확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케데헌의 경우에도 매기 강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이었고 따로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감독이나 제작사인 소니도 작품에 대한 별다른 부가권리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넷플릭스에 맞서 우리 작품에 대한 권리 확보를 어떻게 해야되냐? 같은 논쟁은 소모적일 수 밖에 없다. 대신 한국형 슈퍼 IP로 차근차근 성장해가고 있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혼렙은 웹소설→웹툰→애니→게임 으로 확장했고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중이다. 원작사인 디앤씨미디어는 나혼렙을 웹툰과 애니, 게임으로 확장 시키면서 투자도 단행해 원작사로서 어느정도의 권리(부가사업 포함)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넷플릭스와 계약관계는 현재는 알 수 없으나, 그간의 행보를 볼 때 완전한 매절 계약은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나혼렙 애니는 2기까지 흥행에 성공했고, 게임도 흥행에 힘입어 후속작을 제작 중이다. 애니는 제작위원회를 통해 애니 및 부가사업에 대한 수익을 쉐어받을 것이고, 게임을 통해서는 로열티 수익을 얻고 있다. 굿즈 등 자체 부가사업도 하고 있는데, 그 결과 디앤씨미디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4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콘텐츠 기업은 IP를 보유하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IP는 경쟁우위 창출, 수익 다각화 및 극대화, 리스크 관리 등을 가능케하는 기업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IP 보유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엔터, 게임, 애니, 웹소설·웹툰 분야를 중심으로 IP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엔터 분야가 두드러진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권리를 바탕으로 본업인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부가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앨런 크루거의 <로코노믹스>에서도 나오지만 음악 산업은 음원 수익 외에도 공연,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부가수익으로 돌아간다.
한국도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메이저 엔터 4사의 매출은 계속 상승세이고 공연과 MD/IP라이선싱 매출이 향후 2년간 각 연평균 49.7%, 14.5%의 고성장이 예측된다(김유혁, 2025).
애니메이션 분야는 전통적으로 IP를 활용한 라이선싱 사업이 활발한 분야다. 뽀로로와 핑크퐁이 대표적이지만, 이제 좀 식상하니 '파산핑'으로 유명한 <캐치! 티니핑>의 SAMG엔터를 한번 살펴보겠다.
자사가 보유한 애니메이션 IP 기반 공고한 MD와 로열티 수익을 통해 급성장한 케이스다. 2024년에 역대 최고 매출인 1,164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제품이 894억 원이고 라이선스가 211억 원으로 합산 1,105억 원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94.9%에 달한다(고기정, 2025).
이 외 게임과 웹소설·웹툰 분야도 정말 IP 비즈니스가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IP 관련 매출이 나와있는 자료를 찾지 못해서 여기서는 제공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있다(혹 관련 자료가 있으신 분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이처럼 콘텐츠 기업은 IP를 가지고 그 권리를 활용해 다양한 부가사업을 해야 수익이 극대화된다. 단순히 콘텐츠만 팔아서는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IP를 가지고 있을 때 얼마나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IP가 없는 기업과는 차이가 어떤지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가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올해 5월에 발행한 <지식재산권 보유에 따른 기업 매출성과 분석> 보고서다. 국내에서 IP를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종업원 1인당 매출성과를 비교했고, 기업규모나 IP 확보 범위 등에 따른 차이도 비교해서 분석했다. 콘텐츠 기업에 한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참고할만한 자료라 살펴보았다.
먼저, 기업의 IP 보유여부에 대한 비교인데, IP를 보유했을 경우 전체 기업들의 종업원 1인당 매출성과는 20.9%가 증가했다. 기업규모에 따라서는 대기업이 그 증가치가 가장 높은 것이 특이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유럽과는 차이가 있다. 유럽의 유사 연구를 보면 IP를 보유했을 때 종업원 1인당 매출성과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SME)*에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났다. 조심스럽지만 유럽이 한국보다 중소기업의 IP 비즈니스 역량이 더 뛰어나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EPO&EUIPO, 2025)
*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의 약자
물론 우리나라와 유럽 기업 간 경제 활동에 있어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시장, 산업, 정책 등)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번쯤 고민해볼 문제이긴 하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기업이 국내 지식재산권만 확보한 경우와 국내외 지식재산권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로 나눴을 때를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매출성과가 대기업은 24.6%, 중견기업은 13.0%, 중소기업은 20.5%가 증가했는데, 후자의 경우 각 77.1%, 33.1%, 24.3%로 매출성과가 증가했다.
글로벌 IP 권리까지 확보하는 것이 더 큰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조사를 통해 '더 큰 수익'이라는 것의 정량적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특히 한국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매출성과 증가폭이 큰데, 아직 국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글로벌 IP 비즈니스 역량이 미흡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글은 '기업이 IP를 가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막연한 가정에 대해 실제로 얼마만큼 성과가 나는 것인지에 대해 정량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몇몇 섹터 기업의 IR 자료를 기반으로 실제 사례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고, <지식재산권 보유에 따른 기업 매출성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포괄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지식재산권 보유에 따른 기업 매출성과 분석> 보고서의 경우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모두 아우르는 연구라 콘텐츠 기업도 이럴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콘텐츠 기업에 한정한 후속연구가 나온다면 좋겠고, IP를 활용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연관산업 기업에 대해서까지가 포함된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누군가 해주세요...ㅎㅎ).
더불어 본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참고했던 리포트들은 전문을 보고 싶은 분들이 있을까 싶어 아래에 링크를 공유합니다.
[지식재산권 보유에 따른 기업 매출성과 분석]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firm performance in the European Union]
[[IBKS Industry Report] Booming again!]
https://m.ibks.com/iko/IKO010301.do?seq=10721
참고문헌
고기정, 'SAMG엔터, 2024년 실적 발표…매출 1164억 원, 영업손실 35% 축소', 월간조선, 2025.
김유혁, '[IBKS Industry Report] Booming again!', IBK투자증권, 2025.
윤현주, '카카오엔터가 2대 주주였네…‘나혼렙 성지’ 디앤씨미디어 가보니[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한국경제, 2025.
임소진 등, '지식재산권 보유에 따른 기업 매출성과 분석',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25.
지인해, '통계로 본 한류 스토리', 한류NOW,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
EPO&EUIPO,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firm performance in the European Union, Firm-level analysis repor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