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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17. 2018

타이완 동쪽으로 가는 까닭

타이완 동부 소도시 여행


If you go 

to the 

Eastern

Taiwan

타이완 동쪽으로 가는 까닭 

태평양의 경이로운 자연부터 순박한 소도시의 삶, 꿈을 가득 실은 열기구 축제 등. 거대한 산맥에 가려진 타이완 동부의 다채로운 매력을 찾아 떠난다.


글. 문지연       사진. 박소현




타이완 동부의 속사정은 구글 맵만 봐도 알 수 있다. 태평양 서안에 망고를 톡 올려놓은 듯한 섬나라 타이완은 언뜻 봐도 서부와 동부가 무척 비교된다. 문화의 고도 타이난과 신흥 거점 도시 타이중, 론리플래닛 ‘2018 최고의 도시’에 선정된 가오슝 등 도시가 발달한 서부는 상앗빛 평지 위에 노란색 도로가 촘촘히 연결돼 있는 반면, 동부는 산지를 의미하는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다. 국토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지가 모두 동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일 터. 마우스 스크롤을 돌려 지도를 확대하면 동부 해안선과 산맥을 지나는 도로가 드문드문 보이는데, 이마저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집으며 셀 수 있을 만큼 적다. 등뼈처럼 솟은 거대한 중앙 산맥에 가로막힌 동부는 개발이 더딘 데다가 여행지로서도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과 토착 원주민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고속철도와 도로까지 속속 놓이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물론 아직도 동쪽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타이베이에서 타이둥까지 고속철도로 3시간 30분, 자동차로 7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럼에도 우리가 동쪽으로 가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동쪽으로 가는 첫 번째 길

총길이 약 12.9킬로미터. 첫 번째 도시 이란(宜蘭)으로 가기 위해서는 타이완의 최장 터널이자,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긴 쉐산(雪山) 터널을 지나야 한다. 처음이 터널을 뚫는다고 했을 때, 태평양 화산 지진대에 위치한 열악한 지질 때문에 공사가 불가능할 거란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타이완 정부는 위험을 감수하고 13년간의 오랜 씨름 끝에 2006년 터널을 완공했다. 이로써 타이완 최초로 동서를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동부 지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가장 큰 수혜자인 이란은 타이베이에서 1시간이면 닿는 동부 여행지가 되었다.


란양박물관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 입체감과 공간미를 살린 란양박물관의 내부. ⓒ박소현

10분 남짓 달려 기나길 터널을 빠져나온 버스는 곧바로 란양박물관(蘭陽博物館)으로 향한다. 인문과 생태 분야를 중심으로 이란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이곳은 타이완 동부 여행의 기점으로 삼기에 제격. 땅에서 불쑥 솟아난 듯한 신비로운 파사드를 마주하자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설렌다. “란양박물관은 동부 해안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파른 단면산(單面山)을 모티프로 디자인했습니다.” 천비린(陳碧琳) 관장이 색깔이 다른 벽면을 툭툭 치더니 설명을 이어간다. “소리가 다르죠? 외벽에는 알루미늄 패널과 화강암 두 가지를 사용했습니다. 각도와 빛에 따라 암석 절리처럼 보이도록 설계한 거예요.” 여기에 석재를 음표로 전환해 비발디 <사계>의 선율에 따라 정렬하는 방법으로 사계절을 표현했다고. 자연을 닮은 건축물은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2012 국제 건축상’ ‘대만 건축상 우수상’ 등 각종 건축상을 휩쓸기도 했다.



박물관 안내를 맡은 천비린 관장. 란양박물관은 4층부터 산, 평원, 바다 순으로 관람하도록 설계했다. ⓒ박소현

전시 관람에 앞서 먼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간다. 위에서부터 산, 평원, 바다 순으로 구성된 전시관은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뜨린다. 이는 삼면이 산맥으로 둘러싸이고, 동쪽으로 접한 태평양까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이란의 지형을 고스란히 본뜬 것. 수백 년 넘은 편백나무 원시림이 조성된 산악 지대를 지나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탄산 냉천과 타이완 동부에서 유일한 곡창지대인 이란 평원의 농경 생활, 산호초가 자라는 청정 바다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박물관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서자 유리창 너머로 우스항(烏石港)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선이 오가는 작은 포구 뒤로 이란에서 신성시 하는 거북 모양의 구이산(龜山)섬 모습도 어렴풋이 보인다. “3월부터 12월까지 우스항에서 돌고래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유람선을 타고 가까이서 관찰하죠. 또 타이완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고즈넉한 풍경에 감탄하며 사진으로 담는 사이 천비린 관장이 이란의 자랑을 덧붙인다. 얼굴 가득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증류 시설이 보인다. ⓒ박소현

이란은 1년에 200일가량 비가 온다. 또 바다가 지척이고, 지하에서 용천수가 펑펑 솟아 온천이 발달했다. 질 좋고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한 이란에 타이완 유일의 위스키 증류소가 들어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란에 사는 원주민의 이름을 딴 카발란(KAVALAN) 위스키는 킹카 그룹(King Car Group)에서 만드는 싱글 몰트위스키다. 2006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출시 10년 만에 연간 1,000만 병을 돌파하고 60여 국가에 수출하는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위스키인 셈. 타이완을 위스키 강국으로 만든 명성만큼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는 이란 여행의 필수 코스다. 이란 시내에서 차로 20분 걸려 도착한 증류소에서 6개의 회색빛 건물이 방문자를 맞는다. 때마침 1시간마다 진행하는 시음 시간. 눈을 딱 감고 작은 종이컵에 담긴 위스키를 입안에 털어 넣는다. 아찔한 알코올 향이 가시자 특유의 달짝지근한 풍미가 혀에 감긴다. 


위스키의 주원료로 사용하는 몰트. 숙성실에서는 지진에 대비해 배럴을 5층 높이로 세워서 보관한다. ⓒ박소현

 생산 설비를 견학할 수 있는 양조장으로 향하자 초입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배럴에 담긴 몰트를 들고 킁킁 냄새를 맡거나, 숙성 기간에 따라 다른 색을 띠는 위스키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양조장보다는 체험장에 가까운 분위기. 안쪽으로 들어가자 복도를 따라 유리창 너머로 커다란 증류 시설이 보인다. 카발란 위스키의 특이점이라면 숙성 연도를 표시하지 않는 것이다. 이란의 고온 다습한 아열대기후 탓에 4~5년이면 위스키가 충분히 숙성되기 때문. 여기에 한 가지 더 다른 점을 보태면 지진에 대비해 배럴을 세워서 보관한다. 수천 개의 배럴을 5층까지 쌓아 올린 숙성실은 이색적인 볼거리다.





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제1회 라이징 포토그래퍼’ 콘테스트에서 최종 우승한 사진가 박소현이 동행했고, 후지필름의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S로 촬영했다.


ⓘ 취재 협조 타이완관광청




다음 이야기

Part 2. 신비로운 협곡의 관문, 화롄

Part 3. 원주민과 열기구의 도시, 타이둥

Part 4. 타이완 국제 열기구 축제

타이완 동부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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