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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왜 팬에게 '브릭링크 스튜디오'를 줬을까?

'참여하세요' vs '창조하세요' : 고객 참여 도구 기획 가이드

by 박찬우


레고 아이디어즈(LEGO Ideas)

레고 아이디어즈(LEGO Ideas)의 눈부신 성공 신화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팬이 자신의 창작품을 제출하고, 1만 명의 지지를 받으면 실제 레고 세트로 출시되는, 꿈과 같은 팬 참여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이 이 '결과'에만 주목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1만 명의 지지라는 '결과물' 이전에, 우리는 그 창작품이 어떻게 '제출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졌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레고는 팬들에게 그저 "참여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것으로 창조하세요"라며 구체적인 '창작 도구'를 제공했습니다. 바로 '브릭링크 스튜디오(BrickLink Studio)'입니다.


브릭링크 스튜디오(BrickLink Studio)

브릭링크는 본래 레고 팬들이 희귀 부품을 거래하는 가장 큰 마켓플레이스였으나, 레고 그룹에 인수된 후 '스튜디오'라는 강력한 디지털 빌딩 소프트웨어를 통해 레고 생태계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팬들은 수만 개의 값비싼 실제 브릭을 구매하지 않고도, 이 디지털 도구 안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구현하고, 렌더링하며, 설명서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도구'의 제공은 두 가지 거대한 전략적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브릭링크 스튜디오'는 단순한 '그림판'이 아닙니다. 이는 레고의 실제 부품 팔레트와 물리 법칙에 기반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도구'입니다. 만약 팬들이 종이에 그린 그림만 제출한다면, 레고 디자이너들은 1만 개의 아이디어를 검토하느라 모든 자원을 소진할 것입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팬들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레고의 생산 규격'과 '부품 목록(Series Palette)'을 따르도록 유도합니다. 이 도구는 팬들의 아이디어를 '막연한 팬 아트'가 아닌, 즉시 생산 검토가 가능한 '표준화된 프로토타입'으로 격상시킵니다.


둘째, 도구는 '진정한 파트너'를 규정하고 육성합니다. 레고는 '브릭링크 디자이너 프로그램(BDP)'을 운영하며 "우리는 브릭링크 스튜디오를 통한 디지털 빌딩을 장려하고 싶다"는 명확한 목표 아래, 스튜디오 사용을 '필수 요건'으로 규정합니다. 이는 '아무나'가 아닌, '우리의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팬'을 파트너로 삼겠다는 선언입니다.


레고의 성공은 '참여의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창작 도구'를 제공하여 팬들을 '공동 디자이너'로 진화시킨 데 있습니다.


고객 참여 도구란 브랜드가 고객 또는 팬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거나 제품·서비스 개선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전문 플랫폼과 기능을 뜻합니다. 본질적으로, 브랜드는 기존의 일방향적 공급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 혹은 ‘협력 파트너’로서 팬 커뮤니티와 장기적 신뢰와 동반성장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고객이나 팬들의 참여를 제안하면서 실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배려는 아직 미흡합니다. 보상보다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참여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고객과 팬에게 참여를 통해 직접 창조할 수 있는 도구를 건네주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참여 도구가 만드는 새로운 참여의 형태


레고의 '브릭링크 스튜디오'는 고객 참여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브랜드들은 레고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객이나 팬들에게 '창조의 권한'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의 사례들을 '고객의 참여 범위'와 '창조의 자율성'을 기준으로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설명하겠습니다.


제품 개인화 - "나만의 시그니처를 디자인하다"

가장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유형입니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프레임' 안에서 고객이 '스타일'을 결정합니다.


나이키 - Nike By You

Nike By You

고객은 나이키 웹사이트(https://www.nike.com/nike-by-you)에서 'Nike By You' 툴을 사용해 에어 포스 1, 덩크 로우 등 인기 모델의 각 부분(어퍼, 솔, 스우시, 신발 끈)의 색상과 재질을 직접 선택하고, 개인 이니셜까지 새길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색상 선택'이 아닙니다. 고객은 '디자이너'가 되어 수십만 가지 조합을 시도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을 만드는 '창작의 경험'을 구매합니다. 브랜드는 재고 부담 없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고객은 자신의 정체성을 제품에 투영합니다.


포르쉐 - 'Porsche Configurator'

Porsche Configurator

포르쉐는 'Porsche Configurator'를 통해 육백조 개 이상의 조합을 제공합니다. 고객들은 실시간 3D 렌더링으로 자신이 선택한 옵션을 360도로 확인하고, 다양한 배경에서 차량을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온라인으로 맞춤 제작 차량을 사전 주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디지털과 물리적 접점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옴니채널 경험을 구현했습니다. 평균 16분의 설정 시간 동안 고객들은 연간 5억 4천만 번의 클릭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드림카를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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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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