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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1963은 어떻게 가짜뉴스를 이기는 서사를 만들었나

36년 만의 복귀, 팩트가 아닌 '진정성'으로 싸우다

by 박찬우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프던 시절, 나의 형제들에게 최고의 음식은 라면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집에 박스채로 사다 놓으시면 매일매일 형제끼리 끓여 먹었던 그 맛있었던 라면,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라떼는 바로 '삼양라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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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 3일, 익명의 투서 한 장으로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람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것은 용서 못한다.'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삼양라면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분노로 이어졌습니다. 저도 적지 않게 놀라고 분노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가 격화되면서 사회적 불신이 빠르게 확산됐고,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인 1위 브랜드였지만, 이 논란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10%대로 급락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삼양라면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기억으로 남거나 사라지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경쟁사인 농심의 신라면으로 옮겨 간 기억이 제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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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3일, 그 우지 파동이 시작된 바로 그 날짜. 36년이 흐른 뒤, 삼양은 우지로 튀긴 라면 '삼양 1963'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김정수 부회장은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뉴스를 듣는 저는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36년 사이 어디쯤에서 저도 우지 파동이 가짜뉴스이며 약 8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우지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무죄 판결을 났다는 뉴스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연재 중인 <가짜뉴스, 탈진실 시대의 마케팅>에 이 사례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관통하는 상징적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부터 분석을 해 보겠습니다.


36년 전 '우지 파동', 가짜뉴스의 서막


1989년의 '우지 파동'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탈진실 시대의 원형과도 같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객관적 사실보다 감성적 서사가 대중을 지배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탈진실 시대에 대해 복습이 필요하시다면


당시 검찰이 사용한 "공업용(industrial-use)"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강력한 '감성적 폭탄'이었습니다. 이 단어는 '먹을 수 없는 것', '더러운 기름'이라는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언론은 검찰 발표를 받아 '공업용 우지'라는 표현으로 융단폭격을 가했고, 소비자들은 삼양이 파렴치한 기업이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 그들의 공격법이 궁금하시다면


팩트는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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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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