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탈진실 시대, 브랜드가 배워야 할 시민운동의 지혜
2016년 5월, 스웨덴의 이란계 저널리스트 미나 데너트(Mina Dennert)는 온라인 뉴스 기사의 댓글창을 보며 깊은 좌절을 느꼈습니다. 2015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백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유럽에 도착한 후, 온라인상에서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침묵하는 다수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그녀는 페이스북에 #jagärhär(스웨덴어로 '나 여기 있어')라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혐오 댓글에 맞서 건설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은 시도는 전 세계로 확산되었습니다. 현재 "#iamhere international"은 유럽, 북미, 아시아 등 19개국 15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시민 주도 반혐오 운동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IchBinHier, 프랑스의 #JeSuisLà, 이탈리아의 #IoSonoQui까지. 페이스북이 2021년 발표한 'Courage Against Hate' 보고서는 이를 "시민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반온라인 혐오 운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탈진실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핵심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확증편향에 따라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집단의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반박하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iamhere 스타일의 '카운터 스피치(Counterspeech)'는 이 딜레마에 대한 효과적 접근 방식입니다.
카운터 스피치란 혐오 발언이나 잘못된 정보에 맞서는 응답을 의미합니다. 하버드 대학 버크만 클라인 센터의 수잔 베네쉬(Susan Benesch) 교수가 이끄는 위험한 발언 프로젝트(Dangerous Speech Project)는 이를 "혐오적이거나 해로운 발언을 약화시키려는 모든 직접적 응답"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단순한 반박이 아니라, 혐오 발언의 논리적 결함을 지적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교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적극적인 '시민 기반의 대응'을 의미합니다.
카운터 스피치는 다양한 전략을 포함하며, 이는 종종 중첩되어 사용됩니다.
교육 (Education): 혐오 발언이나 허위 정보에 대해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함으로써 화자나 청중을 교육합니다.
공감 (Empathy): 혐오 발언자에게조차 공감적이거나 인간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의 공격적인 톤을 바꾸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려 시도합니다.
유머 (Humor) 및 수치심 (Shaming): 유머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 혹은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전시하여 사회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압력을 가하는 방식도 포함됩니다.
증폭 (Amplification): 혐오 발언에 반대하는 대안적 시각이나 피해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증폭시킵니다.
탈진실 시대에 카운터 스피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혐오를 억압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사회적 대화를 유도하고, 사람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혐오 발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혐오 세력이 온라인 공간을 독점하게 되지만, 카운터 스피치는 이러한 독점을 깨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성적 호소가 지배하는 탈진실 시대에는 단순히 사실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공감과 설득력을 갖춘 내러티브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5년 1월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최신 연구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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