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놓고 잊어 버렸던 글
대만 여행이 막바지
여행의 맛에는 잔뜩 취해있었지만
마침내 미각을 잃었다.
며칠을 주린 배는
구글평점 5점, 좋아요 수천 개의
맛집을 찾는다.
웨이팅을 피하려 꽤나 서둘렀지만
맙소사, 아침부터 인간 띠가 똬리를 틀고 있다.
구름 같은 세계인들 사이로 비집을 엄두를 못내
어영부영 서성이는데
빽빽한 인파의 뒤통수 너머
맛집 옆집이 눈에 들어온다.
어라, 텅 빈 식당, 눈길 주는 이가 없다.
자리가 남아도는 데도
몇 십 분째 아무도
식욕의 오와 열을 이탈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떤 주인 양반은
화를 내는 건지 절규하는 건지 모를 호객을 한다.
말을 몰라
더 맛있다고 한 건지
더 싸다고 한 건지 모르겠다.
얼레벌레
한 두 사람은 경찰에 연행되듯
끌려 들어가기도 한다.
반면 어떤 주인은 체념한 듯
문밖에 나앉아
지긋이 옆집 줄만 쳐다본다.
같은 메뉴로는 상대가 안되니
다른 메뉴를 팔거나,
시간대를 달리하거나,
옆집걸 먹고 나면 먹을 디저트를 팔거나,
더 싸고 맛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옆집이 이렇게 사람을 모아주는데
각자 좀만 더 맛있게 하면
온 골목이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부러워하거나 시기하거나
애먼 손님의 팔을 끌게 아니라.
잘 되는 집을 잘 배워서
수준을 같이 높이면 안 될까?
에라, 말은 쉽지..
여행자의 답압함과 안맛집의 울화통은
글로벌하게 선 줄의 왁자지껄함에 묻혀버렸다.
흔한 맛집 옆집은 무슨 죄일까.
헬스장 고인물 옆에서 낑낑꺼리는
내 심정일까.
그렇다. 여기도 지구별,
치열한 삶의 현장일 뿐이다.
진짜 여행의 맛은
그걸 깨닫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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