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현장은 생각보다 끔찍하다.
전문가는 없습니다.
그 시기 마이클 버리가 올인한 신용부도스와프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19.7%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의 예측대로 폭락해야 할 주택시장이 오히려 상승했기 때문이죠. 그는 사무실에 쓰러져 있다가 서류뭉치를 집어던지고는 축 처진 어깨로 퇴근을 하죠. 그의 쓸쓸한 뒷모습에다 대고 '우린 망하는 거냐'며 밥그릇 걱정을 하는 직원에게 “나도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모르겠다.” 는 말을 남길 뿐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옵니다. 가끔이면 좋겠지만 꽤 자주 옵니다.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거짓말쟁이 광인(狂人)은 언제나 투자자를 비이성적으로 만듭니다. 특히 정보, 심리, 자금 어떤 것도 충분치 않은 소액 개인 투자자에겐 더 가혹합니다. 주가가 올라가야 하는데 내려가고 내려가야 맞는데 올라갑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은 그들도 못 맞춥니다. 그런데 그게 맞습니다.
예측을 다 맞추면 전문가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신이라고 불러야죠. 자본 시장은 그냥 힘센 놈이 이기는 기울어진 경기장입니다. 합법적 불공정이 판을 치죠. 누군가의 이익만큼 누군가는 손실을 입어야 합니다. 더 정보가 많고 더 빠른 쪽이 더 정보가 없고 느린 이들의 물량을 뺏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를 예측하고 엄청난 욕을 먹고 지금도 박제된 이들입니다. 이들 중 몇은 범죄자, 양아치인 게 드러나기도 했네요. 삼성전자 주가가 2021년 초 9만 6,000원대를 찍고 조정을 받자, 상승 추세라 판단하고, 결국 전고점(바로 앞의 최고가)을 뚫을 것이라 예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후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 5만 1,800원까지 반토막이 났다 2024년 3월 현재 8만 2,000원대로 재 반등 중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결코 확정적으로 예측하지 말 것, 두 번째는 남의 예측을 확정적으로 믿지 말 것입니다. 만약 이분들의 말대로 당장에 10만 전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우연일 뿐 이들이 예측해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 올 것을 예측했다고 일기예보한 분을 신으로 추앙하지 않잖아요?
저 역시도 많은 전문가, 책, 강연에 도움을 받고 기대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공부의 결과는 그들의 조언만 듣고 무작정 매수하면 어떤 우량주를 가지고도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잘 몰라서, 좋다고 하니까 매수하면 벌어도 결국 잃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들을 추종하여 큰돈을 벌어도 나중에는 결국 아무것도 배운 게 없더라는 것입니다. 왜 샀는지 모르면 왜 잃는지, 왜 버는지도 모르게됩니다.
소위 방송에 나오고, 유튜브에 나오는 이들의 말은 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나의 공부, 분석과 결정'이 있어야 합니다. 내 자금과, 지식의 수준과, 나의 마인드(간 크기)를 알아야 우량주/성장주, 대형주/소형주, 장기투자/단기투자 중 어떤 게 맞는지 알게 됩니다.
어떤 우량주도 비싸게 사면 X잡주 보다 못한 것입니다. 한방에 올인하면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는 도박만큼 위험한 일이 됩니다. 시장 탓, 남탓하면 수익이 아니라 화병만 얻습니다. 다음엔 또 다른 종목을 몰빵 해서 비싸게 사놓고 누굴 욕하고 있을 겁니다.
전문가는 없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 형편에 맞는 투자 방법을 잘 아는 사람만 있을 뿐. 지극히 운 좋은 잭팟 터진 사람들의 뉴스만 내보내는 나쁜 세상에서 쉽지 않겠지만, 남탓하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면 투자 수익은 결과적으로 따라옵니다. 그 과정에서 잃는 돈은 인생 수업료입니다. 꿋꿋히 내 방법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인 개인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