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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니 스탁 Mar 05. 2023

<빅쇼트>대해부 : 악마와의 거래

1부. 현실은 드라마 보다 막장이다.


거대한 거짓말입니다.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일본의 버블붕괴, 그리고 붕괴 직전에 있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 이 모든 돈장난의 명분은 '서민의 주거안정'이었습니다. 달러를 찍는 미 연방준비은행(Feb)과 금리를 결정하는 시장준비위원회(FOMC)의 설립 및 운영 목적 역시 물가안정, 고용안정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껏 오직 기득권과 금융권력을 위해 봉사해 왔습니다. 언론과 한통속으로요.


만일 여러분이 이들을 고용했다면 모두 무능과 부패를 이유로 바로 해고했을겁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이들이 벌어다 준 부당이익에 편승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돈과 권력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은 비슷합니다. 제 글의 목적은 이슈를 도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빅 쇼트>를 읽는 저의 태도는 나이브한 감정이 아닌 '사실과 원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분석'입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결정적 순간 09

판도라의 상자 - 1


레이건 시절 연준의장으로 선출된 그린스펀이 규제를 마구 풀자 금융권은 기회는 찬스라며 상품 하나를 기획합니다. 당시의 은행들은 장기대출이 주력상품이었습니다. 원금회수도 오래 걸리고 큰 수익을 올리기 힘들었죠. 직접투자도 법으로 막혀 있어서 은행은 따분하고 미래도 없는 직장이었답니다. 그런데 규제가 풀렸습니다. 그들은 '원금 회수까지 기다리지 말고 부동산 채권(모기지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적힌 차용증)을 사고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래서 신박한 금융상품 하나가 탄생했는데 이를 ‘주택담보증권(MBS : Mortgage Backed Security)’*이라고 합니다.


A가 집을 사기 위해 30년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빌렸다고 칩시다. 은행은 원금과 이자를 회수하는데 무려 30년이 걸릴 겁니다. 순진했던 시절엔 마냥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까만 날개를 달아준 지금은 다릅니다. '뭐 하러 수십 년을 기다려? 최종수익을 고집하기보단 차용증을 조금 싸게 팔면 너도 나도 살 건데..' 은행은 이렇게 A의 ‘빚’을 시장에다 내놓고 팔아먹게 됩니다. 덕분에 바로 대출금을 회수하고 다시 그 돈을 대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은행 대출은 갚을 수밖에 없고 증서에 약정된 이자수익은 확정이니 거래할 가치가 있다'는 게 아이디어의 출발점입니다.


모두들 미국의 부동산은 절대 안 망할 거고 수요는 계속 넘칠거다에 동의한 결과입니다. 주택시장이 호황이면 MBS의 가격도 오르겠죠. 그럼 주식처럼 시세차익을 먹을 수 있습니다. 와우, 신기하게도 A의 빚은 금융상품이 되어 버렸네요? 은행은 수십년 창고에 묵혀둬야 했던 빚 받을 권리’를 상품으로 만들어 유통시킴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어들입니다. 이처럼 느리거나 움직이지 않는 자산을 거래시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을 ‘자산 유동화(資産流動化 Asset Securitization)’라고 합니다. 천재적.. 아.. 아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에피메테우스 ⓒ Public Domain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파생상품(派生商品 Derivatives)’이라 하고 그 바탕이 되는 자산을 ‘기초 자산(基礎資産 Underlying Assets)’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MBS는 파생상품, A가 낸 대출은 기초자산이 됩니다.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니 꼭 익혀두세요! 한자와 영어도 꼭 이해하세요. 그런데 파생상품은 근본적인 문제를 하나 안고 있습니다. 시세고 뭐고 기초자산이 박살 나면 끝이라는 겁니다. 즉, 주택가격이 떨어지거나 금리가 올라 A가 빚을 갚지 못하면 파생상품은 부도가 납니다. 공포는 투매를 부르고 투매는 폭락을 부릅니다.


파생상품은 리스크를 확대 재생산합니다. 파산은 A가 했는데 파생상품 시장참여자 모두가 손실을 입습니다. 게다가 파생상품에 붙은 호가, 즉 웃돈은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던 가치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버블(거품)'이라 부르죠. 파생상품을 발행하여 A의 대출을 회수한 은행이 다시 B에게 대출을 하고 파생상품을 또 발행하면 은행은 추가로 돈을 구하지 않고도 대출을 계속 복사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A의 빚은 계속 복제되어 수억 달러의 거품으로 크기가 커집니다. 출발점에서 하나가 쓰러지면 도미노처럼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시장이 붕괴됩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은행이 수십 년 동안 져야 할 리스크를 서민들에게 확산시키고 전가한 짓입니다. '기회'라는 이름으로요.


빚으로 쌓은 탑 ⓒ GIPHY


판도라의 상자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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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증권(MBS) : Mortgage Backed Securities. 풀어쓰면 '대출자가 집을 은행에 잡히고 장기로 빌린 돈을 은행이 또다시 담보로 잡히고 만든 증권'이라는 말입니다. 기존 금융상품에서 파생된 상품이라 해서 '파생상품'이라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파생상품은 그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탐욕의 '허수'입니다. 워낙에 정교하고 시스템화되어 원래 있는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MBS는 그나마 한다리 건넌 1차 파생상품입니다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멈추지 않았어요. 파생상품이 파생상품을 낳고 이종교배를 거쳐 엉망진창이 됩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시궁창입니다. MBS로 출발한 파생상품의 대환장 파티는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맙니다.


Tip : 모든 용어가 그렇듯 어려워 보이는 경제 용어도 잘게 쪼개면 해석이 쉽습니다. 주택 + 담보 + 증권으로 나누어서 해석하세요. '담보'는 내가 돈 못 갚으면 은행이 가져갈 내 자산이고, '증권'이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가격을 부르고 사고팔 수 있는 증서'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 모든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며 어떤 투자의 근거나 재료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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